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봉 실종’ 울릉경비대장 8일만에 숨진 채 발견

  • 정용태
  • |
  • 입력 2016-10-31   |  발행일 2016-10-31 제10면   |  수정 2016-10-31
등산코스 벗어난 안평전서 발견
기지국 마지막 신호 지점과 멀어
하산 중 변 당했을 가능성 무게
“정상 아래서 봤다” 진술 신빙성

지난 22일 울릉도 성인봉에 등산하러 간 뒤 실종됐던 울릉경비대장이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30일 경북지방경찰청과 울릉경찰서에 따르면 실종됐던 조영찬 울릉경비대장(50·경정)의 시신이 이날 오후 4시57분쯤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안평전 등산로의 긴급구조위치 19번 표시지점 부근에서 발견돼 경찰이 수습했다.

◆엎드린 상태 상반신 드러나

울릉119안전센터 김동규 소방위를 팀장으로 하고 경북소방본부119산악구조대 5명으로 구성된 구조팀은 이날 오전부터 고지대와 급경사 지역이 많은 안평전 등산로 일대를 대상으로 수색작업을 펼쳐 실종 8일만에 조 대장의 시신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조 대장은 엎드린 상태였으며 상의가 위로 말려 올라가 상반신이 드러나 있었다. 김 팀장은 “조영찬 경비대장의 유가족에게 죄송스럽다. 좀 더 일찍 발견해 조 대장의 목숨을 구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 발견 장소는 등산로 부근이기는 하나 일반적인 코스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조 대장이 하산 중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커보이나 자세한 경위는 조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현재 직원들이 현장에 출동해 사고 경위 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조 대장의 이동경로 추정

조 대장이 지난 12일 부임한 울릉경비대는 울릉읍 사동리에 위치해 있다. 주민들은 조 대장이 도동리 KBS중계소 뒤편에서 출발하는 등산로를 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울릉경비대에서 가장 가까운 등산로이기 때문이다. 조 대장은 실종 당일인 22일 오후 2시30분쯤 울릉경비대 소대장의 휴가복귀 신고 전화를 받았고, 오후 6시20분쯤에는 친구의 안부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일행 3명과 성인봉 등산에 나섰던 주민 B씨는 “오후 5시10분쯤 성인봉에서 하산하는 길에 등산객 한 명이 올라오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실종자인지 확신할 수 없지만 분명히 주민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이들이 조 대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봤다고 지목한 곳은 성인봉 정상에서 150여m 아래 지점이다. 경찰은 등산객이 드문 늦은 시간에 남자 혼자였다는 점에서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조 대장의 전화기가 23일 오후 7시35분쯤 울릉읍 도동리 대원사 기지국에서 마지막으로 신호가 포착된 이후 꺼진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원사 기지국과 시신이 발견된 안평전은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어 조 대장의 산행 경로에 의문이 일고 있다.

◆경찰 수색방법 총동원

경찰은 조 대장이 근무일인 24일 오전 정상 출근을 하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자 실종됐다고 판단, 수색작업을 벌여 왔다. 수사 초기 경찰은 목격자 찾기에 주력하는 한편, 실종 추정지점인 대원사 기지국 주변 2㎞ 반경을 중심으로 경비대원과 소방·울릉산악구조대원 등 100여명과 헬기를 동원해 집중 수색에 나섰다. 또 주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얼굴사진과 인적사항을 담은 전단을 배포했다.

지난 25일부터는 200여 명의 인력과 구조견, 드론, 헬기 2대 등을 동원해 수색범위를 일반 등산로 전체와 해안지역으로 확대했다. 산나물 전문 채취 주민의 협조를 얻어 계곡을 중심으로 정밀수색도 실시했다. 특히 28일부터는 경북산악구조대 전문가 8명이 수색조를 편성, 밧줄을 이용해 추락 가능성이 높은 급경사지와 절벽 등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위험 지역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였다.

울릉=정용태기자 jyt@yeongnam.com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성인봉 = 해발 986.7m로 울릉도에서 가장 높다. 관광객과 주민이 주로 이용하는 등산로는 울릉읍 사동리 안평전~성인봉, 도동리 KBS중계소~성인봉, 대원사 입구~성인봉 등 세 곳이다. 세 곳 모두 등산로 입구까지는 차량 통행이 가능하도록 콘크리트 포장이 돼 있다. 등산로 대부분은 군에서 잘 정비해 놓은 상태다. 갈림길 곳곳에 현재 위치와 방향을 알려주는 지도나 이정표 등이 설치돼 있어, 초행이라도 방향을 혼동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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