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농산물 직거래

  • 남해길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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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6   |  발행일 2016-10-26 제14면   |  수정 2016-10-26
저렴하게 사고 싶은 소비자 제값 받고 싶은 생산자 갈등
[시민기자 세상보기] 농산물 직거래

최근 도시의 한 교회로부터 청송고추 6천㎏(1만근) 매입을 위한 중재를 요청받은 적이 있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바자회에 쓸 물량과 교인들이 먹을, 일종의 공동구매 차원이었다. 매입자 측에서는 대량구매라서 당연히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농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도시 시장에서 받는 가격 그대로 구매해 주기를 바랐다. 가격 조정을 위해 몇 차례에 걸쳐 중재에 나섰지만 결국 협상은 불발됐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시골길을 가다보면 도로변에 ‘농산물 직거래 판매’라는 현수막 또는 허름한 입간판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직거래 판매란 무엇인가. 소비자와 생산자가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그 만큼의 유통마진을 서로 나눠 갖겠다는 취지가 아니겠는가. 소비자는 산지 가격이 당연히 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생산자 입장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도시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알고 있기에 그 만큼의 가격을 받는 것과 소위 산지 가격과의 차이에서 오는 손실을 감수하는 것은 ‘눈을 떠도 코 베어 간다’고 생각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농산물 판매라고 하는 것은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다. 농약·퇴비·비료·인건비 등을 제하고 나면 막상 손에 쥐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더구나 해마다 누적되어 온 부채를 감안하면 농산물 가격에 대해 쉽사리 물러서기 어려운 입장도 이해가 된다.

요즘 각 지역마다 축제가 한창이다. 청송사과축제도 11월초로 예정돼 있다. 그런데 축제를 다녀 온 도시민 상당수는 이런 말을 곧잘 한다. ‘산지가 더 비싸다’ ‘축제가 축제같지 않고 장사판이다’ ‘농부가 순박하다는 말은 이제 옛말인 것 같다’ 등등. 사실 이런 종류의 말들은 어제 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농민의 마음을 상인의 마음으로 물들게 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이른바‘김영란법(부정청탁방지법)’으로 농촌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방법을 찾는 축제가 되길 기대해 본다.

남해길 시민기자 nhk67@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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