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따라 의성 여행 .4] 의성 남부의 반촌 ‘산운(山雲)마을’

  •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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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0   |  발행일 2016-10-20 제13면   |  수정 2016-10-20
구름도 쉬어가는 ‘대감촌’…소우당 깊은 곳엔 ‘영남 제일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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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운마을 소우당은 안채보다 정원이 있는 별당이 더 유명하다. 부드러운 곡선미가 절경인 연못과 다양한 수석, 그리고 나무들이 운치를 더해 ‘영남 제일의 정원’으로 불린다.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해 병풍처럼 둘러놓은 돌비석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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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운마을 전경. 마을 뒤를 둘러싼 금성산의 수정계곡 아래 구름이 감도는 것이 보여 ‘산운마을’로 불린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살던 반촌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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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록정사는 영천이씨 입향조인 학동 이광준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건물로, 현판은 조선시대 서화가 표암 강세황의 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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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운마을의 유래와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산운생태공원. 공원에서는 마을자료관 관람을 비롯해 자연학습과 다양한 생태체험도 할 수 있다.
의성군 금성면 산운리. 산운(山雲)은 신라 때부터 부르던 마을 이름이다. 마을 뒤를 고즈넉하게 둘러싼 금성산의 수정계곡 아래 구름이 감도는 것이 보여 ‘산운마을’이라 했다고 전해진다. 조선 명종 때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학동 이광준이 이곳에 입향을 하면서 영천이씨의 집성촌이 되었다. 고택촌으로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살던 반촌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입향 시조로부터 내리 3대가 급제했고, 학자와 근대의 애국지사도 많이 배출했다. 이 마을이 대감촌 또는 양반마을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성·비봉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명당
학동 이광준 입향 후 3대가 과거급제
애국지사도 배출한 영천이씨 집성촌

이곳에 조상묘를 쓰면 만석꾼 되지만
주변은 3년간 가뭄 든다는 전설 전해

학록정사 회나무… 소우당 측백나무…
마을 곳곳엔 세월 간직한 古木 빼곡
폐교 활용한 산운생태공원도 볼거리


#1. 운곡당과 점우당 등 고가들 즐비

산운이란 멋진 이름이 참으로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마을로 들어서면서 한다. 금성산과 비봉산이 병풍처럼 뒤를 받쳐주는 게 한눈에 들어온다. 푸르스름하면서도 골격이 뚜렷하니 우뚝 솟은 금성산에는 때마침 흰 구름 한 자락이 걸려 있다. 이런 풍경 때문일까? 산운마을로 드니 아득한 시간을 거슬러오르는 듯 문득 조선조의 한 때인가 싶어진다. 오래된 기와집들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금성산은 금성면과 가음면에 걸쳐 있는 산. 해발 531m로 그리 높지는 않으나 백두산보다 더 오래된 화산 지형으로 알려져 있다. 중생대 백악기 (약 7천만 년 전)에 분출한 것이란다. 화산 폭발에 의해 형성된 화산분화구가 꺼져 내려앉은 칼데라 지형이다. 화산을 뿜어낸 지기의 거셈 때문인지 금성산 정상의 평지는 천하제일의 명당으로 꼽혀왔다. 이곳에 조상묘를 쓰면 당대의 만석꾼이 되지만 주변 지역은 3년간 가뭄이 든다는 전설도 전해온다. 1970년대만 해도 인근에 가뭄이 들면 주민들이 누가 묘를 쓰지 않았는지 확인하느라 정상 일대를 파 보곤 했다고 한다.

산운마을은 금성산과 비봉산(671m)을 병풍 삼아 위천이 감돌아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에 ‘선녀가 거울 앞에 앉아 머리를 빗는 절묘한 형국’이라고 풍수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풍수를 갖다 대지 않더라도 마을의 격이 예사롭지 않음이 대번에 느껴진다.

마을 초입의 학록정사에 먼저 들른다. 400년 된 회나무가 우뚝하니 이 마을의 위상을 제대로 대변하는 듯하다. 이외에도 마을 곳곳에는 회화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집안에 급제자가 생기거나 벼슬을 하게 되면 집 주위에 심었단다. 이 마을이 반촌임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학록정사는 영천이씨 입향조인 학동 이광준을 추모하기 위하여 영조 26년(1750)에 지었다. 지방유형문화재 242호로 조선 중기의 건축양식인 팔작지붕과 문틀 등이 당시의 원형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입구의 소시문을 지나 정사 안에 드니 먼저 금성산과 비봉산이 눈에 들어온다. 마당가에서도 그러하고, 정사의 마루에 앉아도 그 산들부터 보인다.

조선조의 걸출한 서화가 표암 강세황의 필적으로 새겨진 현판이 반듯하다. 정사 마루의 동쪽에는 ‘유의(由義)’, 서쪽에는 ‘거인(居仁)’이라 새긴 현액을 달았다. 인(仁)에 머물고, 의(義)를 따른다는 의미다. 정사는 제사의 기능과 교육의 기능을 같이하는 곳이다. 앞쪽의 큰 마루가 있는 집은 강학을 통해 후학들을 양성하고, 성리학의 논지가 지펴지던 공간이다. 뒤쪽의 재실인 광덕사는 이광준과 아들인 경정 이민성, 자암 이민환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학록정사 동쪽으로 난 길을 따라 마을로 든다. 주위의 논들은 황금색이다. 길가에는 쑥부쟁이들이 보랏빛 꽃을 바람에 하늘거린다. 참새가 후루룩 날아오르는 콩밭머리로 해서 마을 쪽으로 들면, 고가가 옹기종기 모인 마을 위로 낮은 언덕이 부드러운 능선을 그어놓은 게 정겹다. 30여 채의 고가가 마을을 이루는데, 집집마다 감이 붉은 등불을 조롱조롱 달았다.

토담을 끼고 안쪽으로 들어 운곡당부터 들른다. 경북도문화재 자료 374호로 지정되어 있는 운곡당은 영월부사였던 이희발이 세운 집이라고 한다. 안채와 사랑채, 사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채는 60여 년 전 고쳐 지었다. 사랑마당에서 안채로 드는 경계에 작은 벽이 하나 막아서는 게 특이하다. 외부인의 시선을 막기 위한 가벽으로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어서 점우당. 운곡당과 담이 맞붙어 있는 고택이다. 죽파 이장섭이 1900년에 지었다. 안채, 사랑채, 헛간채, 문간채로 구성되어 있다. 안채와 사랑채는 ‘ㄷ자형’을 이루고 있고 그 맞은편에 헛간채가 있어 ‘튼 ㅁ자형’ 구조를 보인다. 평면 구성이나 기법에서 독특한 점은 보이지 않지만 여러 세대가 함께 살던 모습을 살필 수 있다.

#2. 소우당 별당은 영남 제일의 정원으로 꼽혀

운곡당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와 ‘소우당’으로 든다. 현 소유자의 7대조인 소우 이가발이 19세기 초에 지었단다. 안채는 1880년대에 고쳐지었다. ㄱ자형의 안채와 ㄴ자형의 사랑채가 안마당을 감싸고 있다. 남쪽으로는 一자형의 문간채가 있고 그 서쪽에는 외측간이, 안채의 북서쪽에는 내측간이 있다. 안채의 서쪽에는 별도의 담장을 돌려 공간을 형성하고 그 안에 안 사랑채 또는 별당으로 불리는 건물을 배치한 게 특이하다.

특히 높은 담장을 둘러쳐 외부와 단절된 별당은 1천600㎡ 규모의 그윽한 후원으로 조성됐다. 연못까지 갖추었다. 작지만 안압지처럼 구불구불한 호안이 멋스럽다. 우리나라 지도를 연상케 한다. 수석들이 적절하게 놓이고 소나무, 상수리나무, 산수유나무, 대나무 등 각종 나무들이 배치됐다. ‘영남 제일의 정원’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하다. 한국식 전통 정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후원은 안채와 사랑채에서 각각 출입할 수 있도록 문을 두었다. 별당은 이가발 선생의 증손자가 지은 것이란다. 이가발 선생의 4세손이 중국에서 가져와 심은 100년 넘은 측백나무도 눈길을 끈다.

정원 한쪽 옆에 남근석을 꽂아두어 양기를 강화한 게 특이하다. 이 집에는 음기가 강해 남자들이 장수하지 못한다고 해서 비보책으로 조성한 것이란다. 또 남쪽으로부터 들어오는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해 여러 개의 돌비석을 병풍처럼 둘러놓았다. 소우당의 정원은 조선시대 정원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꼽힌다. 멋스러운 풍경을 담으려 사진작가들도 꽤 찾아온다.

#3. 자연학습장이자 쉼터인 산운 생태공원

산운마을을 나와 산운생태공원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산운생태공원은 의성군이 생물종이 다양하고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금성산과 비봉산 아래 2001년부터 5년간의 기본계획을 수립, 2006년 6월에 개관했다.

산운마을의 유래와 민속유물을 전시한 마을자료관, 야외 생태학습 및 공룡체험을 할 수 있는 생태공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그늘에서 쉬기도 하고, 운동도 한다. 자연학습 및 생태체험장에다 휴식공간으로 크게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산운마을과 인접해 운곡당, 소우당, 점우당 등 전통고가옥 현장체험을 함께 할 수 있다.

폐교를 매입해 생태관과 자연학습원을 겸비한 생태공원을 조성했다. 전시실과 마을자료관, 영상실, 강의실 등을 갖춘 생태관과 연못, 초가 정자, 징검다리 분수, 초화류 등을 식재한 생태연못과 잔디광장 등이 인기를 끈다.

글=이하석<시인·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고문>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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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군 금성면에서 춘산·가음 쪽으로 약 2㎞를 가면 금성산 입구 왼쪽에 산운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대중교통은 춘산면, 가음면 방면 버스가 운행(문의: 금성면 탑리버스정류장)된다. 고속도로는 중앙고속도로~의성IC 의성소방서 앞(국도, 10분 소요)~금성면 방면(지방도, 15분 소요)~가음면 방면(5분 소요)~산운리로 연결된다.

인근에 빙계 계곡이 있고 빙계서원, 국보 제77호인 탑리오층석탑, 천연기념물 제373호인 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화석지, 문익점면작기념비 등이 있다. 탑리리의 경덕왕릉을 비롯해 고분이 흩어져 있어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공동 기획 : 의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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