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숙의 여행스케치] 고령 대가야읍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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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14   |  발행일 2016-10-14 제38면   |  수정 2016-10-14
두 개의 江, 두 개의 터널을 지나…대가야 왕국의 품에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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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회천변에 코스모스가 만개했다. 꽃밭은 6만㎡에 이른다.
꾸불꾸불 나아가는 2차로 정도의 좁은 길이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아래 육중한 교각을 지나면서 이제 대구에서 완전히 멀어졌다는 생각을 했다. 낙동강을 건너 금산재에 이르면 도착이라고 속으로 외쳤다. 어린 시절 고령 가던 길이다. 인척 하나 없는 고령을 왜 갔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길에 대한 기억의 조각은 선명하다. 이 뜬금없는 회고는 놀라서 튀어나온 딸꾹질 같은 것이다. 언제 이렇게 변한 것일까 고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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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개통한 고령 대가야교. 회천을 가로지르는 보행자 전용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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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듬내 통문. 대가야읍내와 대가야교를 연결하는 통로다.

현수·아치교인 보행자전용 대가야교
그 아래엔 ‘모듬내’로도 불리는 회천
천변 6만㎡ 끝없는 코스모스 물결 장관


금산재 30여년 산림녹화 결실 수목원
고령여중고 터 대가야문화누리도 눈길
고분 등지고 하늘정원 오르면 邑 한눈에


◆대가야교와 코스모스 꽃밭

화원 지나 고령까지 활주로 같은 길을 달려 두 개의 강과 두 개의 터널을 우주의 빛처럼 지나면, 고령이다. 회천(會川)을 건너며 멀지 않은 곳에서 나란히 함께 천을 건너는 산수유 꽃빛의 다리를 본다. 다리 위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대가야교다. 현수교와 아치교가 결합된 대가야교는 읍 시가지와 회천 변의 생활체육공원, 대가야 수목원 등을 연결하는 보행자 전용 다리다. 밤이면 색색의 불이 켜져 밤의 산책자들을 불러 모은다.

다리 아래가 희부윰하다. 세잔의 그림 같은 빛깔이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맑아진다. 천변이 온통 코스모스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꽃밭은 6만㎡에 달한다. 물가의 무성했던 잡초 밭이 코스모스 꽃밭으로 변해 있다. 코스모스는 고령군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여름 내내 직접 비료와 물을 주고 잡초도 일일이 뽑아 가꾼 것이라 한다. 잡초와 함께 뒹굴던 크고 작은 자갈들은 모두 모아 두었다가 꽃밭과 산책로 사이에 낮은 돌담으로 쌓아 두었다. 산책로와 함께 자전거 길이 천을 따라, 꽃밭 따라 5.4㎞ 이어진다. 지난 여름 천변은 시푸른 밀밭이었다. 이제 가을. 아이들과, 가족과, 벗들이 꽃 속에, 넘실대는 가을 속에 있다.

대가야교가 개통된 것은 지난 9월 말이다. 그보다 먼저 완공되었지만 코스모스 필 무렵 공식적인 개통식을 열었고 모든 군민이 모여 이틀간 축제를 열었다고 한다. ‘회천’은 냇물이 모인다는 뜻이다. 가야산에서 시작된 대가천과 안림천이 하나 된 것이 회천이다. 지역 사람들은 ‘모듬내’라는 예쁜 이름으로 부른다. 냇물이 모이듯 사람들이 모인다. 회천은 흘러 낙동강이 된다.

◆산림녹화기념 숲 혹은 대가야 수목원

대가야교의 서쪽 목책교 끝에 굴다리가 있다. ‘모듬내 통문’이란 이름이다. 통문 너머는 읍내다. 동쪽은 산림녹화기념 숲이자 대가야 수목원이다. 숲과 수목원은 하나다. 대가야 사람들은 모듬내 통문을 지나 대가야교를 건너 숲으로 간다. 소풍 가듯, 산책하듯 그리 숲으로 간다. 입구의 느티나무들이 가을 색을 슬쩍 띠기 시작했다. 매점 앞바닥 분수는 아직 여름마냥 물을 뿜어 올린다. 작은 놀이터는 엄마와 아이들이 차지하고 있다. 먼 고갯마루에 구름다리가 보인다. 금산재 도로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다. 옛날 고령 사람들은 금산재 고개를 넘어 대구로 갔다. 지금은 아름답고 여유로운 드라이브코스다.

옛날 이곳은 매우 황폐했다 한다. 일제 강점기와 전쟁, 그리고 홍수 때문이었다. 치산(治山)을 위해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이 1973년이다. 2004년부터는 기념관과 분경분재관, 금산폭포, 등산로, 조경 등의 휴양 문화시설을 확충해나갔다. 그리고 2007년, 기념할 수 있을 만큼 숲은 푸르러졌다. 숲은 경사진 산 사면을 따라 넓고 길게 펼쳐져 있다. 그 속에 암석원, 미로원, 산림녹화 기념관, 폭포 등이 자리하고 야성적인 등산로와 보드라운 잔디계단, 딱딱한 판석의 길, 경쾌한 나무 데크 길 등이 두루 어우러져 있다.

분재원 앞에 이하석 시인의 시비가 서 있다. ‘대가야인’이라는 시다. 시인도 대가야인이시다. 한 부부가 밤을 줍고 있다. 자유롭고 거칠 것 없는 느긋한 거둠이다. 매점 앞에 고령의 배달 업소 전화번호가 게시되어 있다. 놀랍다. 군민의, 군민에 의한, 군민을 위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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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야 문화누리. 군민의 문화·복지를 위한 복합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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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야 문화누리의 전면 광장에서 보이는 대가야 고분군.
◆대가야 문화누리

읍내로 들어선다. 대가야고분군, 역사 테마 관광지, 박물관, 군청 등이 한데 모여 앉은 한산한 거리를 천천히 달린다. 오랜만이야,라고 말 걸 수 있을 만큼 낯익다. 그러다 그들 속에서 놀랍게 낯선 건물을 본다. 푸른 잔디밭이 하늘로 뚜벅뚜벅 걸어 올라가는 사선의 덩어리는 사각에 익숙한 눈에 도드라지게 다가온다. 2012년에 착공해 지난해에 완공되었다는 대가야 문화누리다.

옛 고령여중고 자리에 세워진 대가야 문화누리는 고령 군민을 위한 모든 것이 집대성된 공간이다. 대형 공연이 가능한 공연장과 다양한 체육시설, 그리고 지역의 7개 문화 복지단체가 이곳에 모두 모여 있다. 고령여중고가 있기 훨씬 오래 전 이 땅은 ‘월기지’라는 큰 못이었다 한다. 월담 정사현이라는 분은 그 곁에 월담정을 짓고 후진을 양성했다고 전한다. 옛날부터 현재와 미래를 위한 땅이었던 게다.

지면에서부터 사선으로 상승하는 잔디밭은 하늘정원으로 이어진다. 오르는 내내 대가야고분군이 등 뒤에서 지켜본다. 하늘에 닿으면 대가야읍이 한눈에 펼쳐진다. 고령읍에서 대가야읍이 된 것은 지난해다. 긴 준비기간이 있었겠지만 지난해와 올해 고령은 많은 변신을 했다. 읍내를 눈앞에 펼쳐 놓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 두 명의 청년을 보았다. 멈춰 있는 것, 그것은 하나의 움직임으로 보였다. 앞에는 오후와 내일이 있었다.

☞ 여행정보

대구 화원, 옥포 지나 비슬로를 따라 가다 위천교차로에서 고령방향으로 빠져나가 26번 동고령로를 타고 간다. 회천교 지나자마자 고령교차로에서 좌회전해 600m 정도 가면 산림녹화기념숲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 따라 좌회전하면 다시 다리를 건너는데 오래된 작은 규모의 회천교다. 다리 건너자마자 우회전하면 대가야교 바로 앞에 갓길 주차할 수 있는 곳이 있다. 회천교에서 직진방향 50m 앞이 산림녹화기념숲 입구다. 대가야문화누리는 고령군청 바로 앞에 있다. 읍내에 주차한 후 통문을 지나 대가야교로 갈 수도 있다.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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