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재단 연기금 운용 ‘뒷거래’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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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1 07:22  |  수정 2016-10-21 07:22  |  발행일 2016-10-21 제6면
특정 증권사에 1600억원 투자
前 특감위원 17억 수수료 챙겨
기업체에 수백억 대출금 알선
회계사·중개인 등 무더기 기소

목사에게 퇴직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설립된 <재>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연금재단의 기금운영 과정에서 불법 금전거래가 오간 정황이 검찰수사 결과 드러났다. 그 중심에는 연금재단 특별감사위원, 공인회계사, 증권사 직원, 투자권유대행인, 무등록 대부중개업자 간 검은 뒷거래가 자리잡고 있었다.

대구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배종혁)는 20일 기금을 특정 증권사에 투자해 주는 대가로 거액의 수수료를 받아 챙긴 이 연금재단의 전(前) 특별감사위원 윤모씨(45)를 배임수재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재단기금 등을 기업체에 대출되도록 중개한 뒤 불법으로 수수료를 취득한 무등록 대부중개업자 장모씨(50)와 박모씨(44)를 각각 구속,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기금운영 과정에서 자신의 명의를 빌려준 김모씨(52) 등 투자권유대행인 5명과 이들과 공모해 수수료를 지급해 준 증권사 직원 이모씨(39), 재단 전(前) 준법감시인으로 일하면서 재단기금을 대출하며 무등록 대부중개업자에게 허위 자문 수수료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그 금액 일부를 받아챙긴 공인회계사 유모씨(59) 등 8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씨는 재단기금 감독 업무를 하는 특별감사위원으로 재직중이던 2012년 3∼10월 기금 1천600억원을 특정 증권사 2곳에 투자해주고, 증권사로부터 투자유치 수수료 명목으로 17억8천만원을 챙긴 혐의다. 그는 해당 증권사 지점에 등록된 투자권유 대행인들이 투자를 유치한 것처럼 위장해 수수료를 타낸 뒤 이 중 70%가량을 챙긴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구속기소된 무등록 대부중개업자 장씨는 연금재단과의 인맥을 이용, 지난해 3월 재단 기금 100억원과 금융기관 자금 225억원이 기업체에 대출되도록 알선하고, 이 중 7억7천800만원을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불법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인회계사 유씨는 2012년 12월 재단 준법감시인으로 일하면서 재단기금 132억원을 자신이 감사로 있던 코스닥 상장사에 대출되는 과정에서 윤씨의 부탁을 받고 자문수수료 1억1천만원을 지급받도록 해주면서 대가로 수수료 5천만원을 전달받은 혐의다. 검찰은 불법취득한 범죄수익에 대해 전액 추징보전 조치했다.

배종혁 특수부장은 “이 연금재단은 종교단체이면서도 설립목적·기금규모에 비춰, 금융기관에 준할 정도의 투명성이 요구된다”면서 “하지만 공정한 업무수행을 감독해야 할 재단 특별감사위원과 준법감시인 등이 은밀하게 금품을 주고받은 사실이 이번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재>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연금재단=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소속 목사들이 매월 낸 돈으로 기금을 조성, 이들이 퇴직 시 연금을 지급할 목적으로 1989년 설립됐다. 올 8월 기준으로 1만3천800명이 가입돼 있고, 기금 규모는 3천766억원에 이른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에는 2015년 12월말 기준으로 8천843개 교회(교인 278만명)가 소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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