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최순실과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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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21   |  발행일 2016-11-21 제30면   |  수정 2016-11-21
[아침을 열며] 최순실과 언론
강병균 포스텍 교수

억울한 피해자 안만드는 게
범죄 처벌하는 것보다 중요
자칫하면 인민재판식 우려
언론은 검찰 행세 그만두고
본연의 사실보도 충실해야

대통령을 잡겠다고 야단이 났다. 언론은 선동하고 국민은 부화뇌동한다. (최순실에 대한 최초 보도자인 모 방송은 평소 허위보도로 악명이 높다. 예컨대 다이빙 벨 보도와 사드 보도가 있다.) 허위보도가 많으므로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는 삽살개 털처럼 부풀려져 있다. 데자뷔가 일어난다. 김대업 사기사건 보도와 광우병 촛불시위 보도의 재판(再版)이다.

언론이 ‘지나치게’ 분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박 대통령에게 눌려 지냈기 때문이다. 옳은 것도 없고 그른 것도 없는, 그래서 그른 것이 옳은 것과 구분이 되지 않는 한국정치계에서 부패하지 않은 정치인은 거의 없으므로(놀랍게도 국회의원 20%가 전과자이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혹시 언론에 자기 비리가 까발림을 당할세라 언론에 굽실거렸다. 그래서 언론은 정치인들 위에 군림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예외였다. 이성 문제와 돈 문제에서 자유로웠다. 그래서 대쪽 이회창처럼 고고했다.

사실, 대통령의 잘못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것은 언론의 부패이다. 언론은 비판 기능이 생명이고 정치인은 공인된 부패한 거짓말쟁이이기 때문이며, 대통령의 권력은 수명이 5년이지만 언론의 권력은 영생이기 때문이다.

군사독재 시대에도 언론사 사장은 밤의 황제라는 말이 떠돌았다. 언론사 주필들은 다들 그렇게 사는데 송희영만 재수 나쁘게 걸렸다는 말도 있다. 대통령이 한 짓보다 언론이 한 짓이 더 파렴치하지만 꾸짖을 길이 없다. 다른 언론도 동업자 정신으로 침묵을 지킨다.

좌파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었지만, 국민의 과반수가 지지해서 뽑은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자들이 나서서 대통령더러 통치권을 내놓거나 하야하라고 하는 것은 위헌이자 사내답지 못한 행동이다. 왜 패배했는지를 망각한 행동이다. 북한에 대한 굴종적인 태도가 문제였고, 이는 노무현 정권이 비서실장 문재인의 주도하에 유엔 북한인권법 결의안에 대해서 북한의 의견을 묻고 그에 따라 기권했다는 걸 폭로한 송민순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빙하가 움직인다’가 증명하고 있다.

박정희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세대는, 그들이 어렸을 때 쌀이 쌀나무에서 나오는 줄 알았듯이, 한국의 경제적 부흥이 하늘에서 떨어진 줄 안다. 지도자와 국민의 비전과 지도력과 피와 땀이 필수라는 걸 모른다. 삶에 대한 꿈과 희망은 경제적 융성에서 나옴을 모른다. 왜 지난 대선에서 60대 이상이 90% 이상 투표에 참여하고 몰표를 주었는지 생각해보라.

독재면 어떻고 우파면 어떤가? 국민을 행복하게 해줬다면, 그리고 선진국 수준의 민주주의로 가는 기반을 닦았다면 그걸로 족하다. 지금 한국의 민주화도는 유엔에 의하면 미국보다 위이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독립한 아프리카 후진국들을 보건대 경제부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박정희 대통령을 미워할 일이 아니다. 그건 그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자기 부모를 미워하고 멸시하는 일이다. 배운 건 없지만 ‘능률과 실질’의 구호 아래 피땀 흘려 나라를 일으켜 세워 풍요로운 나라를 물려준 부모를 능멸하는 일이다.

언론이 떠드는 소리가 다 참이라면 검찰이 필요 없다. 한국 언론은 검찰 행세를 그만두고 ‘사실보도’라는 언론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한다.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것이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또 그게 진정한 인권이라면, 짓지 않은 죄까지 뒤집어씌우는 것은 인권탄압이다. 자칫 잘못하면 직접민주주의로 포장한 인민재판이 된다.

대한민국 축구의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룬 히딩크의 소감이 있다.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우승이 목표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대한민국의 목표가 세계 최고의 국가가 되는 것이라면, 북한을 세계 최빈국과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국으로 만든 사상과 그 추종자들에게는 남북을 불문하고 눈길도 주지 말아야 한다. 이들의 장단에 맞춰 심신을 떠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무속의 신들림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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