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복지·외교 등 6개 주제…‘마지막 승부’90분 불꽃공방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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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1 07:26  |  수정 2016-10-21 09:45  |  발행일 2016-10-21 제5면
트럼프, 선거결과 불복 시사
힐러리 “민주주의 부정말라”
악수도 인사도 안하고 퇴장
20161021

미국 대선후보인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앞선 2차례의 TV토론을 넘어서는 일대 난타전을 벌였다. 이민, 복지, 대법원 인사, 경제, 외교, 대통령 자질 6개 주제를 놓고 진행된 토론회는 틈만 나면 서로의 약점을 들춰내는 네거티브 전략으로 뒤덮였다. 근본적으로 상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분출되면서 ‘대선 불복’이 시사되기도 했다. 미 주요 언론은 1, 2차 토론회보다는 격차가 줄었지만, 이번에도 힐러리의 판정승이라고 분석했다. 미 대통령 선거일은 11월8일 화요일로, 2주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90분 내내 팽팽한 긴장이 이어졌다. 행여 결정적인 실수를 한다면, 만회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악수도 없었다. 트럼프는 ‘음담패설 녹음파일’ 이후 수세에 몰린 선거판을 뒤집기 위해 사활을 걸었고, 힐러리는 트럼프의 미숙한 정책발언들을 파고들었다.

트럼프는 결국 대선 패배 시 승복하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대선 결과에 승복하겠는가’라는 진행자(폭스뉴스 앵커인 크리스 월러스)의 질문에 “그때 가서 말하겠다. 계속 애를 태울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대선이 끝나면 미국은 다시 하나가 돼야 하는데 여기에 반대하느냐’고 거듭 질문하자, 트럼프는 또다시 “그때 가서 말하겠다"고 답했다. 미 언론은 트럼프가 사실상 대선 패배 시 승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부정직한 언론기관이 유권자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고 등록이 불가능한 수백만 명이 유권자로 등록한 상태"라며 “선거가 조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은 “트럼프는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항상 조작됐다고 주장한다”고 비난했다.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인 불법이민자 정책과 관련해 트럼프는 “강한 국경이 필요하다. 미국에 있는 나쁜 사람은 쫓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클린턴은 “트럼프의 이민정책은 미국을 갈라놓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총기 규제를 놓고 클린턴이 “총기소지 권리를 존중하지만 잘못된 허점을 메워야 한다"고 하자, 트럼프가 “수정헌법 2조(개인의 무기 소유와 휴대의 권리를 규정)를 지지할 수 있는 대법관을 임명하겠다. (내가) 전미총기협회(NRA)의 지지를 받은 게 자랑스럽다”고 맞받았다.

‘역대 최고의 비호감’으로 꼽히는 두 후보의 대통령 자질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토론장은 상대 험담으로 치달았다. 클린턴은 “핵 버튼을 누른 뒤 발사되는 데는 4분밖에 안 걸린다. 트럼프처럼 믿을 수 없는 사람이 (핵 버튼을 쥐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공격했다.

트럼프는 “200여 명의 군 장성이 저를 지지하고 있다. 클린턴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물러나지 않았다. 클린턴의 말을 자르며 “아주 끔찍한 여자"라고 퍼붓기도 했다.

클린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트럼프를 향해 “역사상 가장 위험한 대선후보"라고 깎아내렸고, 트럼프의 ‘러스트 벨트’(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 근로자 표심 구애 행태에 대해선 “악어의 눈물"이라고 꼬집었다. 두 후보는 토론이 끝난 후에도 악수는 물론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진행자에게만 손인사를 한 후 무대에서 내려왔다.

한편 이번 3차 TV토론의 승자는 민주당의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으로 나타났다. 미국 CNN 방송이 토론 직후 ORC와 공동으로 TV토론 시청자를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2%가 클린턴을 승자로 꼽았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승자로 택한 응답자는 39%에 그쳤다. 클린턴은 1∼3차 토론 후 CNN 방송의 여론조사에서 모두 승리했다. 그러나 두 후보 간의 격차는 점점 줄어 이날 가장 근소한 차로 좁혀졌다. 또 누가 더 준비된 대통령인 것 같으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59%가 클린턴을, 35%는 트럼프를 택했다. 누가 더 진실한 후보냐는 물음에선 트럼프가 47%의 지지를 받아 46%에 그친 클린턴을 간발의 차로 따돌렸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 신문과 NBC, 폭스 등 유력방송은 인터넷판 기사에서 트럼프의 대선 불복 시사 발언을 머리기사로 올리고 가장 비중 있게 다뤘다.

박재일기자 park11@yeongnam.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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