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공무원 시청 구내식당서 더치페이 식사

  • 조규덕,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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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8 07:31  |  수정 2016-10-28 07:31  |  발행일 2016-10-28 제9면
포항·김천시청 골목상권 배려
매달 2∼3회 구내식당 문닫아
민원인·공무원 시청 구내식당서 더치페이 식사
27일 낮 12시 포항시청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구내식당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포항시 제공>

“없는 사람들 더 죽이고 있습니다.” 포항·구미 시청 등 관청 주변 고급식당은 물론 6천~7천원짜리(1인분) 식당까지 김영란법의 직격탄을 맞았다. 27일 포항시청 주변 한 식당에는 20개 테이블 중 손님은 세 테이블에 불과할 정도로 한산했다.

시청을 비롯해 남·북구청 등 포항지역 관청의 주변 식당들이 김영란법 시행 후 매출 급감으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가장 큰 손님이던 공무원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포항시청 한 공무원은 “외부 식당에선 직원끼리 밥을 먹어도 눈치가 보일 정도다. 일반인의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식당가가 어렵다”고 했다.

반면 관청 구내식당은 종전보다 이용객 수가 크게 늘었다. 배식 받기 위해 기다리거나 개별적으로 식권을 구매하는 모습도 부쩍 늘었다. 특이한 건 구내식당에 일반인의 출입도 잦아졌다는 점이다. 지난 20일 민원을 보기 위해 포항시청을 방문한 시민 정모씨는 “예전 같으면 인근 식당에서 업무도 볼 겸 공무원과 간단히 식사를 했다. 그러나 법 시행 후 더치페이로 구내식당에서 점심과 민원을 한꺼번에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지역의 문화·행정·금융 대표 중심지로 손꼽히는 송정동의 식당가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시청 앞 광평천(복개천)을 중심으로 식당 수백개가 밀집해 있는 이곳은 수년 전부터 불어닥친 불황으로 전성기보다 상권이 위축된 데다 최근 김영란법 시행으로 식당 손님까지 대폭 줄었다. 가끔씩 구미시와 구미경찰서, 은행, 공공기관 직원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식당을 찾지만, 대부분 직장 동료들로 외부인을 찾기 힘들 정도다. 구미시청 주변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예전과 달리 점심시간이 돼도 대부분이 빈 테이블이다”고 했다. 이와 달리 구내식당은 공무원 외에도 시민과 주변 직장인 등 100여명이 매일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포항시와 김천시가 시청 인근 식당가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포항시는 매달 둘째, 넷째주 금요일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을 폐쇄해 직원들의 인근 식당가 이용을 독려하고 있다. 김천시 역시 영세음식점을 살리기 위해 격주로 수요일을 ‘골목상권 활성화의 날’로 정해 구내식당 삼이관의 문을 닫기로 했다. 구미시청 관계자는 “구미시청 구내 식당은 직영이 아니라 외부업체와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운영을 중단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구미=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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