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박 대통령, 최후 승부수로 ‘탄핵’ 던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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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21   |  발행일 2016-11-21 제30면   |  수정 2016-11-21
[송국건정치칼럼] 박 대통령, 최후 승부수로 ‘탄핵’ 던졌나

국정 챙기며 반격 나선 朴
‘피의자 대통령’ 됐지만
검찰에 정면대응 돌입…
탄핵 대비로 가닥 잡은듯
정치권도 헌법절차 따라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주 기운을 차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광옥 비서실장 등 청와대 신임 참모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비서동(棟)인 위민관에 들러 업무를 봤다. 해운대 초고층 주거복합단지 엘시티(LCT)사업 비리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라고 법무장관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내일(22일)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할 예정이고, 다음달 일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도 참석하기로 했다. 내치(內治)와 외치(外治)를 동시에 챙기는 모습이다. 청와대도 여론전에 나섰다. 홈페이지에 ‘오보·괴담 바로잡기, 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코너를 신설해 그동안 제기된 억측들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은 어디서 뭘 했는가?’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당일 박 대통령의 일정을 그래픽으로 만들어 소개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친박계 지도부도 덩달아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현 대표가 박 대통령 탈당과 지도부 퇴진을 요구하는 비주류 대선주자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슬그머니 국정에 복귀하도록 빌미를 준 쪽은 야당이다.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같은 야권의 대선 주자들이 정략적 포석을 깔고 박 대통령 거취 문제에 접근하다 보니 해법을 찾기보다는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 이 틈에 박근혜정부의 산실인 대구·경북에서조차 5% 지지율(갤럽)만 기록하고 있는 박 대통령이 국정에 복귀하려는 시도를 한다. 주말을 보내면서 상황 변화가 생기긴 했다. 대구와 경북을 비롯한 전국에서 촛불이 타오른 건 예고된 일이었다. 반면,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어제(20일) 중간 발표를 하면서 박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해 버린 일은 충격적이었다. 검찰이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과 공모…” 운운한 대목에서 화가 났을까. 박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 등을 내세워 검찰에게 ‘전면전’을 선포했다. “검찰 수사가 공정하고 정치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검찰 조사 협조 요청에 일체 응하지 않고 특검에 대비하겠다”는 말을 쏟아냈다.

결국 박 대통령은 거취와 관련한 여러 갈래의 길 가운데 ‘탄핵’을 선택한 듯하다. 마침 어제는 야권 대선주자들이 모여 국민적 퇴진운동과 탄핵 추진을 병행키로 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시국 해법 접근 방식이 달랐지만 박 대통령이 끝까지 버틸 경우 탄핵을 추진한다는 공통분모를 찾은 셈이다. 여기다 새누리당 비주류가 결성한 비상시국위원회도 어제 국회가 탄핵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벼랑 끝에 몰린 박 대통령으로선 사실 탄핵이 유일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하야나 2선퇴진론과 달리 헌법 절차에 따른 방식인 까닭이다. 국회가 탄핵소추에 나서면 국회 의결이나 헌법재판소 결정에 의해 ‘면죄부’를 받을 수도 있다. 그렇게 가지 않더라도 헌재의 최종 결정까지는 시일이 오래 걸린다. 그 사이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하는 등 상황 변화가 생긴다.

현 상태에서 국회의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박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은 ‘국회가 신임 총리를 추천해 달라’고 한 말을 거둬들이면 된다. 야3당은 박 대통령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국정 재개와 검찰과의 전면전 선포, 탄핵 유도는 하나의 정교한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야당에선 이를 ‘권력 유지 욕심’ ‘물타기’라고 비판하겠지만 박 대통령 입장에선 외길이다. 스스로 내려오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기에 더욱 그렇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도 이제 차분하게 탄핵을 준비하고 국회 의결과 헌재 결정에 존중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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