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어선 北서 싹쓸이 조업…울릉도 오징어 씨 말랐다

  • 정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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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4 07:20  |  수정 2016-10-24 07:20  |  발행일 2016-10-24 제2면
1천여척이 南下 길목서 가로채
올해 어획량 2년 전의 10분의 1
불법조업에 동해 생태계 위협
공급 부족하자 가격 70% 급등
中어선 北서 싹쓸이 조업…울릉도 오징어 씨 말랐다

울릉도 대표 어종인 오징어의 어획량이 크게 줄어 어민과 상인이 울상이다. 수산업계 관계자들은 동해상에서 남하하는 오징어를 중국어선들이 북한 수역에서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울릉도 오징어는 대개 9월 말 성어기로 접어들어 10~12월 석 달간 조업한다. 최근 성어기가 시작됐지만 출어한 어선들은 밤샘 조업에도 10~20여축(1축 20마리)을 잡는 데 그쳐 기름값 충당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어선 한 척당 100~300여축의 물오징어를 잡아오던 것에 비하면 어획량은 심각한 수준이다.

오징어 최대 산지인 울릉도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같은 현상은 북한 수역을 거의 점령하다시피 하면서 싹쓸이하는 중국어선 때문이다. 수산업계 한 종사자는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은 서해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10월 이맘때면 엄청난 오징어떼가 겨울을 나기 위해 남하하지만 중국 어선들이 이동 길목인 북한 해역에서 우리 어선보다 8배 이상 밝은 조명을 켜고 오징어를 먼저 가로채 싹쓸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 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은 2004년 140여척에서 2014년 1천904척으로 13배 이상 늘어났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도 1천128척이 북한수역에 진출해 이 중 729척이 남아 조업 중이다. 반면 울릉도의 우리 채낚기어선은 170여 척 중 고작 40여 척만 출어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두 대의 선박이 한 조를 이뤄 촘촘한 그물로 바다 밑바닥을 훑는 일명 ‘쌍끌이’ 조업을 강행해 동해 생태계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중국 어선 두 대가 쌍끌이로 얻는 어획량은 우리 선박 10~20척 조업량과 맞먹는다.

또 우리 선박은 40룩스 이내로만 조명을 밝혀 오징어를 유도하지만 중국 어선들은 이보다 8배 밝은 320룩스로 불법 조업해 사실상 동해안 오징어의 씨를 말리고 있다. 이에 따라 2009년 5천4t 잡혔던 울릉도의 오징어 어획량은 2010년 2천898t으로 급감했고, 2014년엔 2천33t으로 5년 만에 반토막났다. 특히 올해는 23일까지 오징어 어획량이 겨우 211t에 머물러 ‘울릉도 오징어’란 말이 무색한 지경이다. 상황이 이렇자 오징어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최근 울릉수협 위판장에서 거래되는 물오징어 최고 가격은 한 축당 5만원을 넘기고 있다. 이는 지난해 평균 3만원보다 70% 가까이 오른 것이다.

오징어가 잡히지 않자 주민 생활도 타격을 받고 있다. 인건비가 없어 한국인 선원을 구하지 못하자 울릉도 앞바다에 외국인 선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예 1인 선장으로 활동하는 이도 있다. 45년째 오징어잡이를 하고 있는 선장 이모씨(63·울릉읍)는 “3~4명이던 선원을 모두 내보내고 3년 전부터 혼자 배를 탄다”고 했다. 그는 “45년을 바닷사람으로 살았는데 최근 5년 새 1억원 이상 빚을 졌다”며 “1년에 1천만원 벌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울릉=정용태기자 jy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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