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리치로드의 추억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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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6   |  발행일 2016-10-26 제31면   |  수정 2016-10-26

2010년쯤이었다. 영남일보가 부설기관으로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을 개원하면서 ‘리치로드(Rich Road) 탐방’이라는 프로그램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 삼성그룹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회장의 자취를 찾아 떠나는 여행 상품이었다. 프로그램을 론칭한 그해가 마침 호암 탄생 100주년이 되던 해이기도 했다. 탐방은 호암의 생가가 있는 경남 의령에서 삼성의 발상지인 대구를 잇는 코스로 구성됐다. 글로벌 삼성의 초석을 다진 호암의 기업가 정신과 도전 정신을 배우자는 취지였다. 리치로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부자 기운을 받는다’는 흥미성도 곁들여졌다.

당시 탐방은 대구는 물론 경남 의령에서도 화제가 됐다. 무엇보다 의령군의 관심이 높았다. 탐방에 나설 때마다 의령군의 공무원들이 마중을 나와 손님을 맞이할 정도였다. 당시 의령군수는 “어떻게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생각을 했는지 놀랍다”며 영남일보에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리치로드 탐방은 이후 1년여 동안 진행되다 중단됐다. 영남일보 단독으로 계속 추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영남일보는 리치로드 탐방이 자생력을 가져 대구의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이후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콘텐츠를 보완하고 더욱 발전시키길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는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다. 호암탄생 100주년이었던 그해, 대구시는 삼성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리치로드에 대한 관심도 대단했지만 후속사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리치로드는 기억 저편에 물러나 이제는 추억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의령군은 달랐다. 영남일보의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부잣길’이라는 상품을 전격적으로 내놓았다. 기존 리치로드 구간에 새로운 코스를 더해 콘텐츠를 보강했다. 코레일과 협약을 맺고 국내는 물론 중국인 관광객까지 끌어 모으고 있다. 덩달아 부잣길 주변 동네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최근 들어서는 의령뿐만 아니라 경남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지금은 추억이 된 프로그램이지만, 여전히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당시 대구시도 의령군처럼 콘텐츠를 보강하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켰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백승운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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