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위치 파악하는 통신 기술…“다양한 제품 정보 제공…매장 밖에서 주문하고 결제는 자동”

  • 김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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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7 08:02  |  수정 2016-10-27 10:37  |  발행일 2016-10-27 제19면
디지털 점원 ‘비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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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콘을 활용한 앱을 통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물건 정보를 받아 볼 수 있으며 자세한 정보를 선택하면 할인혜택도 받아 볼 수 있다.

근거리 고객에 폰으로 정보 전달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 첫 도입
밖에서 주문 서비스 빨라져 장점
경북대병원 길찾기 서비스 인기


“지금부터 할인행사 시작합니다.” 매장에서 이런 안내방송이 들리면 귀가 쫑긋해진다. 얼른 쇼핑카트를 몰고 세일하는 곳으로 달려 나간다. 다른 고객과의 가벼운 몸싸움도 불사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구입하기는 쉽지 않다. 앞으로 ‘비콘(Beacon)’ 기술이 널리 활용되면 할인 정보를 방송으로 알리거나, 또 고객 역시 이를 듣고 뛰어갈 일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주변의 특정 고객에게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각종 정보를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콘은 저전력 블루투스를 통해 고객 위치를 파악하는 근거리 통신 기술이다. 최대 50m 떨어진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 최근 유통업계를 시작으로 의료, 관광산업 등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비콘은 2013년 애플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블루투스 4.0버전인 블루투스LE(Low Energy) 때문이다. 종전의 블루투스 버전은 전력 효율이 낮고 동시에 연결 가능한 기기 대수에 제한이 있었다. 블루투스 4.0은 동전 모양의 배터리 하나로 1년 이상 사용 가능하며,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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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비콘 전문회사인 에스티모테가 선보인 비콘을 옷걸이에 설치하고 옷을 선택하면 관련 정보를 앱으로 볼 수 있다. <에스티모테 제공>

기기 수 역시 제한이 없다. 다수의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활용도가 높아진 것이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은 2014년 2분기 3조1천930억원 규모에서 2015년 2분기 5조7천2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최근 모바일 결제,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비콘은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똑똑한 디지털 점원

비콘은 고객을 불러 모으는 점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비콘을 설치하면 가게 앞에 지나는 사람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세일 정보를 알려줄 수 있기 때문. 고객이 해당 정보를 보고 가게에 들어오면 할인쿠폰을 보내줘 구매를 유도한다. 또 고객이 어느 판매대에 있는지를 파악해 바로 앞에 있는 물건을 구입하면 포인트 추가 적립을 할 수 있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낸다.

비콘은 정보나 할인 쿠폰을 보내주는 것을 넘어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를 활용한 대표적 서비스는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이다. 사이렌 오더는 스타벅스 모바일 앱을 통해 매장이 아닌 곳에서도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서비스 시작 초기엔 매장을 방문한 이후 주문 전송이 가능했지만, 올 2월부터는 매장 반경 2㎞에서 주문이 가능하다. 모바일을 통해 주문을 하고 매장에 들어서면 설치된 비콘이 이를 인식해 직원에게 전달하고, 직원은 바로 음료를 만든다는 것이다. 시간이 단축돼 빠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2014년 5월 전세계 스타벅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작된 이 서비스는 2년5개월 만에 주문 1천만건을 돌파했다.

또 비콘을 이용하면 매장에 들어오는 고객의 과거 쇼핑기록과 같은 데이터베이스에 연결해 자주 구입하는 물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비콘을 옷걸이에 부착하면, 고객이 옷걸이에 걸린 옷을 손에 들었을 때 이와 어울리는 코디를 추천하는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비콘이 최소 5㎝ 사이의 거리도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다림도 결제도 생략

비콘을 활용하면 건물에서 길을 헤매거나 결제를 위해 긴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길 안내는 물론, 문 밖을 나감과 동시에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북대병원은 2014년 병원에선 처음으로 비콘을 도입해 길찾기 서비스를 제공했다. 경북대병원은 총 7개 동으로 이뤄져 있어, 초행자에겐 진료실을 찾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병원은 지난 8월엔 비콘 활용 앱을 업데이트를 해 진료비 모바일 결제 서비스도 제공한다. 모바일 결제는 도입한 지 보름 만에 사용자가 2천명을 넘었다. 환자는 접수창고에 가지 않고 병원 앱에 등록된 차량이 주차장, 정문을 통과하면 진료접수가 되고, 바로 대기 번호표를 받을 수 있다. 진료를 기다릴 때도 ‘10분 전’ ‘5분 전’으로 알람을 보낸다. 진료가 끝난 뒤엔 창구로 가 진료비를 납부할 필요가 없다. 앱에 신용카드를 등록해 놓으면 병원을 나가면서 결제가 자동으로 완료된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길을 헤맬 필요가 없고 번호표를 뽑고 진료비를 지불할 때보다 최대 20분 정도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젊은 층에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것도 비콘?

비콘은 생각지도 못한 영역에서도 이용되고 있다.

서울시 강동구는 지난 7월 공중·개방 화장실, 공원에 비콘을 설치했다. 사용자가 해당 지역의 반경 50m 내에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휴대폰 전원버튼을 4~5차례 누르면 자동으로 경찰청과 미리 정해둔 보호자에게 위치를 알려준다. 광주시 북구도 지난달 앱을 설치한 후 스마트폰을 흔들거나 전원버튼을 4회 이상 누르는 방식으로 위험을 알릴 수 있도록 공중화장실 59곳에 비콘을 설치했다.

부산시는 지난 4월 부산-김해 경전철에 비콘을 설치하고 ‘핑크라이트 캠페인’을 가졌다. 임산부가 도시철도 전동차에 마련돼 있는 ‘임산부 배려석’을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임산부가 핑크라이트 열쇠고리(비콘)를 발급받고 부산-김해 경전철에 탑승하면 임산부 배려석 옆에 설치된 핑크라이트가 비콘의 신호를 감지하고 반짝인다. 핑크라이트가 반짝이면 티가 잘 나지 않는 초기 임산부도 배려석을 이용할 수 있다. 핑크라이트에 대한 시민의 호응과 참여 덕분에 부로시는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던 이 캠페인을 다른 도시철도 노선(1~4호선)과 시내버스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김미지기자 miji469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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