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행복의 문을 열어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나요

  • 김유종
  • |
  • 입력 2016-10-17 07:59  |  수정 2016-10-17 07:59  |  발행일 2016-10-17 제18면
당연한 걸 누리지 못하는 사람 많아
행복은 얼마나 많이 가졌냐가 아니라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중요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행복의 문을 열어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나요
그래픽=김유종기자 dbwhd@yeongnam.com

#1. 고대 설화 중 한 토막입니다. 신은 노력을 기울여 찾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도록 매우 은밀한 곳에 행복의 씨앗을 숨기고 싶어했습니다. 천사들이 모여 긴급회의를 하였습니다. 거친 파도와 풍랑을 이겨내는 사람만이 찾을 수 있는 깊숙한 바다 속에 넣어 두자는 의견, 용기와 도전정신을 지닌 사람만이 찾을 수 있도록 높은 산꼭대기에 넣어 두자는 의견 등 온갖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깊은 바다와 높은 산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나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말없이 조용히 듣고 있던 한 천사가 기발한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사람이 가장 찾기 어려운 곳은 바로 자신의 마음속이니 행복의 씨앗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하나씩 뿌려 두면 좋을 것입니다.” 인간은 욕심 때문에 이미 갖고 있는 것, 즉 자기 마음을 잘 보지 않으니까요. 이때부터 행복은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2. 어릴 적 큰 열병을 앓아 시력과 청력을 잃고 말하는 것도 자유롭지 않았던 헬렌 켈러가 어느 날 숲 속을 다녀온 친구에게 “무엇을 보았냐”고 물었습니다. 뜻밖에도 그 친구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두 눈과 두 귀를 열어두고도 특별히 본 것도 들은 것도 없고, 할 말조차 없다니….’ 헬렌은 ‘내가 사흘 동안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첫째 날, 나는 내 삶을 가치 있게 해준 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 이제껏 손끝으로 만져서만 알던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그 모습을 내 마음속에 깊이 간직해 두겠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바람에 나풀거리는 아름다운 나뭇잎과 들꽃들 그리고 석양에 빛나는 노을을 보고 싶다. 둘째 날, 먼동이 트며 밤이 낮으로 바뀌는 웅장한 기적을 보고 나서, 박물관을 찾아가 하루 종일 인간이 진화해온 궤적을 눈으로 확인해 본 후 저녁에는 보석 같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겠다. 마지막 날에는 아침 일찍 큰길에 나가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볼 것이고, 공연장의 공연들을 보고 싶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네온사인이 반짝거리는 쇼윈도에 진열돼 있는 아름다운 물건들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와 나를 이 사흘 동안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다시 영원히 암흑의 세계로 돌아가겠다.”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한 구호 단체가 후원금을 내줄 회원을 모집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뒤편에는 다양한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중 유달리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페트병을 구겨 끈을 끼워 만든 조리 슬리퍼와 같은 모양의 신발이었습니다. 헬렌 켈러가 가지지 못한 눈과 귀를 가지고 있는 우리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페트병을 신발로 삼고 지붕이나 벽도 없는 땅바닥에서 자야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공부가 하고 싶어도 학교나 칠판과 책상, 책과 공책이 없어 맨땅에 나뭇가지로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음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단순히 ‘너보다 내가 많이 누리고 있다’는 비교의 마음이 아니라, 오롯이 ‘내가 누리고 있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과연 우리들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수업 시간에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요소가 뭘까’라는 모둠 활동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행복의 문을 열어줄 열쇠가 가족이라는 학생, 권력과 성공이라는 학생도 있었고 우정, 외모, 자유, 봉사 등의 다양한 열쇠를 선정하고 이러한 가치를 자신의 행복에 연결시키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가족, 성공, 우정, 권력, 봉사, 사랑…. 이 모든 것이 행복을 열어 줄 열쇠이지요. 그런데 저는 감사라는 열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행운의 손바닥에 얼마나 많이 쥐게 되었느냐 하는 것은 행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대의 마음속에 감사한 생각이 없으면 그대는 파멸의 노를 젓고 있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태주라는 시인도 ‘행복’이라는 시에서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이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감사의 눈으로 보면 사방에 고마운 일과 내가 누리고 있는 것과 고마운 사람이 에워싸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밝고 긍정적인 눈으로 세상을 보면 이것은 이래서 감사하고 저건 저래서 감사합니다.

비가 온 후 성큼 가을이 다가왔습니다. 뜨거웠던 지난 여름에 비해 선물 같은 계절, 일요일 오후 휴식을 허락해 준 주말과 향기로운 차 한 잔에 곁들여 맛있는 고구마를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항상 내가 누리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해 봅니다. 감사는 행복의 문을 열어 줄 중요한 열쇠임을 생각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신현숙<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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