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영의 즐거운 글쓰기] 시월의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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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17 07:58  |  수정 2016-10-17 07:58  |  발행일 2016-10-17 제18면
[박미영의 즐거운 글쓰기] 시월의 아침에
<시인·작가콜로퀴엄 사무국장>

하늘 향하여 서른 살 먹던 해/ 포구와 이웃 숲과/ 조개 웅덩이 패인, 백로가/ 사제 일 보는 바닷가에서/ 아침 손짓이 갑자기 들려왔다./ 기도하는 물과, 갈매기, 가마귀의 부름과,/ 그물 얽힌 담벽에 부딪는 떠가는 뱃소리와 더불어,/ 나더러 그 순간/ 아직 잠든 거리에 나서 떠나가라고,

나의 생일은 농가와 흰 물결 위에/ 내 이름 나부껴 날리는 물새와/ 날개 돋힌 나무의 새들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그래서 비오는 가을에 일어나/ 내 모든 나날의 소나기 속으로 나돌아다녔다./ 동구 밖 너머로 길에 오를 때,/높은 밀물과 백로 자맥질하고/ 거리가 잠깨면서/ 거리의 대문들이 닫히었다.

(중략)

그 즐거운 고장에서 기후는 뒤바뀌어/ 또 다른 대기가 달라진 푸른 하늘 아래/ 사과 배 빨간 포도랑 함께/ 여름의 기적이 다시금 흘렀고,/ 이 돌변한 기후에서/ 한 아이가 햇빛의 우화와

푸른 예배당의 전설과/ 귀에 젖은 아이 시절의 벌판을 통하여/ 엄마와 거닐던 아침들을/ 너무나도 선명히 되살렸기에

아이의 눈물이 내 뺨 적시고/ 아이의 심장이 내 심장 안에 움직였다./ 이들이 바로 그 숲, 그 강, 그 바다/ 거기서 귀기울여 들어주던 죽어 간 여름에,/ 아이가 나무, 돌, 밀물의 고기에게

자기의 기쁨의 진실을 속삭였다./ 하여 기적은 여전히/ 물과 노래새들 속에/ 살아 노래했다.

하여 기후가 한 바퀴 뒤바뀌지 않았다면/ 거기서 내 생일/ 그냥 놀라움으로 지내 보냈으련만,/ 오래 전 죽은 아이의 진정한 기쁨이/ 태양 속에 불타며 노래했다./ 하늘 향하여 서른 살 먹던 해,/ 그때 거기 여름의 한낮 속에 서 있었으나,/ 저 아래 거리는 시월 핏빛 잎새에 덮여 누웠었다./ 오, 한 해 다시 돌아온 뒤/ 이 높은 언덕에서/ 내 마음의 진실이/ 다시금 노래 되어라!

(시월의 시-딜런 토마스)

딜런 토마스를 읽습니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과 영화 ‘헬프’와 ‘인터 스텔라’와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까지 리좀식(Rhizome, 뿌리줄기 식으로 뻗어 나가는 것을 일컬음)으로 생각해봅니다.

가끔 제가 올해의 노벨 수상자를 맞춰서 놀라는 친구들도 있습니다만, 올해는 어긋나버렸습니다. 저는 몇 해 동안 거론된 우리나라의 시인보다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엘 카다레를 혼자 점찍고 있었지요. 그는 원고 반출이 금지된 조국을 비판하는 글들을 타국으로 밀반출해 출판한 작가입니다. 이 대목에서 사족처럼 어느 외국문학 전공 교수님께 한 오래된 질문이 떠오릅니다. 이스마엘 카다레처럼 구소련의 솔제니친처럼 왜 북한에선 그 체제를 비판하는 글 한 줄 밀반출되지 않을까요. 글쎄요…. 정말 그렇네요…. 안타까운 듯 그분도 대답을 흐리셨죠. 어쨌든 이번 노벨상은 많은 사람들이 예측 못한 밥 딜런이 수상했습니다. 아, 그가 거부할 수도 있다는 설도 있고 전 세계적 찬사와 볼멘소리가 만만치 않은 듯해서 논쟁이 일 듯도 합니다. 문득 체제 저항의 노래를 부르다 손목이 잘리어 죽어갔거나 의문사를 당한 칠레의 빅토르 하라, 러시아의 빅토르 최가 떠오릅니다. 또 다른 의미로 우리 가수 김광석이 추억되는 시월의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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