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함께 만드는 ‘가족 요리’의 중요성

  • 최은지
  • |
  • 입력 2016-11-14 07:53  |  수정 2016-11-14 07:53  |  발행일 2016-11-14 제18면
“앞치마 두른 父, 재료 다듬는 母子…사랑을 요리해요”
20161114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주말에 참가한 가족요리캠프에서
떠들썩하게 음식 만들며 시간 보내
부족한 대화 나누며 애정도 확인


10월의 어느 토요일, 본교 실습실인 다목적실에서 가족요리캠프가 열렸다. 참가신청서를 낸 가족이 참가하는 프로그램으로, 영양담당 선생님이 직접 나서서 운영 전반을 준비해 준다. 학기마다 한 번씩 열리는 프로그램이라 참가 가족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이번 요리캠프에는 11가족 30여명이 참가했는데, 선정된 가족은 저마다 건강한 식사를 위한 메뉴를 정하고 재료를 준비해 온다.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시작하기도 하거니와 학군이 따로 있는 학교도 아니라 집이 먼 곳인데도, 늦은 가족이 없다. 아마도 학교로 오는 발걸음이 가벼웠을 것이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참가하는 가족 모두의 표정이 즐거운 것을 보니 그렇다.

한 테이블씩 자리를 잡고 나서 학생들이 좋아하는 스파게티부터 시작해 건강 볶음밥까지 참가 가족이 회의를 통해 한두 가지 메뉴를 정해 오기로 했다. 준비해 온 재료가 수북하게 테이블 한편에 쌓이고 온 가족이 가지런히 정리하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 식재료를 함께 사오고, 미리 다듬어 오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니었겠지만, 꽤 즐거운 추억이었을 것이다. 영양담당 선생님을 비롯해 급식실 선생님들이 토요일인 데도 일부러 나오셨다. 그분들의 수고로 이날 많은 가족이 즐거운 추억을 하나 얻게 되는 셈이다.

왜 이런 행사를 하게 되었는지, 가족과 함께 요리를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잠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가족이 함께 소통할 시간이 부족한 오늘날, 요리를 통해 대화하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열린 이번 행사의 취지를 이야기할 때는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더불어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렇게 이날 행사에 대한 교육적인 취지를 함께 공감한 후 본격적인 요리 시간이 시작되었다.

앞치마를 차려입은 아버지가 앞장서서 능숙하게 식재료를 다듬고, 냄비에 불을 올리는 가족이 많이 보였다. 사실 이 행사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가족에 아버지가 꼭 포함되어 있는 편이다. 가족 중 특히 아버지가 나서서 요리를 하는 모습에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더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이 행사를 하면서 의외로 아버지들이 더 큰 의미를 가지고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았다고 영양담당 선생님이 귀띔하셨다. 미리 역할분담까지 이야기를 하고 왔는지 각자의 ‘업무’를 나누어서 일사천리로 요리를 진행하는 가족도 보였다. 이내 자기 집은 뒷전이고 다른 가족의 음식을 구경하러 돌아다니기 바쁜 아이도 있어서 슬며시 웃음이 나는 광경도 연출된다. 그러면서 다른 가족과 친선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도 된 것 같았다. 한편 어떤 가족은 ‘이 양파는 어떤 모양으로 썰어야 하는지’ ‘채소를 얼마나 더 볶아야 하는지’ 어머니에게 물어보기 바쁜 집도 보인다. 그런 자잘한 것들을 알려주면서도 어머니의 얼굴에 행복이 묻어났다. 음식이 익어가는 소리, 온 가족이 서로 이야기하는 소리, 웃는 소리, 주방기구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큰 즐거움이리라.

그렇게 행복한 소란 가운데에서도 영양담당 선생님을 비롯한 급식실의 선생님들께서는 테이블 사이를 분주히 돌아다니면서 이 음식의 영양은 어떤 것이 부족한지, 어떤 식재료가 더해지면 좋을지부터 음식을 가열하는 방법이나 자르는 방법 등을 조언해 주셨다. 거기에 안전하게 요리를 하고 있는지까지 확인하는 모습이 정말 분주해 보였다.

학교 온 복도에 맛있는 음식 냄새가 진동하게 만든 지 몇 시간이 지나고서야 온 가족의 요리 시간이 끝났다. 가족의 특색 있는 요리가 그릇에 예쁘게 담겼다. 그제야 테이블에 둘러앉은 가족은 함께 준비하고 만든 요리를 나누어 먹었다. “우리 둘째가 생각한 음식을 하길 잘 했네!” “이 음식이 잘 익었네” “집에 가서 또 해 먹어요”와 같은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누어졌다. 참 다정한 모습이다. 함께 음식을 준비하면서, 요리하면서, 그리고 먹으면서 이제껏 가족 간에 하지 못했던 대화들도 이루어졌으리라. 그러는 가운데 밥상머리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다른 가족과 함께 서로가 만든 음식을 나누어 먹기도 했는데, 그러면서 서로 요리법 등에 대한 정보도 교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 모였을 때보다 한결 친해진 분위기에서 식사시간이 이어졌다.

몇 시간에 걸쳐 만든 음식들을 깨끗하게 비우고, 함께 뒷정리까지 마치고 나서야 가족 요리 캠프 시간이 끝이 났다. 가득히 재료를 들고 온 때보다 훨씬 가벼운 손으로 나가지만, 가족의 사랑은 묵직해졌다. 행사가 끝이 났다며 교무실로 오는 영양담당 선생님의 표정도 밝다.

나는 가족과 함께 요리를 해 본 적이 언제였지, 하고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런 추억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함께 요리를 한다는 것은 온 가족이 애정을 나누는 좋은 경험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 시간이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몇 달에 한 번씩은 가족이 모두 함께 ‘우리 가족 요리 시간’을 정하면 어떨까?

김견숙<경북대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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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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