[고전쏙쏙 인성쑥쑥] 어버이와 자식은 천성으로 친애하는 관계다 (父子天性之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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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10 08:06  |  수정 2016-10-10 08:06  |  발행일 2016-10-10 제18면
[고전쏙쏙 인성쑥쑥] 어버이와 자식은 천성으로 친애하는 관계다 (父子天性之親)

서울에 살던 아들 내외와 손자가 모처럼 대구에 내려와서 점심을 가까운 식당에서 먹을 때였습니다. 식사가 끝난 후 계산대에 음식 값을 내려고 갔습니다. 계산대에 앉아 있던 중년의 여 사장이 대뜸 “사위분이 계산하셨는데요” 하였습니다.

나는 “사위가 아니고 아들인데요” 하고 웃으며 여 사장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왜 사위로 생각했느냐고 이유를 물었습니다. 여 사장은 “요즘 세태가 그렇잖아요” 하고 빙긋이 웃음을 짓고는 더 이상 설명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정답이야 없겠지만 나름대로 곰곰이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무튼 먼저 음식값 계산을 한 아들이 대견스럽고 마음이 뿌듯합니다.

요즘 노인들은 주택연금을 받아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부부로 살던 노인 중 한 분이 돌아가시자면 자식들이 부모를 모시기는커녕 부모 살 집 빼앗는 불효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또 젊은 부모는 어린 자식을 학대하여 마음 아프고 가슴 철렁하는 사건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엔 본받을 만한 효자와 자식 사랑하는 부모님이 많습니다. 대가족으로 살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훈장이셨던 할아버지는 어린 학동들에게는 먼저 천자문을 가르치고 다음으로 동몽선습을 가르쳤습니다.

동몽선습의 시작은 ‘하늘과 땅 사이의 만물 중에 사람이 가장 귀하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 귀함은 바로 오륜이 있기 때문이며 그 첫째가 ‘부자유친(父子有親)’입니다. 즉 ‘어버이와 자식의 도리는 친애(親愛)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자유친 첫머리에 ‘부자천성지친(父子天性之親)’이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어버이와 자식은 천성으로 친애하는 관계’라는 뜻입니다. 원래 친(親)의 글자는 ‘나무처럼 많은 자식을 보살핀다’ 또는 ‘나무 위에 서서 살펴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당에서는 친(親)을 친애(親愛)라고 풀이를 하였습니다. 친애는 사람들에게 친밀감을 가지고 가장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말합니다. 그리고 천성은 타고난 성품입니다. 어버이와 자식의 관계는 타고난 성품으로 가장 소중히 여기는 친밀감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즉 어버이는 자식을 낳아서 기르고 사랑하며 가르칩니다. 자식은 어버이의 뜻을 받들어서 존중하고 자라서는 효도하며 봉양합니다. 그러므로 어버이는 자식을 바른 도리로 가르쳐서 나쁜 길로 들어가지 않게 하여야 합니다. 혹 어버이가 잘못이 있으면 자식은 언제나 부드러운 어투로 간곡하게 말하여서 이웃과 사회에 부끄러운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당시 할아버지는 ‘어버이로서는 자식을 마땅히 자식으로 대하여야 하고, 자식으로서는 어버이를 어버이로 항상 받들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때 우리 대가족이 화목하게 지낼 수 있었던 비결이었습니다.

아직도 어버이의 어버이(조부모)와 자식 3대가 한집안에 살아가는 대가족이 많습니다. 그 가족들이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은 ‘어버이와 자식은 천성으로 친애하는 관계(父母天性之親)’를 믿으며 실천하기 때문입니다.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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