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대구시와 간송미술관에 바란다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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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17   |  발행일 2016-11-17 제31면   |  수정 2016-11-17
[영남타워] 대구시와 간송미술관에 바란다
김수영 문화부장

간송미술관에 대한 나의 기억은 두 가지가 있다. 첫 기억은 대학 때였다. 친한 친구들과 같이 중학교 미술시간에 마주했던 신윤복의 ‘미인도’를 보러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미인도를 보려면 서울 성북동에 있는 간송미술관을 가야 하는데 그 당시만 해도 서울 가는 것이 쉽지 않았던 터라 친구들끼리 날짜를 잡다가 그만 가지를 못했다. 간송미술관은 봄과 가을 두 차례 보름 정도만 문을 열어 일반인에게 작품을 공개한다. 그래서 이 시기만 되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이 몰렸다.

그리곤 20년 가까운 세월이 훌쩍 지나버렸다. 결혼을 해 아들 둘이 초등학교 고학년이었을 때였다. 간송미술관을 가려고 몇 번이나 계획을 세우다가 그때도 시간이 안 되어서 결국 가지를 못했다.

한국 최고의 미술관이라는 간송미술관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채 영남일보에서 미술 담당을 하게 돼 간송미술관에 대한 특집기사를 두 번이나 썼다. 늘 마음이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가서 보질 못해서일까. 몇 년 전 간송미술관이 대구관을 지으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마치 나의 일인 듯 반가웠다.

최근 간송미술관 대구 유치가 본격화되면서 대구시가 지난 10월 말 ‘간송미술관 대구유치 시민토론회’까지 여는 등 간송미술관 대구관의 설립이 한층 가시화되고 있다. 간송미술관이 대구에 들어선다는 것에 대한 지역시민이나 미술인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듯하다.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림, 도자기 등은 물론 훈민정음 해례본을 비롯한 국보급 문화재들을 굳이 서울에 가지 않고도 대구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를 가진 부모들의 관심은 더욱 크리라 생각된다. 미술인의 경우도 조상들의 탁월한 심미안이 담긴 전통예술품을 보면서 영감을 얻고 창작 의지도 더 뜨겁게 불태울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하지만 간송미술관을 대구에 유치하는 것만으로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서서히 간송미술관이 대구에 들어선 뒤의 그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구시는 간송미술관을 시립미술관으로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시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시민들, 나아가 지역미술인들에게 좀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운용계획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최근 대구시와 간송미술관 측은 대구미술관 옆에 간송미술관 대구관을 짓기로 합의했다. 개인적으로 간송미술관의 위치에 대해서는 긍정을 표시한다. 어떤 이들은 대구 도심 한복판에 건립해야 시민들이 쉽게 찾고 다른 지역 관광객들도 많이 유치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 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대구미술관 옆에 건립해 그 일대를 미술복합단지로 조성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간송미술관만이 아니라 지역의 사립미술관이나 화랑들을 이곳으로 모으고 다른 문화시설도 건립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타운, 나아가 예술타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간송미술관은 대구관을 단순히 시민들을 위한 미술관으로 생각하지 말고 지역미술인과도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가길 바란다. 대구는 그동안 현대미술이 강했다. 1970년대 대구현대미술제 등을 통해 한국현대미술운동을 주도했던 대구다. 이런 지역미술계에 전통예술품이 많은 간송미술관이 들어오면 지역미술계가 골고루 발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최근 지역미술대학에 서예과, 도예과, 동양화과 등의 폐과가 이어지고 있고, 역량있는 미술인들의 역외 이탈도 잇따르는데 간송미술관이 이처럼 침체된 지역미술계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폭제가 되면 좋겠다는 게 미술 담당 기자로서의 작은 소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작품을 보여주는 미술관을 넘어 지역미술인들과 소통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간송미술관이 시민들의 문화적 수준을 높이는 역할만이 아니라 지역미술인들의 창작열도 돋워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기대가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라 믿는다. 시민, 미술인, 대구시, 간송미술관이 모두 같은 바람과 의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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