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다리 밑으로” 황당한 지진대피

  • 박광일
  • |
  • 입력 2016-10-20 07:16  |  수정 2016-10-20 07:50  |  발행일 2016-10-20 제1면
경주강진 후 첫 훈련 “낙제점”
여전히 하는 둥 마는 둥 형식적
일부선 되레 위험장소로 유도

19일 제403차 ‘민방위의 날’을 맞아 전국적으로 지진 대피 훈련이 진행됐다. 그동안 일부 지역 및 학교 등에서 지진 대피훈련을 한 적은 있었지만, 전국적으로 대규모 훈련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경주에서 규모 5.1과 5.8의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제대로 된 대피 매뉴얼이 없어 많은 시민이 우왕좌왕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날 훈련도 대부분 형식적인 수준에 그쳐 앞으로 보다 내실 있는 지진대피 훈련이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날 훈련은 국민안전처 주관으로 전국에서 동시에 진행됐으며, 대구지역에서는 구·군마다 구청과 학교, 어린이집, 사회복지시설, 공단, 아파트 등 각각 1곳씩 장소를 정해 실시됐다. 훈련은 오후 2시부터 20분간 ‘대규모 강진’이 발생해 주요시설 및 건축물이 흔들리고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을 가정해 이뤄졌다. 오후 2시1분 ‘훈련 지진경보’ 발령에 따라 책상이나 탁자 밑에 들어가 몸을 보호한 뒤 정해진 대피장소로 이동하는 순서로, 시민이 지진대피 요령을 익히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경보 발령 이후 5분간은 차량 이동도 통제됐다.

그러나 사전에 짜인 시나리오대로 훈련이 이뤄진 곳은 거의 없었다. 학교에선 학생들이 대피를 하는 둥 마는 둥 했고, 아파트에선 안내방송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특히 일부 지역에선 지진 발생 시 위험장소인 고가다리 밑을 대피장소로 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나마 관공서의 경우 직원들이 대체로 통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대피했지만, 민원인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훈련 장면을 지켜만 봤다. 일부 관공서에선 직원들마저도 훈련에 참여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계속 업무를 보거나 흡연장소에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목격됐다. 도로에선 차량 통제를 따르지 않는 운전자들도 부지기수였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민안전처에서 20일 전쯤 지진대피 훈련에 대한 안내 공문을 보내왔다”며 “급하게 준비한 데다 처음 하는 훈련이다 보니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앞으로 꾸준히 훈련을 하다 보면 부족한 부분이 개선되고, 시민의 참여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