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는 ‘화훼업계’…생기 도는 ‘혼술’용 주류업계

  • 이연정,김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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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8 07:32  |  수정 2016-10-28 09:18  |  발행일 2016-10-28 제9면
김영란법 시행 한달…업종별 희비 교차
화환·난 수요 80% 감소
주류 판매는 20%나 증가

김영란법 시행 한달을 맞아 산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모임 대신 개인 시간을 갖는 이들이 늘면서 외식업계는 울상인 반면, 헬스장 등으로 수요가 몰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7일 대구지역 외식업계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한달간 고급 음식점은 물론, 관공서 주변의 영세 음식점도 매출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대구 수성구 들안길에서 한정식집과 한우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61)는 “김영란법 시행 이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80%가량 줄었다. 특히 저녁에 찾는 손님이 크게 줄어 너무 힘들다”며 “한우가격이 크게 올라 법에 맞춰 메뉴가격을 낮추는 것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사한 결과, 김영란법 시행 이후 전국의 한우구이 전문식당과 정육점 매출액은 각각 평균 22.3%, 17.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서구 상인동의 한 음식점도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매출이 절반 정도 줄었다. 정부종합청사 등 관공서와 공기업 등이 주변에 위치해 있지만, 찾는 고객이 뚝 끊겼다는 것. 이 업소 김병식 사장은 “공무원 등이 대부분 구내식당을 이용한다고 들었다. 주변 식당들이 그야말로 얼어붙은 상태”라며 “영세한 식당은 업종 변경할 자금도 부족해 그냥 버티고만 있다”고 말했다. 수성구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노모씨도 “법 적용 대상이 워낙 많으니, 이번 연말 대목도 큰 기대를 않고 있다”고 푸념했다. 김갑동 들안길상가번영회장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업소 대부분 손님이 반 이상 줄었다고 한다. 시위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김밥·햄버거 가게도 김영란법의 유탄을 맞았다. 학부모들이 이전엔 간식을 간간이 학생들에게 제공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수성구 만촌동의 한 김밥가게 직원 이모씨는 “매출에 큰 타격은 없지만, 학부모들이 한번씩 주문하던 물량이 뚝 끊겨 아쉽다”고 말했다.

화훼업계는 치명타를 입었다. 대구에 지점을 둔 에코플라워는 온라인주문 사이트에 ‘김영란 화환’ ‘김영란 선물’이라는 코너를 따로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다. 김영란법 대상이 되는 직종을 자세히 적어놓고, 경조사용 화환은 8만원에서 9만9천원, 선물용 화분·꽃바구니는 4만9천원 등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가격을 정했다.

이렇듯 김영란법에 맞춰 영업을 하지만 대부분 업소 매출이 반토막나거나, 화훼농사를 포기하는 곳도 생기고 있다는 게 화훼업계 종사자의 전언이다. 특히 화환과 난의 경우, 수요가 80% 가까이 줄었다. 백종인 지구촌플라워협회 부회장은 “김영란법에 나온 금액대로 물건을 만들어놔도, 문의 전화 자체가 반으로 줄었다”며 “꽃 말고 다른 농사를 지어볼까 고심하는 화훼업체도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줄어든 술자리로 인해 ‘저녁이 있는 삶’이 생긴 공무원들은 헬스장 등으로 몰리는 모양새다. 대구의 한 구청에 근무하는 김모씨(45)는 최근 기타 연주를 배우고 있다. 그는 “젊은 층과 달리 더치페이 문화가 익숙지 않다 보니, 회비를 걷는 모임 외에는 저녁 술자리가 거의 없어졌다. 이 기회에 취미생활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구 동성로, 북구 칠곡 등에서 열정휘트니스그룹을 운영하는 김준혁 사장은 “법 시행 전보다 수강생이 10% 정도 늘어난 것 같다. 실제로 신규 고객의 직업란에 공무원이 많다”며 “달서구, 수성구 쪽 회원이 한달새 소폭 증가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전했다.

술 접대나 모임이 줄면서 혼술(혼자 음주)·홈술(집에서 음주)족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편의점 씨유(CU)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전체 맥주, 소주 매출 증가율은 각각 20.4%, 20.8%로 늘어난 반면 숙취해소음료의 경우 9.7%로 기존의 반토막 수준에 머물렀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김미지기자 miji469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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