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탐진강 대물 쏘가리 찾아 1박2일

  • 월간낚시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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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1   |  발행일 2016-10-21 제38면   |  수정 2016-10-21
전날 그리 애태우더니…빗줄기 속 배웅하듯 ‘줄입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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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반리 마을 앞 여울. 수심이 꽤 깊다. 게다가 아직 마름이 삭지 않아 채비 걸림이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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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읍을 관통하는 24번 국도 부산교 아래 여울에서 확인한 4짜 후반급 쏘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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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읍 소재지에서 가까운 연산리 연산교 하류 연안에서 물속 돌 틈을 노려 30㎝ 중반급 쏘가리를 걸어내고 있다.

올 봄 500원 크기 매화紋 쏘가리 정보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달말 새벽 출조
장흥읍서 1.5㎞ 북서쪽의 부산교 아래
먼저 온 가이드 이미 4짜 후반 씨알 손맛

장흥댐 하류 생태공원교는 배스 입질뿐
용반리선 삭지않은 말풀에 랜딩도 곤란
갈대숲 살모사에 기겁…다시 연산리로
이날 석양 마지막 캐스팅서 4짜급 덜컥

전남 장흥군 유치면 국사봉에서 발원한 물이 남쪽으로 흘러 부산면·장흥읍을 관통해서 남해 강진만으로 들어가는 물줄기.

탐진강은 사실 낚시터로서의 정보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다. 나 역시 한때 붕어낚시 취재를 위해 장흥을 자주 찾긴 했으나 대부분 저수지 낚시터만 둘러봤다. 수동지, 지정지, 목단지, 포항지 등은 지금도 월척급 씨알이 잘 낚이는 대형붕어낚시터로 이름이 자자한 곳. 강진만과 붙어있는 사초호(사내호)도 겨울 월척터로 자주 찾곤 했으나 그 상류 물줄기, 즉 탐진강은 아직 한 번도 제대로 탐사를 해 본 적이 없었다.

◆대물쏘가리를 보았다

내 취재파일에 없던 그 탐진강이 레이더에 잡힌 건 지난 봄이었다. 3월인지 4월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그즈음 박경익 다이와 솔트루어 필드스태프가 자신에게 온 카톡 메신저 사진을 나에게 보여줬다. 쏘가리 사진이었다. 그것도 그냥 쏘가리가 아니었다. 50~60㎝급 대형 쏘가리였다. 아름다운 매화무늬가 선명한, 500원짜리 동전만 한 매화무늬 쏘가리였다.

“탐진강에서 지금 이런 놈들이 낚인다네요.”

엄청난 정보였다. 카메라를 들고 바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너무 먼 곳이기도 하거니와 포인트 정보가 전혀 없었다. 게다가 막 봄 시즌이 펼쳐지고 있을 때라 장흥 말고도 가봐야 할 곳이 천지였다. 그렇게 나는 탐진강을 한편에 밀어둔 채 여름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 9월 초. 한국다이와 김종필 마케팅 과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쏘가리 낚시를 해보려 한다는 것. 추석연휴를 보내고 일주일 후 김종필 과장의 취재요청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가까운 임진강을 염두에 뒀다. 그러나 임진강 쏘가리는 10월이면 이미 끝물. 좀 멀어도 이왕이면 탐진강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고, 마침내 지난달 27일 새벽에 길을 나섰다. 물론 무작정 나선 건 아니었다. 우리는 탐진강 쏘가리 포인트를 안내해 줄 가이드를 미리 확보해 두었다.

오전 10시. 우리는 장흥읍에서 1.5㎞ 정도 북서쪽에 있는 부산교 아래 탐진강 연안에서 강호형씨(제이에스 컴퍼니 배스 필드스태프)를 만났다. 장흥읍에서 마량포구 쪽으로 내려가는 23번 국도가 강줄기 위를 지나가는 곳. 경기도 용인에 사는 강씨는 우리보다 먼저 와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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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 바위틈에서 4짜 후반급 확인

반가웠던 건 그보다 그가 이날 오전 7시쯤 낚아놓은 4짜 후반급 씨알의 쏘가리였다. 물줄기가 크게 휘어 돌아나가면서 소(沼)가 형성된 곳. 거기 수면 위로 올라온 바위 뒤에서 입질을 받았다고 한다.

“계속 배스 입질을 받아내다가 한 마리 걸었네요.”

배스낚시꾼인 강씨가 탐진강 쏘가리를 알게 된 것 또한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그는 매년 초봄에 영암호나 금호호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면 탐진강까지 넘어오곤 하는데, 그때마다 탐진강 포인트 곳곳에서 씨알 좋은 쏘가리를 낚았던 것. 김 과장은 강씨가 낚아낸 자리를 노려 몇 차례 미노를 날려본다. 그러나 배스의 입질뿐. 우리는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강씨의 안내에 따라 포인트를 옮겼다. 장흥읍 쪽으로 좀 더 내려간 곳. 연산리 연산교 부근의 장흥읍소재지에서 가까운, 어찌 보면 동네낚시터 같은 포인트였다. 건너편에는 나무로 짠 난간이 보이는 걸로 봐서는 강변산책로 같았다. 붕어낚시를 하고 있는 현지꾼 서너 명이 있다. 연안으로 내려가서 물속을 보니 드문드문 큰 돌이 눈에 띈다.

“저 돌과 돌 사이에서 입질이 옵니다. 아마 저기가 쏘가리의 은신처 같아요.”

강씨의 말은 사실이었다. 김 과장이 날린 미노에 바로 입질을 했다. 30㎝ 중반 씨알의 쏘가리다. 그러나 그걸로 끝. 한 시간 정도 더 노려봤으나 더 이상의 입질을 받을 수는 없었다.

◆살모사 나타난 용반리 여울

이번에 찾아간 곳은 장흥댐 하류. 심천 오토캠핑장 아래 연안이다. 장흥읍에서 북쪽, 나주로 가는 23번 국도변. 심천 생태문화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생태공원교를 건너 왼쪽 연안으로 내려갔다. 생태공원교 상류, 즉 장흥댐 쪽은 낚시금지구역이다.

생태공원교 하류는 직벽지대다. 제법 수심이 깊고 물 흐름이 거의 없는 곳. 아마 한여름이라면 시원한 입질을 받을 수 있는 자리였을 거다. 그러나 이날 여기서는 몇 차례의 배스 입질뿐.

장흥댐 하류를 빠져나온 우리는 다시 남쪽으로 내려갔다. 오른쪽 용반교를 건너 용반리 마을 입구에 차를 세웠다. 강씨가 강 제방을 넘어 사람 키보다 훨씬 높은 갈대숲을 헤치고 앞서 나간다. 없는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갈대와 잡풀로 엉킨 풀숲을 헤치고 나가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다. 어렵사리 도착한 연안. 한두 발짝 물속으로 들어가는데, 물이 허리까지 올라온다. 수심이 꽤 깊다. 강폭은 30m 정도. 저 건너편 바위까지 채비를 날리면 뭐라도 입질을 할 것 같은데, 더 이상의 진입은 어려운 상황. 게다가 수면 위까지 자라 빽빽한 말풀은 아직 채 삭지 않고 있다. 이런 여건이라면 설령 쏘가리 입질을 받는다 해도 랜딩이 거의 불가능하다.

차를 둔 곳까지 돌아 나오는 길. 우리는 연안으로 내려올 때 뚫어놨던 길을 잃었다. 영 엉뚱한 곳으로 다시 키 큰 갈대와 빽빽한 숲을 헤치고 나가는데,

“헉~! 살모사다.”

앞서 가던 강씨가 기겁을 한다. 똬리를 튼 가을 살모사 한 마리가 우리 앞을 막고는 볕을 쬐고 있다. 뒤로 돌아 다시 강으로 들어가서 연안을 따라 더듬더듬 헤맨 끝에 우리는 처음 강가까지 뚫고 내려온 숲길을 찾았다.

시간이 얼마 없다. 우리는 그나마 쏘가리의 소재를 파악했던 연산리 연안으로 돌아갔다.

“여기서 해 질 때까지만 해봅시다.”

◆연산리 여울에서 마릿수 쾌거

다음 날은 비 예보가 있다. ‘구라청’ 정보라지만 안 믿을 수 없는 노릇. 오늘 승부를 봐야 했다. 맞은편 강 연안에는 아직 현지 붕어꾼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김 과장은 좀 전에 쏘가리를 낚았던 그 물속 바위와 바위 사이를 겨냥해서 미노를 날린다. 쉽지 않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하늘은 어두워진다. 미련을 버려야 하나.

“저녁 먹고 쉬는 게 어떨까요? 비가 많이 안 오면 내일 아침 일찍 다시 한 번 해 보고….”

나는 카메라 장비를 정리하면서 김 과장에게 철수를 종용한다.

“그래야겠네요. 한 번만 더 던져 보고요.”

그런데 이날 김 과장의 이 마지막 캐스팅에 4짜급 쏘가리가 낚였다. 느슨해진 원줄을 다시 팽팽하게 릴에 감을 겸 최대한 멀리 던져 빠르게 리트리브를 한 액션에 덜컥 4짜 탐진강 쏘가리가 모습을 드러낸 거다. 이때가 오후 6시15분. 짧은 가을해가 막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다음 날 오전 6시. 장흥읍내 모텔에서 잠을 깬 후 창을 열어보니 강이 보인다. 그 강 수면이 튀고 있다. 비가 내린다. 빗줄기가 제법 굵다. 나는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오전 9시. 빗방울이 가늘어지더니 비가 그친다. 이렇게 되면 그냥 서울로 올라가기는 섭섭해진다.

“두어 시간만 해 볼까요?”

어제 저녁 그 자리. 가는 빗줄기가 오다 긋기를 반복한다. 김 과장의 낚싯대도 휘었다 펴지기를 반복한다. 어제 그렇게 우리 애를 태우던 탐진강 쏘가리가 지금 줄입질을 하고 있다.

월간낚시21 기자·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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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삼합 <영남일보 DB>

장흥에 가면 입맛부터 챙기자

한우+표고버섯+키조개…‘장흥삼합’ 환상궁합


‘삼합’하면 떠오르는 건 아마 ‘홍어삼합’일 게다. 잘 삭힌 홍어와 묵은 김치, 그리고 삶은 돼지고기와의 궁합.

그런데 장흥에도 삼합이 있다. 전남 장흥으로 낚시를 가게 된다면 꼭 한 번 맛봐야 할 음식이 바로 이 ‘장흥삼합’이다. 장흥삼합은 홍어 대신 한우, 묵은 김치 대신 표고버섯, 삶은 돼지고기 대신 키조개다. 한우를 구워 먹되, 여기에 지역 특산물인 표고버섯과 키조개를 같이 먹는다.

부드러운 한우의 살이 표고버섯의 향과 잘 어울리고, 여기에 식감 좋은 키조개 살이 제대로 씹힌다. 삭힌 홍어를 잘 먹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홍어삼합 대신 장흥삼합이 어울릴 터.

장흥읍내 토요시장에 가면 거의 모든 식당이 장흥삼합집이다. 부위별로 진열된 고기를 사서 식당으로 가져간 후 상차림 요금(1인 3천원 정도)을 내면 표고버섯·키조개 살과 함께 구워 먹을 수 있다. 한우는 부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꽃등심 300g에 3만원 정도로 비싸지 않다.

월간낚시21 기자·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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