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복어요리 맛집 베스트 3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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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11   |  발행일 2016-11-11 제40면   |  수정 2016-11-11
‘목숨과도 맞바꿀 맛’…복의 치명적인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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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들어온날의 복전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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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의 매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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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복어의 복어불고기와 복어만두.

소동파가 일찍이 극찬했던 복요리
세계 4대 珍味로 “숙취해소에 특효”
늦가을부터 2월까지 최고 맛 선사
산란기 5∼7월엔 독성 각별한 주의

‘서시의 젖’ 불리는 수컷 정소 듬뿍
복들어온날의 전골은 별미 중 별미
임진강은 35년 내공 맛과 착한 가격
강남복어는 불고기∼탕 풀코스 전문



늦가을부터 2월까지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복어. 꽃이 피기 시작하면 몸 안에 있는 독이 강해지기 시작해 산란기인 5~7월 독성이 가장 강하다. ‘동국세시기’에는 ‘복사꽃이 떨어지기 전 복에 파란 미나리와 기름과 간장을 섞어서 국을 끓이면 맛있다’고 했다. 일본 요리책에는 ‘하늘에서 신선과 선녀가 먹는 음식’이라고 쓰여 있다.

복어는 ‘복’ 또는 ‘복쟁이’라고도 한다. 큰강에서 잡히는 살찐 고기라 하여 ‘하돈(河豚)’, 성을 잘 내는 고기라 ‘진어(鎭魚)’, 배가 부풀었다하여 ‘기포어(氣胞魚)’, 등무늬가 곱다하여 ‘대모어(代瑁魚)’라고도 불린다. 북한에서는 ‘복아귀’라고도 한다.

복어는 지방질이 적어 맛이 담백하다. 담백한 맛을 살리기 위해 지리나 매운탕 혹은 회로 즐겨먹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복국을 유달리 좋아한다. 일반 복국 집에서는 은복과 밀복을 주로 쓴다. 밀복이 은복 값의 배가 된다. 밀복으로 끓인 복국은 담백한 국물 맛과 탱글탱글한 육질이 해장국으로 이만한 것이 없다.

복어는 숙취에 특효약이다. 과음한 다음날은 꼭 복어를 찾는다. 팔팔 끓인 복매운탕에 얼큰할 정도로 고춧가루 팍팍 풀고 마늘을 듬뿍 넣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시원하게 먹으면 숙취는 금세 달아난다. 복어가 다른 어류에 비해 담백하고 지방이 적은 이유는 부레가 없기 때문이다. 물에 가라앉지 않으려면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여야 한다.

복어는 시원하고 담백한 맛 때문에 고급음식으로 취급되고 있다. 중국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가 일찍이 ‘죽음과 맞바꿀 맛’이라고 극찬한 복어요리는 캐비아(철갑상어알), 푸아그라(거위간), 트뤼플(떡갈나무 버섯 혹은 송로버섯)과 함께 세계 4대 진미로 선정되기도 했다.

복어는 오랜 세월 먹어왔다. 석기시대 패총에서 다른 어류 뼈와 함께 복어 뼈도 발견되었다. 2천200년 전 진시황 시대의 ‘산해경(山海經)’에도 복어가 사람을 죽인다는 기록이 있다.

복어는 그 서식 범위가 열대 및 온대 해역에 넓게 분포하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성 때문에 한국, 일본, 중국 그리고 동남아 일부와 이집트 이외에는 거의 먹지 않는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120여종으로, 우리나라 근해에서는 18종이 서식하고 있다. 그중에 자주복(참복), 황복, 밀복(금복), 졸복, 청복(까치복), 은복(검은밀복) 정도만 먹는다.

몸에 좋아도 맛이 없다면 사람들은 꺼린다. 생각 따로 입 따로인 셈이다. 그렇지만 복어는 몸에 좋은 음식이 맛이 없다는 선입견을 어김없이 깨트리는 음식이다. 독을 제거하면 약이 되는 음식으로 다시 태어난다. 게다가 식도락가의 미각까지 즐겁게 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셈이다.

▶복들어온날(대구 서구 평리동 1217-2/053-561-1255)

복어전골에 수컷 복어의 정액덩어리인 곤이(이리)가 담겨 나온다. 두부보다 부드럽고 우유보다 고소한 복어의 정소이자 정수(精髓)이다. 곤이는 중국에선 맛이 좋다는 의미로 춘추전국시대 월나라 미녀인 ‘서시의 젖(서시유)’으로도 불린다.

이 집의 복어전골은 먹기 전 보기만 해도 설레게 하는 에로틱한 음식이다. 주로 밀복만 쓴다. 잘 손질한 복어에 콩나물과 미나리, 그리고 노루궁뎅이버섯을 넉넉히 올리고 테이블에서 끓여 먹는다. 국물을 떠먹어 보니 향이 입 안 가득 퍼진다. 먹는 내내 탱글하고 뽀얀 속살의 복어 살코기 맛은 담백하다. 잘 삭힌 뽕잎에 싸 먹어도 맛이 별다르다. 매콤달콤하고 자박한 양념과 아삭함이 그대로인 콩나물이 듬뿍 들어간 복어불고기는 씹으면 씹을수록 배어나오는 육즙의 고소함이 별미다.

매콤한 매운탕과 맑은탕이 있다. 즉석에서 끓여 먹는 복탕이 아니고 뚝배기에 밀복 한 마리를 통째로 넣어 바글바글 끓여 나온다. 겉보기에는 단출하게 보인다. 그러나 복어의 살은 제법 쫀쫀하고 탱탱하다. 최소 재료들로 복어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렸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맛이다. 시원하고 담백하다.

강낭콩을 듬성듬성 넣어 갓 지은 미나리밥을 반 정도 대접에 덜어 탕의 콩나물을 건져 양념에 무쳐 비벼 먹는다. 나머지 밥은 탕 국물에 식초 한 방울 넣어 말아 먹는다. 식초 한 방울은 맛의 지루함을 없애주고 입맛을 되살려 마지막 남은 국물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다 먹게 해준다. 미나리와 새콤한 빨간 양념에 즉석에서 무쳐내는 쫀득한 복어껍질 역시 젓가락이 쉴새 없이 가는 이 집의 인기메뉴다.

▶임진강(대구 북구 노원2가 222-14/053-352-5012)

맑게 끓인 복지리탕과 얼큰한 매운탕이 있다. 복지리는 진하게 우려낸 맛국물과 복어를 끓일 때 나오는 쌀뜨물처럼 뽀얗게 우러나는 국물이 섞여 우윳빛같이 진하다. 복어 대가리, 뼈째 붙은 복어의 큼직한 토막, 복어살 등과 콩나물을 잔뜩 넣고 바글바글 끓여낸다.

육수는 화학조미료나 다른 재료로 내지 않는다. 맛국물을 오랜 시간 끓여 내서인지 억지로 맛을 내는 다른 집과는 맛이 다르다. 뼈에 붙은 백옥같이 희고 쫀득한 복어 살을 닭고기처럼 뜯어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담백하면서 싱겁지가 않다. 술에 시달린 속을 푸는 데 이만 한 것이 없다. 마지막에 넣은 향긋한 미나리의 향내가 복어 국물의 맛을 보태준다.

이 집에서는 꼭 콩나물을 먼저 건져 매콤한 양념에 무쳐 밥을 비벼 먹어야 한다. 다른 콩나물보다 가늘고 독특한 향기까지 있어 먹는 내내 아삭하다. 고소한 콩나물에 비벼 먹는 밥이 별미다. 유달리 진하고 잡내가 전혀 없는 국물에 라면 사리를 넣어 먹는 맛도 색다르다. 35년 세월의 내공이 있는 착한 가격의 집이다.

▶강남복어(대구 북구 구암동 151/053-322-4022)

화끈한 복어불고기·복어죽, 껍질·무침·튀김, 그리고 탕이나 지리로 마무리하는 다양한 복어 풀코스 전문점이다. 매콤한 양념에 콩나물을 넉넉히 곁들이고 빨갛게 볶는 복어불고기는 탱글탱글한 살에 갓 숨죽은 아삭아삭 씹히는 콩나물 소리부터 상큼한 맛이다. 매콤하지만 마냥 매콤하지만은 않다. 시원하면서 달콤한 매력이 있는 매콤함이다. 밀복, 황복, 은복만 쓴다. 복어의 뱃가죽 부위는 부드럽고 연하다. 기름기 하나 없는 가슴살은 닭고기처럼 차지다. 맵거나 짜지 않으면서 상큼하다. 감칠맛나는 양념과 어우러진 복어 자체의 식감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소주 안주로도 제격이다.

복튀김은 싱싱한 복어를 제법 도톰하게 통째로 포떠서 적당한 두께로 튀김옷을 입혀 튀겨 내 겉은 유달리 바삭하다. 복어탕은 맑게 끓인 지리와 얼큰한 매운탕이 있다. 뼈째 붙은 복어살과 머리, 그리고 꼬리 부분이 한 그릇에 통째로 들어 있다. 콩나물을 듬뿍 넣고 푸짐하게 끓여내는 지리는 펄펄 끓는 그릇에 마지막에 넣은 미나리가 힘을 잃고 축 처질 때쯤 식초 몇 방울 떨어뜨린다. 먹는 내내 상큼한 맛이 개운한 맛을 강조한다.

이 집의 복어만두는 살을 다지고 잘게 썬 부추와 으깬 두부를 얇고 널찍한 만두피로 감싸 쪄낸다. 육즙이 그대로 배어 있는 포실포실한 맛이다.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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