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여성은 리더십이 부족한가?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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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17   |  발행일 2016-11-17 제30면   |  수정 2016-11-17
20161117

성공한 여성 정치인 많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여성 전체에 대한 불신 가득
유리천장에 도전하는 여성들
기회가 줄어들까 걱정

이것은 재앙이다. 주변에서 ‘여자들’ 때문에 나라가 시끄럽다고 입을 모은다. 더 이상 여성에게는 중대사를 맡길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름이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됐건 ‘최순실 게이트’가 됐건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초유의 사건이 터지면서 인터넷이 부글부글 끓고 있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100만 촛불이 광장을 메웠다.

처음 사건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최고 권력과 친밀한 특정 개인의 비리나 비정상적인 행태 정도로 여겨졌던 것이 ‘여성’ 대통령의 국정운영방식과 상황판단이 민심과 이반되면서, 여성 전체에 대한 혐오와 불신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며칠 전에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다른 야당과의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영수회담을 성사시켰다가 철회하는 일이 벌어지자 제1야당 ‘여성’ 총수의 판단력과 리더십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대선과정도 여성 리더십에 대한 이러한 의심에 불을 지르는 계기로 작용했다. 제45대 미국 대통령선거가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힐러리 클린턴이 e메일 스캔들로 다 차려진 밥상을 걷어찼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 첫 여성 대통령을 꿈꿨던 힐러리 클린턴의 발목을 잡은 것은 “부정직하고 믿을 수 없는 정치인”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였다. 대응과정에서도 문제 자체를 무시하는 태도, 말 바꾸기 등을 거듭하면서 탈세가 의심되는 부동산 재벌 트럼프보다도 오히려 힐러리가 더 부정직하고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을 미국인에게 심어준 것이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이런 증거(?)들이 속출하면서 사람들은 여성이 기본적으로 리더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쉽게 해버리는 것 같다. 실제로 당분간은 여성이 기관·단체의 장을 맡기 어렵겠다는 말들이 시중에 떠돌아다닌다.

그렇다면 정말 여성의 리더십에는 문제가 있는가? 돌이켜보면 새천년이 열리면서 21세기는 여성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앞다퉈 나왔다. 여성인재 활용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며,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여성적 리더십이 권위적이고 군림하는 남성적 리더십의 대안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이어졌다. 한 때는 새로운 리더십 유형이라고 칭송받던 여성 리더십의 장점이 지금은 정말 여성에게 리더십이 있긴 한 건가? 여성은 불완전한 존재가 아닌가? 라는 정체성의 뿌리부터 의심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면 세상엔 좋은 여성 리더도 많다. 독일 메르켈 총리의 경우는 2005년 독일의 첫 여성 총리가 된 후 3선에 성공하면서 초등학교 남학생이 “남자도 총리가 될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성공한 여성 정치인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핀란드 할로넨 전 대통령은 작지만 강한 나라, 핀란드의 오늘을 일군 여성 지도자로 손꼽힌다. 할로넨의 재임시절 핀란드는 국가청렴도, 국가경쟁력, 교육경쟁력 1위 국가로 변모할 수 있었다.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50%를 조금 웃도는 지지율로 당선됐지만 퇴임할 때 할로넨의 지지도는 무려 80%에 달했다. 퇴임 후에는 집 근처 재활용 수거장에서 물건을 줍거나 혼자 동네 슈퍼에서 장보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여전히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다.

“여성은 리더십이 부족한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핵심 포인트는 개별 여성과 성별 전체로서의 여성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남성의 경우는 좋은 리더와 실망스러운 리더의 사례가 많다보니 개별 리더십 문제를 전체 남성의 문제로 연계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 여성 지도자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는 “여자라서 저래” “여자는 역시 안 돼”라는 식으로 여성 전체의 문제로 넘어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국기가 흔들릴 정도로 어려운 시국에 이런 세간의 인식이 더해지면서 지금도 유리벽과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여성들의 기회가 줄어들까 걱정인 요즘이다.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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