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464> 巳 (뱀 사) 머리가 유난히 크고 몸이 긴 뱀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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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31   |  발행일 2016-10-31 제30면   |  수정 2016-10-31

봄은 참으로 아름답다. 지난 겨울에는 차갑고 황량했던 대지에 모진 바람만 스산히 불었다. 새 바람이 불어 꽃도 피고 나무도 생기를 얻을 수 있는 때가 돌아오기를 힘써 고대하였는데 어느덧 따스한 바람이 불고 새싹이 머물기 시작하는 청춘의 계절이 곧 봄이다.

그래서 봄이란 새싹(卉)이 대지 안에 머물고(屯) 햇살은 쥐꼬리만큼이나 점점 길어나 따스해(日)진다. 자연히 먼 산을 바라보면 마치 고삐 풀린 말이 제멋대로 뛰어 다니듯 아지랑이가 눈을 더욱 혼란하게 한다. 그래서 봄은 春(봄 춘)이라 하였다. 겨우내 눈에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에 우리들은 보임을 줄여 ‘봄’이라 말한 것이다. 첫째, 저 나지막하게 보이던 하늘이 파랗게 보이고 그 파란 하늘에서 내려 쪼이는 따스한 햇살을 받고 하나둘씩 뾰족하게 올라오는 새싹이 아름답다.

둘째, 입춘이 되고 우수와 경칩을 지나면 언 땅이 녹고, 땅속 벌레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꿈틀꿈틀 기어 나오고 그 벌레를 잡아먹기 위해 새의 날개가 더욱 활발해지니 과연 봄은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이라 아름답다.

그런데 땅은 높은 곳도 있고, 낮은 곳도 있다(). 땅속에서 식물들이 새싹으로 올라올 때의 모양()이며, 벌레들이 올라오는 모양(·入을 거꾸로 쓴 글자)과 아래에서 위로 올라왔다(二, 상의 고자)를 합하여 辰이라 하니 만물이 생기를 얻어 약동하는 계절이 봄이라 아름답다.

이처럼 생동하고 약동하는 계절이 곧 봄이기 때문에 겨우내 방안에만 있던 일을 청산하고 밖을 향해 나들이한다는 뜻에서 대문을 활짝 열어 놓은 모양을 卯(열 묘)라고 하였다.

느지막이 뱀이 슬슬 나타난다. 올챙이와 개구리가 나온 뒤에 뱀이 나와야 정상인 것이지, 올챙이와 개구리가 나오기도 전에 뱀이 먼저 나왔다고 하면 십중팔구 뱀은 아직 먹이가 없기에 굶어 죽기 마련인 것이다. 뱀은 머리가 크고 몸이 길다. 그래서 巳(뱀 사)라 했다.

뱀은 본디 사람과는 친한 동물이었던 것 같다. 물론 사람이 뱀을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뱀이 사람을 따랐던 것 같다. 아주 옛날 사냥시대에 동굴에서 나와 움집을 짓고 살았던 때에는 숲 속에서 살던 뱀도 사람이 사는 움집으로 찾아와 똑같이 살았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본떠서 蛇(뱀 사)라 하였다.

뱀은 길다. 뱀은 몸통도 길지만 머리도 유난히 크다. 이빨에 독을 품고 있으며, 더욱 소름 끼치는 일은 독사인 경우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혀를 날름날름하며 눈에는 독기를 품은 채 빤히 바라보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인 것이다. 뱀이 겨울잠에서 깨어 이 세상에 모습을 비치는 때는 녹음이 화려한 꽃보다도 더 아름답다는 4월이요, 하루의 때로 말하자면 오전 9∼11시이다. 솔직히 뱀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호랑이보다도 더 무섭다는 사람도 있다.

사실 무섭다기보다는 정확히 말하면 징그럽다고 하는 표현이 훨씬 옳다. 머리를 세우고 혀를 날름날름하며 빤히 보는 그 눈이 징그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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