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 환자 긴급이송 ‘골든타임’에 보호자더러 응급차 구하라는 병원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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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1 07:24  |  수정 2016-10-21 07:24  |  발행일 2016-10-21 제6면
[독자와 함께 !] 노인성질환 입원자 결국 숨져

지난달 말 대구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아버지를 여읜 배준우씨(47)는 아직까지도 허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병원의 무책임한 태도로 손 한번 못 써보고 아버지를 보냈다는 자책감 때문이다. 배씨의 아버지는 흡인성 폐렴, 당뇨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었다. ‘환자의 상태가 위급할 경우 대학병원으로 이송한다’는 요양병원의 요구에 동의도 한 상태. 하지만 골든타임 안에 환자를 이송해야 할 ‘응급차’가 발목을 잡았다.

사연은 이렇다. 환자가 위독해지자 병원은 배씨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응급차를 구하라. 병원 앰뷸런스는 예약이 돼 있어 사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는 것. 그는 “1초도 아까운 골든타임 안에 어떻게 응급차를 쉽게 찾을 수 있겠느냐. 119라도 불러달라는 애원에도 병원측은 ‘119는 병원에서 부르면 오지 않는다. 보호자가 오지 않으면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도 진료를 볼 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결국 배씨가 병원에 도착했을 땐 아버지는 이미 운명한 뒤였다. 예약이 돼 있다며 사용을 못하게 한 병원 응급차는 그대로 서 있었다.

장례가 끝난 뒤 배씨의 항의에 병원측은 “우리 병원 앰뷸런스는 사용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배씨는 “아버지 죽음의 책임 소재를 따지려는 게 아니다. 환자가 위독한 상황에서 가족에게 ‘직접 응급차를 구하라’ ‘보호자가 동행하지 않으면 진료를 볼 수 없다’고 하는 게 병원이 할 소리냐”며 격분했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당시 의료진은 대학병원으로의 이송 대신 우리 병원에서 진료를 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골든타임 안에 인공호흡을 비롯한 최선의 조치를 다했다. 자동제세동기가 구비돼 있지 않은 일반 앰뷸런스로는 응급 환자에게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다. 만약 이송하는 과정에서 사망했다면 그 때도 유족측이 문제를 제기하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응급의료법 제11조 1항에는 ‘해당 기관의 의료능력으로 응급환자에 대해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지체없이 치료가 가능한 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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