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자존심과 자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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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4 07:19  |  수정 2016-10-24 07:20  |  발행일 2016-10-24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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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보 <대구 성서중 교감>

우리 사회에서 아이의 학교 석차가 곧 부모의 자존심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아이가 좋은 성적을 받아 오면 자신이 아이를 잘 기른 부모라는 긍지를 갖고, 성적이 떨어지면 부모 자신도 위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부모의 자존심이 개입되지 않더라도 모든 부모는 순수하게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최고의 교육과 음식, 옷, 주거 환경 등을 제공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 아이를 통해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는 보상 심리가 있음도 사실이다. 두 아이가 20대인 나 역시 아직까지 그러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엄마의 뜻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마다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나에게 그럴 수 있어” 하며 화를 낸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문제가 생겨 방문하는 학부모 중에는 “해달라는 거 다 해줬는데…” “우리 애는 아직 중학생밖에 안 되어서…” “내가 직장을 다니다 보니…” “엄마가 말할게, 너는 가만히 있어” 등등의 말들을 많이 한다. 부모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거나 아이들의 자존감을 누르는 말들이다.

비슷한 용어 같은데도 자존감은 아이들 몫, 자존심은 부모 몫으로 나뉘어 쓰이는 느낌이 든다. 자아존중감, 즉 자존감과 자존심은 자신에 대한 긍정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자존감은 타인의 태도와는 무관하게 나 자신이 흔들리지 않고 자기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대한 긍정’을 뜻하고, 자존심은 타인이 나를 소중하게 여겨주기를 바라는 마음, 즉 타자와의 관계 또는 ‘경쟁 속에서의 긍정’을 뜻하는 등의 차이가 있다.

신체적, 경험적, 경제적 강자인 부모는 자신이 원하는 틀 속에서 아이가 성장하기를 소망한다. 때로는 나를 돌아보지 않고 타인의 존경만을 바라는 자존심 때문에 잘못된 행동을 하는 내 아이 앞에서 부모의 권한을 동원해 자녀를 굴복시키려 들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아이는 분노와 반항, 침묵, 갈등 등 마음의 상처를 입으며 성장한다. 사랑은 상대방을 감동시키지만, 사랑을 가장한 부모의 끝없는 욕심은 오히려 아이를 혼란과 부조리의 세계로 내몬다. 아이들은 엄마의 자존심 지킴이가 아니다.

모든 동물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어미에게서 벗어나 자립할 준비를 한다. 문제는 자립에 걸리는 시간이다. 대부분의 동물은 태어난 지 하루 만에 두 발로 걷지만 인간은 그야말로 혼자 일어서는 데만 1년이 걸리고, 최소한 10년 이상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 자립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도 동물인지라 생존 본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더욱이 후천적으로 역경을 극복하는 능력이 길러지기 때문에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훌륭하게 자기 앞길을 잘 헤쳐 나간다. 그런데 부모는 자녀의 이런 능력을 무시하고, 자녀가 자립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도 마음을 놓지 못해 끊임없이 간섭하고 자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든다.

아이들보다 도리어 부모가 자존감을 되찾아야 할 때이다. 아이들로 자신의 열등감을 숨기려고 하는 ‘자존심’을 버리고 부모로서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로 인해 미리 좌절하지 말고 무기력, 열등감, 미루기와 회피하기, 예민함을 버리고, 그들을 원하고 받아들여 그들과의 관계를 지속시키는 마음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부모의 자존감을 회복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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