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따라 의성 여행 .7] 금봉자연휴양림

  • 임훈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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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10   |  발행일 2016-11-10 제15면   |  수정 2016-11-10
손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 고요한 숲에 가을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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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금봉자연휴양림 1주차장 앞에 소나무 여러 그루가 서 있다. 소나무 뒤로 관리사무소와 금봉산 골짜기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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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 산책로 능선에서 바라본 금봉산 계곡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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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봉산 계곡의 철제 구름다리에서 바라본 휴양림과 물놀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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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금봉자연휴양림 내 산림휴양관의 모습.

의성 금봉자연휴양림은 의성군 옥산면 금봉리에 위치한 의성군 유일의 자연휴양림이다. 해발 834m 금봉산 자락 아래에 자리잡고 있으며,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삼림을 체험할 수 있다. 다양한 식생이 자라나는 숲길을 걸을 수 있으며, 휴양림 곳곳에서는 화전민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1. 산중의 고요한 휴양림

의성 금봉자연휴양림은 의성군 동쪽 끝단의 산지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2004년 조성됐다.

의성읍에서 굽이굽이 굽은 2차로 포장도로를 따라 30분을 내달리면 휴양림에 도착할 수 있다. 휴양림 입구에 들어서면 반듯한 모습으로 서 있는 잣나무 가로수들이 방문객을 반긴다. 휴양림 주변의 완만한 산세 덕분인지 휴양림 입구에서부터 편안한 느낌이다.


금봉산·청악산이 병풍처럼 감싼 곳
울창한 숲 거닐며 단풍 즐길 수 있어
물놀이장은 여름철 피서지로 인기

1.7㎞ 산책로 따라 전망대 오르면
저 멀리 보현산·팔공산이 잡힐 듯
내년엔 자생식물원도 들어설 예정



휴양림 입구에서 차를 타고 1㎞를 들어가면 각종 휴양시설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휴양림은 총 380㏊의 면적에 자리하고 있으며 1만807㎡의 시설면적을 갖추고 있다. 산림휴양관, 숲속의 집 등 7동 24실의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최대 15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또한 수련시설인 산림생태학습관, 복합수련관 등이 갖춰져 있어 단체 모임에도 적합하다. 게다가 여름철에는 기존 계곡을 활용한 어린이 물놀이장까지 운영하고 있어 피서객들로부터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관리사무소와 수련관을 지난 후 계곡 옆길을 오르면 물놀이장과 분수대가 나온다. 계곡 주변에는 붉은색 지붕이 얹힌 숙박시설이 있다. 옅게 물든 단풍 사이로 옹기종기 자리잡은 건물들을 보니 이곳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휴양림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고즈넉하다. 휴양림 동북쪽에 위치한 금봉산과 청악산이 병풍처럼 계곡을 감싸고 있다.

고요함은 금봉자연휴양림이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 중 하나다. 대구 등 인접 대도시와 거리가 멀고 최근까지도 교통이 불편했기에, 조용한 산중에서 진정한 휴식을 즐기려는 이들이 이곳을 알음알음해 찾아왔기 때문이다. 여름 휴가철인 7~8월의 경우 피서객들의 방문이 많지만, 여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은 자연을 즐기기 적당한 수준의 방문객이 고요한 휴양림의 정취를 간직한 채 일상으로 돌아간다.

#2. 자연과 함께하는 산책로

금봉산 자락의 계곡을 감싸고 도는 산책로는 휴양림의 자랑이다. 기본 코스는 물놀이장을 출발해 전망대와 화전민 가옥, 금봉산자생식물원(개장 예정)을 돌아나와 산림휴양관으로 돌아오는 1.7㎞ 길이의 산책로다. 1시간30분가량 걸리는 여정으로, 전나무 숲길을 따라 길을 걸을 수 있다. 오르막이 꽤 있어 짧지만 등산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전한 금봉자연휴양림만의 특색을 엿볼 수 있다. 인공적인 조림을 최대한 자제하고 원래부터 자라나던 식물들을 보호하는 데 주력했다. 여느 수목원의 그것처럼 나무가 빽빽하게 서 있는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지만, 우리나라의 자연생태를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내년 상반기 산책로에 들어설 예정인 금봉산자생식물원에서는 휴식과 함께 다양한 야생화를 관찰할 수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금봉산 능선에 오르면 경북 중남부지역의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능선에 서서 동남쪽을 바라보면 청송군 현서면 일원이 보이고, 저 멀리 보현산 봉우리가 아련하다. 남쪽을 바라보면 수묵화처럼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 산등성이들이 보인다. 한참을 집중해 바라보니 팔공산 자락이 분명하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가며 교차하는 산등성이의 행렬이 마치 바다의 파도를 보는 듯하다. 바다를 이룬 산봉우리의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서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산 정상부에 밭이 보인다. 옛 화전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밭을 일구는 농민들이 산을 오르내리고 있다.

등산을 원한다면 금봉산 정상을 지나는 2.42㎞ 길이의 등산로를 걸으면 된다. 탐방시간은 3~4시간가량인데, 가을철의 경우 특히 뱀을 조심해야 한다. 또한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나타날 수 있기에 두 명 이상 함께 걷는 것이 좋다. 휴양림 입구 저수지인 금봉지 또한 시원한 경관을 자랑한다. 금봉지는 과거 낚시터로 유명했지만 금봉지 일대 둑높이기 사업이 완료되면서 경북 북부권의 대표적인 농업기반 시설로 거듭났다.

#3. 옛 화전민의 모습을 엿보다

산책로의 화전민 가옥은 휴양림의 과거 내력을 보여준다. 불과 수십년 전까지 이곳에서 화전민들이 밭을 일구고 살았다. 휴양림에서는 옛 화전민 집터에 새롭게 화전민 가옥을 조성해 화전민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나무로 만든 화전민 가옥의 너와지붕이 물질적으로 부족한 삶을 살았을 화전민을 떠올리게 한다.

화전민 가옥 뒤로는 산중에 어울리지 않는 넓은 밭이 자리하고 있다. 해발 800m 언저리의 고지대이지만 그 넓이가 상당하다. 아주 오래전부터 화전을 일구던 들판이었는데, 현재까지도 여러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이 밖에도 금봉산 곳곳에는 화전민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10여년 전까지 사람이 살았을 법한 집이 산중턱에 그대로 남아있다. 녹슨 양철지붕만이 풀숲 사이로 보일 뿐이지만 전혀 흉물스럽지 않다. 오히려 외부와 단절된 채 삶을 꾸려나갔을 화전민들의 고단함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실제로 5~10년 전까지만 해도 휴양림으로 접근하는 도로가 좋지 않았기에 금봉산 주변은 강원도 두메산골보다도 물리·심리적으로 고립된 장소였다.

지역 주민들의 전언에 따르면 화전민들의 산중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가뭄이라도 들면 산 정상부의 우물이 금세 말라버려, 화전민들은 먹을 물만 간신히 얻을 수 있는 형편에 처하곤 했다. 빨래라도 하려면 지게에 빨랫감을 한가득 지고 내려와서 휴양림 입구의 계곡에서 세탁한 후 말려서 다시 먼 길을 올라갔다고 한다. 양봉으로 생계를 꾸려나간 이도 많았다. 산중 농사만으로 돈이 부족했던 화전민들은 벌을 치며 수많은 자식들을 건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치열했던 화전민의 삶터가 힐링과 휴식을 위한 장소로 바뀌었다니 이 세상의 변화가 놀라울 따름이다.

글=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 기획 : 의성군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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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방면에서는 중앙고속도로 의성IC에서 내린 후 의성읍에서 912번과 79번 지방도를 이용해 옥산면소재지로 가야 한다. 이후 930번 지방도를 따라 청송군 현서면 방향으로 가면 의성 금봉자연휴양림에 도착할 수 있다. 영천 방면에서는 35번 국도를 따라 청송읍 방향으로 가면 된다. 이후 노귀재 터널을 통과해 청송군 현서면 소재지를 1㎞쯤 지나 좌회전하면 솟재를 넘어 휴양림에 도착할 수 있다. 서울 방면에서는 중앙고속도로 남안동IC를 빠져나와 5번 국도 의성 방향으로 접어든 후 단촌면과 옥산면 소재지를 지나면 휴양림이다.

대중교통도 이용 가능하다. 의성읍에서 버스를 타면 휴양림까지 1시간가량 소요된다. 버스는 하루 3번 왕복하는데 오전에 한 번, 오후에 두 번 휴양림을 오간다.

예약은 필수다. 특히 주말에는 방문객이 많아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예약하는 것이 좋다. 예약은 의성 금봉자연휴양림 홈페이지(www.gumbong.go.kr)에서 가능하며, 비성수기에는 할인된 요금이 책정된다. (054)833-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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