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와 달린 378㎞ “잊을 수 없는 환갑선물”

  • 김점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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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12   |  발행일 2016-10-12 제12면   |  수정 2016-10-12
경산 박기환씨 사위와 2박3일간 안동∼부산 낙동강 자전거길 완주
“도전 통해 인생의 즐거움 깨달아”
사위와 달린 378㎞  “잊을 수 없는 환갑선물”
박기환씨(왼쪽)와 사위 도홍록씨가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위 사랑은 장인이죠.”

경산에 살고 있는 박기환씨(61)는 지난 1~3일 사위와 2박3일간 낙동강 자전거여행을 다녀왔다. 기억에 남는 환갑추억을 하나 만들고 싶다는 장인의 뜻에 사위 도홍록씨(30)가 동행하기로 결심했다. 두 사람은 안동에서 부산까지 378㎞ 구간에서 낙동강 자전거 여행을 함께했다.

여행 첫날인 지난 1일 오전 9시.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였다. 안동댐에서의 인증샷을 시작으로 자전거 여행은 시작됐다. 안동 하회마을과 상주 경천대 등 낙동강 12경이 펼쳐졌다. 강물 따라 공원과 자전거길이 잘 만들어져 있고, 주변에는 숲과 꽃들이 잘 가꾸어져 있었다. 스토리가 있는 여행에 대한 기대는 힘겨운 라이딩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게 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처음 봤지만 동료 의식 때문인지 반가워했고 친절하게 정보도 교환했다. 실제로 장거리를 혼자서 라이딩하는 사람도 꽤 많았고, 더러는 길을 잘못 들어 되돌아오는 사람도 있었다. 오후 7시쯤 구미에 도착해서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첫날 여행에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여행에서는 가이드가 있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인생에서는 스승을 잘 만나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둘째 날이 밝았다. 2일 아침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오전 8시 서둘러 길을 나섰다. 미리 살펴본 일정상 가파른 고갯길도 만나기 때문에 체력을 아껴야 했다. 달리는 동안 숲과 강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하천 길을 달리며 흔히 볼 수 있는 백로와 왜가리, 강물 위를 달리는 보트와 수상스키도 장관이었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더라도 내리막길은 저절로 굴러갔다. 인생도 고난의 길이 있으면 편히 갈 수 있는 내리막길도 있다는 삶의 교훈을 몸소 체험하는 여정이었다.

마지막 날 아침은 좀 더 여유롭게 출발할 수 있었다. 장인의 체력을 내심 걱정하던 사위도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을 즐겼다. 천천히 오래 가는 것이 완주를 위한 최선의 전략이다. 처음의 전략이 맞아 들어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에 힘이 더 솟는 것 같아 자신감이 생겼다.

안동댐 출발부터 부산 하구 둑 도착까지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 인증제’를 위해 보마다 설치된 무인인증시설에서 도장을 찍은 수첩을 보니 뿌듯했다. 구포대교와 김해국제공항 옆을 지나면 을숙도가 눈앞에 나타난다. 낙동강은 하구 둑에 막히고 낙동강종주 자전거 길의 긴 여정도 이곳에서 끝난다.

하구 둑을 건너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지친 여행자를 맞아준다. 오후 3시. 2박3일간의 낙동강 자전거길 378㎞를 무사히 완주하며 두 사람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었다. 장인이기 이전에 인생의 선배로서 사위와 함께한 사흘간의 여행은 서로의 삶에 에너지로 축적돼 귀한 추억으로 길이 기억될 것이다.

박씨는 “이번 여행에서 도전과 성취, 소중한 체험이 삶에 활력과 즐거움을 주는 요소임을 깨닫게 됐다. 오랫동안 이 기억을 떠올리며 나 스스로 기쁨을 음미하고 싶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꿈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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