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신종호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 이은경 황인무
  • |
  • 입력 2016-10-14   |  발행일 2016-10-14 제36면   |  수정 2016-10-14
“사드요? 나무와 사람이 있을 자리에 무기가 있는 걸 반대합니다”
20161014
신종호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세월호, 탈핵, 노동인권 등 사회 문제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과 행동을 보여주고 있는 신 위원장은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태적 위기에 대한 우리 모두의 깊은 책임과 각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20161014
동북아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생명평화미사를 마친 뒤 참가자들이 펼침막을 들고 평화시위를 하고 있다.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제공>
20161014
탈핵천주교연대 출범식에 참석한 신종호 신부(오른쪽).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제공>
20161014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하는 소식지 ‘함께꿈’(왼쪽)과, 사드에 대한 Q&A를 정리한 소책자 ‘사드, 이것만은 알자’.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얼마 전 칠곡군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는 특별한 미사가 봉헌됐다. 대구·안동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정의평화위원회가 주관한 ‘동북아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생명평화미사’다.

‘평화가 내 원이건만 그들은 그 말만 하여도 싸우고자 달려들더이다.’

시편에 나오는 이 말씀을 주제로 한 생명평화미사에는 대구 및 안동교구를 비롯한 전국 정의평화위원회 위원들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수도자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성주군 내 가천·선남·성주·초전 등 4개 본당 신자들도 참석했다. 미사 후엔 왜관수도원에서 미군부대 캠프 캐럴 정문까지 1.5㎞를 행진하며 묵주기도를 바치고 구호를 외쳤다. 미군부대 앞에서 ‘사드 가고 평화 오라’가 적힌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한반도 평화를 기원했다.

미사를 봉헌한 뒤 신종호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은 주교회의에서 발표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입장’을 낭독하고, “평화는 정의의 선물이라는 교회 가르침을 상기한다”며 “나무와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에 무기가 있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는 1967년 바오로 6세의 민족의 발전 회칙에 따라 전 세계 교구별로 설립된 공식 기구다.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2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산하에 생태, 인권, 노동, 교육, 농업 등 8개 분과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엔 ‘사드, 이것만은 알자’라는 소책자 2만부를 발행해 배포하기도 했다.

신 위원장은 “평화는 결코 무기라는 힘의 균형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상호 신뢰에 의해 확립된다는 요한 23세 성인의 가르침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일”이라면서 “왜곡된 한쪽의 일방적 정보와 주장만 난무하고 있어 객관적 내용을 담은 자료가 필요했다”면서 소책자 발간의 이유를 설명했다.

‘사드 가고 평화 오라’ 왜관서 미사·행진
“평화는 신뢰로 확립…객관적 자료 필요
사드 문답형 소책자 2만부 만들어 배포”

1996년 사제품…작년 1월 정평위 맡아
사회교리학교 개설·소식지‘함께꿈’발행
세월호法 개정 서명·농성현장 방문 등
세상 아픔 함께하는 ‘종교의 의무’ 실천

소책자는 ‘사드가 뭐예요’ ‘사드가 북한 미사일로부터 남한을 방어할 수 있나요’ ‘사드가 북한 단거리 미사일을 맞출 수 있나요’ ‘북한 노동미사일에 대비하려면 사드가 필요한 것 아닌가요’ ‘미사일 방어(MD)란 무엇인가’ 등 사드와 관련된 궁금증을 문답 형식으로 알기 쉽게 정리해 뒀다.

보수적인 도시 대구에서 그것도 가톨릭이라는 종교의 틀 속에서 신 위원장은 이처럼 쉽지 않은 목소리를 내며 만만찮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개정 촉구 서명전을 펼치며, 1년 넘게 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아사히글라스 공장과 썩어가는 내성천 영주댐 공사 현장, 방사능 피해가 심각한 경주 양남면 나아리를 찾아 ‘기억하고 연대하고 기도하며’ 이 땅의 십자가를 함께 짊어지고자 한다.

“정의평화위원회는 정의와 평화를 추구한다. 정의란 그 사람이 가져야 할 것을 그 사람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자연의 것은 자연에게 돌려주는 것이며 그렇기에 풀 한 포기 훼손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사람으로 살기 위해 가져야 할 것, 필요한 기본적인 것을 그들 자신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정의롭다는 평화를 지향하는 것이며, 정의의 결실이며 결과다. 인간에 대한 존중과 평화를 지키는 것은 교회의 기본 원칙이기도 하다.”

신 위원장은 그 근거로 1962년부터 65년까지 열린 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을 강조한다. 2천년 가톨릭 역사는 교회에 대한 이단과 왕권의 도전에 대한 대응과 방어의 역사였다. 교회는 세상을 초월한 존재로서 세상을 가르쳐왔다. 하지만 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세상을 향해 교회의 문을 열었다. 교회는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며, 세상의 일과 교회의 일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세상에 대해 문을 열자, 가난한 자의 울부짖음과 아우성이 들려왔다. 이를 외면할 수 없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세상에 귀를 기울이고, 만나고, 함께하면서 세상과의 관계를 재설정했다. 기존 교회에 대한 반성도 뒤따랐다. 정의평화위원회는 교회가 세상과의 창구를 지향하는 대표적 위원회 중 하나다.

신 위원장은 “사드는 군비경쟁을 유발하고 힘과 힘의 대결을 가져와 결국 평화를 해친다. 평화는 오직 양보, 대화, 타협, 신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정책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 무릎을 꿇도록 강요해서는 절대로 다른 한쪽을 굴복시킬 수 없다. 남북이 평화적 협력 관계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드와 이를 둘러싼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고자 소책자를 만들었다”고 했다.

신 위원장은 지난해 1월부터 정평위를 맡고 있다. 지금까지 사회교리학교 개설, 생명평화순회미사 봉헌, 소식지 ‘함께꿈’ 발행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세월호 1주기 추모미사, 탈핵천주교연대 출범식 참가 등 여러 가지 대외 활동도 펼쳤다. 특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50주년을 기념해 연 ‘공의회 학교’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신 위원장이 4대강 문제, 핵 문제, 노동자와 인권의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새삼 절감하는 사실은 세상의 아픔과 슬픔이 교회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신 위원장은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상황에서 교회가 구원을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땅에 발을 디딘 사람들의 삶이 이럴진대 이런 상황에서 구원받는다는 것은 또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되묻는다.

민감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성직자가 개입하는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그의 많은 행동이 곧잘 정치적인 코드로 해석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교회에 왜 오는가?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마음의 평화는 어디서든 얻을 수 있다. 산에 가서 힐링하며 얻을 수도 있다.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이 종교라면 반대로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하면 그것은 신앙이 아닌가. 어불성설이다. 신앙은 개인적 수양이 아니다. 개인만 착하고 올바르고 도덕적이면 되는 것인가. 공동체 전체의 복음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실천하지 못하는 신앙은 그 근처에도 못 간다. 복음화란 무엇인가. 문화를 복음화시키는 것이다. 문화란 사회의 총체적 내면적 모습이다. 교인의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죽음의 문화를 살림의 문화로 만드는 것,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모든 인간은 구원받을 존재라는 사실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인터뷰를 위해 그를 만난 날, 신 위원장은 “어제 1년 넘게 농성 중인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들을 만나고 왔다”고 말했다. “노동자 중 한 사람이 ‘저는 주 중에는 아무리 일해도 괜찮은데 일요일만은 꼭 쉬고 싶었습니다. 그게 그렇게 잘못된 일입니까’라고 물었다. 마음이 무척 아팠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성당에서 평화롭게 사는 것이 너무 미안하다. 물론 보수적인 대구에서, 더욱더 보수적인 가톨릭 교회라는 틀 안에서 어떤 주장을 한다는 것이 힘들고 지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신앙과 믿음의 요청인 것만은 분명하다. 세상 속의 존재로서 세상의 문화를 복음화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명이다. 이를 외면하고 기득권의 성에 갇혀 사는 것이 과연 예수님이 원하는 것인가. 예수가 십자가를 진 이유가 무엇인가. 가난하고 병들고 약하고 버림받은 자의 친구 됨은 신앙의 요청이며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대책 없는 반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냐고 비난하는 세간의 목소리에 대해 그는 “긴 호흡으로 본다”고 대답했다. 당장 변화가 없을 수 있겠지만, 그는 최선을 다하고 할 일을 할 뿐이라 했다. 일은 우리가 하지만 결실은 하느님의 몫이기 때문이라 한다.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삶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6월 회칙을 반포하고 지구 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태적 위기에 대한 우리의 깊은 책임과 각성을 촉구하셨습니다. 우리가 돌보아야 할 공동의 집인 지구의 모든 피조물이 겪는 고통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동의 집인 지구를 살리기 위한 모든 활동에 연대하고 모든 인간의 생태적인 회개를 위해서 기도해야 합니다.”

신 위원장은 1996년 8월 대구대교구에서 사제품을 받았으며 대봉본당 보좌를 시작으로 천부·다산본당 주임, 일심재활원장, 제1대리구 사회복지 담당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1월부터 정평본당 주임과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