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예술의 혼-간송미술관 .1] 가치와 간송의 삶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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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4 07:24  |  수정 2016-10-24 07:24  |  발행일 2016-10-24 제3면
국보 12·보물 10점 포함 ‘민족의 혼과 자긍심’ 1만여점 소장
[민족예술의 혼-간송미술관 .1] 가치와 간송의 삶
정선의 ‘인곡유거’와 ‘청풍계’
[민족예술의 혼-간송미술관 .1] 가치와 간송의 삶
1938년에 건립된 보화각 모습.
[민족예술의 혼-간송미술관 .1] 가치와 간송의 삶

대구시가 간송미술관의 대구 유치에 적극 나섬에 따라 간송미술관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간송미술관은 어떤 미술관이고 가치있는 미술작품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을까. ‘민족예술의 혼- 간송미술관’ 시리즈에서는 3회에 걸쳐 간송미술관의 가치와 간송미술관이 대구문화계를 포함해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 앞으로의 간송미술관 추진 계획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1938년 ‘보화각’이름으로 개관
겸재의 작품·훈민정음 해례본…
현재 가치로 1200억 준 청자 20점
격동의 시기에도 민족문화 지켜


#간송미술관의 건립과정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 있는 간송미술관은 간송 전형필이 서화(書畵), 자기(瓷器), 불상(佛像), 불구(佛具), 전적(典籍), 와당(瓦當) 등의 광범위한 수장품을 중심으로 1938년에 문을 연 미술관이다. 한국 최초의 근대 건축가인 박길룡이 설계했으며 ‘빛나는 보물을 모아둔 집’이라는 의미의 보화각(華閣)으로 개관했다. 66년에 보화각을 현재의 간송미술관으로 명칭을 바꿨다.

68년부터는 간송미술관과 한국민족미술연구소로 재편해 운영했다. 한국민족미술연구소는 간송의 장남 전성우, 차남 전영우, 혜곡 최순우, 삼불 김원룡, 초우 황수영, 수묵 진홍섭, 가헌 최완수 등이 주축이 돼 설립했으며 간송 컬렉션 정리와 연구작업을 체계화해 고서화 연구의 허브 역할을 했다. 이러한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해 71년 첫 전시로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전’을 열었으며 이후로 매년 봄과 가을 2차례 전시를 열고 있다.

2013년에는 비영리공익법인으로 학술연구재단인 간송미술문화재단을 설립했다. 간송미술문화재단에서는 간송 컬렉션에 대한 보존, 정리 및 연구활동을 벌이고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한 학술 연구 및 관련사업도 펼쳐왔다. 이외에 출판물 발간 및 국내외 전시, 문화예술분야의 인재 양성 및 장학사업, 교육·학술·문화·언론 단체의 사업지원 등도 벌이고 있다.

# 간송미술관의 소장품

간송미술관에는 민족자긍심을 높이는 소중한 콘텐츠가 많다. 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귀중한 가치를 지닌 문화재도 많이 소장하고 있다. 국보 12점, 보물 10점, 서울시 지정문화재 4점 등을 포함해 1만여 점에 이른다. 훈민정음 원본인 ‘훈민정음 해례본’, 혜원(蕙園) 신윤복의 민속화첩, 겸재(謙齋) 정선과 단원(檀園) 김홍도의 명화, 추사(秋史) 김정희의 명필,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 등 청자, 백자의 명품도 다수 소장하고 있다.

△국보= 제65호 청자기린유개향로, 제66호 청자상감유죽연로원앙문정병,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 제71호 동국정운, 제72호 금동계미명삼존볼, 제73호 금동삼존불감, 제74호 청자압형수적, 제135호 혜원풍속도, 제149호 동래선생 교정부사상절, 제270호 청자모자원형연적, 제294호 청화백자청사진사국화문병

△보물= 제238호 백자박산향로, 제283호 금보, 제284호 금동여래입상, 제285호 금동보살입상, 제286호 청자상감포도동자문매병, 제287호 분청사기박지철채연화문병, 제348호 분청사기상감모란문반합, 제349호 청자상감모자합, 제579호 괴산외사리석조부도, 제580호 전문경오층석탑

△기타 소장품= 서울유형문화재 제28호 삼층석탑, 서울유형문화재 제29호 석조팔각부도, 서울유형문화재 제30호 석조미륵불상, 서울유형문화재 제31호 석조비로자나불상, 신윤복의 단오도·미인도·월야밀회, 신사임당의 포도, 김정희 수식득격, 김득신의 파적도, 정선의 귀래정, 장승업의 귀거래도

#소장품 일화도 눈길 끌어

간송은 이들 문화재를 소장하면서 많은 일화를 남겼다. 간송이 우리의 문화와 국가를 얼마나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일화도 많다.

국보 제70호인 훈민정음 해례본에 얽힌 일화가 특히 유명하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을 창제한 이유와 글자를 만든 원리 및 사용법 등을 수록한 훈민정음 해설서이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다. 이는 세종대왕이 광산김씨 문중에 여진 정벌의 공로를 치하하는 의미로 내린 서책이다. 종가의 긍구당 서고에 보관되던 가보로 광산김씨 문중 사위였던 이용준이 안동 자택에 옮겨 보관하고 있는 것을 입수했다. 이 과정에 국문학자인 김태준이 거간 역할을 했으며 상대가 제시한 액수(1천원)의 11배인 1만1천원에 구입했다.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국보 제68호)은 일본인 수장가 마에다 사이치로에게서 2만원(당시 기와집 한 채 1천원, 쌀 한 가마니 16원)에 구입했다.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 화첩인 혜원전신첩(국보 제135호)은 한양의 기와집 25채 값인 2만5천원에 입수했다.

영국 변호사 존 개스비가 가지고 있던 고려청자를 입수한 일화도 잘 알려져 있다. 논 1만 마지기를 처분해 40만원(현재 약 1천200억원)에 청자 20점을 구입했다. 그중 7점이 국보와 보물로 지정됐다.

겸재 정선이 72세 때 금강산 일대를 둘러보고 남긴 작품인 해악전신첩의 경우, 친일파 손병준의 집에서 불쏘시개로 쓰려던 화첩을 구입했다. 이 소장품은 겸재 정선에 대한 연구의 물꼬를 트게 한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이다. 간송미술관은 현재 겸재의 서화를 국립중앙박물관보다도 더 많은 161점 소장하고 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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