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드’ 궤도 수정되나?

  • 석현철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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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11   |  발행일 2016-11-11 제11면   |  수정 2016-11-11
20161111
‘최순실 게이트’로 혼란한 시국에다 예상치 않게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실현 여부가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사드 배치지역으로 확정된 롯데스카이힐 성주CC 주변 전경. <영남일보 DB>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시계제로인 가운데, 지난 9일 예상치 못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실현 여부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미간 군사협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해 온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데다, ‘국정 농단’의 중심에 있는 최순실씨가 무기 로비스트인 린다 김과의 친분으로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등의 민감한 안보 결정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대선후보때 배치 반대 피력
백지화 가능성은 낮지만
운영비 분담 늘어날수도

부지 매입 협상도 지지부진
中여론에 롯데 버티기 모드


◆‘사드배치’ 뒤집어지기는 힘들 듯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경우 그동안 주한미군 문제 등 국방분야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 특히 “주한미군 방위비를 한국이 부담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철수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사드’ 운용비를 우리 군이 부담해야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반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하며 “한·미 상호 방위비분담금 내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한국은 부지를 제공하는 것외에 부담하는 비용이 추가로 들지는 않는다”며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부담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트럼프 당선자와 상반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와 한국 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가 재거론된다면 사드 문제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선거과정에서 이미 사드로 대표되는 미국의 미사일 시스템 한국 배치에 대해선 분명한 반대입장을 이미 표명한 바 있다. 트럼프는 지난 7월21일 뉴욕타임스(NYT)와 가진 외교정책에 관한 인터뷰에서 ‘언젠가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려면 한국에 미사일방어체계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그곳에 오랫동안 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해왔다. 하지만 지금 객관적으로 봐도 그 시스템은 실제로 쓸모가 없다(Practically Obsolete)”고 잘라 말했다.

이에 따라 환구시보 등 중국측 언론은 벌써부터 트럼프의 당선으로 한반도 사드 배치가 지연·취소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사드 배치 결정이 뒤집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미국은 현재 주한미군이 수천 발의 탄도 위협 속에 놓여있어 사드를 배치하지 못하면 주한미군을 주둔시킬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어떤 당이 집권하더라도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도 최근, 당초 내년 말까지 배치한다는 기존 입장을 깨고 구체적 시점까지 언급하며 조기배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어지러운 한국의 정치상황과 미 대선 결과를 의식한 ‘대못 박기’ 성격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국방부-롯데 부지 협상은 ‘지지부진’

국내외 여건 변화 등 여러 사정으로 국방부가 성주군 초전면 롯데스카이힐 성주CC(이하 롯데CC)를 사드 배치 부지로 최종 확정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부지매입 협상은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지난 9월30일 롯데CC를 사드 배치 부지로 발표하며 이른 시일 내에 부지 매입 협상을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매입 방식뿐 아니라 골프장 부지에 대한 감정평가도 진전된 게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롯데CC 부지가 저평가됐다는 이유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골프장과 국유지를 맞바꾸는 대토(代土) 방식으로 롯데측과 부지 이전 협상을 벌여왔다. 국방부는 경기도 남양주·용인 등 수도권 일대의 국유지 3곳을 제시했지만, 롯데 측은 골프장 가치가 저평가됐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CC는 시세로 1천억원에 달하지만, 국방부는 최대 800억원 정도를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9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토지 취득 방안이 확정되지 않아 토지 감정이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당초 올 연말까지 부지 문제 등을 완료하겠다고 했지만, 현재로선 시기를 확정짓기 힘들다”며 롯데와의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 롯데CC가 운영종료와 관련해 지난달 1일 자사 소속 캐디 63명에게 영업종료 통보를 한 사실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롯데와의 협상 과정을 상세히 알려 드리기는 힘들다. 현재로선 정상적으로 절차가 진행 중이며 다만 시기는 다소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눈치 롯데, 버티기 들어갔나

이처럼 정부가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자 정·재계 안팎에서는 롯데가 버티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최순실 파문과 트럼프의 당선으로 사드 배치 여부가 불확실해진 만큼, 롯데 측이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다. 여기엔 높아지고 있는 대통령 하야 여론과 차기 대선에서의 정권 교체 가능성, 전혀 예상치 못한 트럼프란 인물의 등장에다 오는 12월 미국 금리인상 등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겹친 데 따른 시장 불안감도 내포돼 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2014년 기준 롯데면세점의 중국인 매출비중은 58.9%로 전체 매출액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중국에 진출한 롯데 마트 역시 적자에 시달리다 최근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며 “이런 가운데 롯데가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중국에 알려지면 사업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장기적 안목으로 중국에 진출한 롯데 입장에서는 최순실 파문과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현재로선 최대한 버티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성주=석현철기자 shc@yeongnam.com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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