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전략으로 진화하는 의성조문국박물관] (상) 흙에 묻힌 역사, 의성을 깨우다

  •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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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28   |  발행일 2016-11-28 제12면   |  수정 2016-11-28
“의성은 고대 경북북부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 자부심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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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의성조문국박물관장이 특별전 ‘흙에 묻힌 역사-의성을 깨우다’를 돌아보며 고대사에서 의성이 차지하는 비중과 독자적인 문화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의성군 제공>

의성조문국박물관(이하 조문국박물관)이 특화된 전략으로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개관한 지 4년에 불과한 신생 박물관의 한계인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고 지역 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뿌리를 내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그것이다. 그렇다고 유물의 연구 및 보관·전시라는 박물관 고유의 기능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박물관의 고유 기능에 충실함과 동시에 관람객과 직접 교감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법을 찾아가고 있는 조문국박물관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고대 경북 북부의 중심지 의성을 뽐내다

조문국박물관은 개관 첫해 특별전으로 ‘중국한대유물전’을 개최했다. 이 전시회는 고대에 의성군 금성면 일대를 중심으로 강력한 세력을 형성했던 조문국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유물을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과 무관치 않다. 조문국이 강력한 세력을 형성했던 시기에 존재했던 중국 한대(BC 200년~AD 220년)의 유물인 인물·건축물상과 화상전(생활상을 벽돌에 새겨놓은 유물) 등을 통해 조문국의 생활상을 간접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차원에서 기획됐다.

두 번째로 열린 특별전 ‘조문의 지배자들’은 의성 탑리, 대리리, 학미리에 조성되어 있는 고총고분의 발굴 조사 성과를 총정리하는 성격을 띤 바 있다. 실제 이 전시회는 1960년 의성탑리고분을 시작으로 학미리고분, 대리리 5호분과 2호분 등의 발굴조사 결과에서 확인된 고분의 규모, 축조형식 그리고 출토유물의 성격 등 그동안 지역민조차 잘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을 알려줬다. ‘고대 경북 북부지역에서 강력한 세력 구축과 함께 독자적인 성격을 가진 고대 의성의 정치체제가 정치, 경제, 군사, 문화적으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미쳤는가’ 하는 사실을 고고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세 번째로 열린 ‘의성의 불교문화’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의성의 불교문화유적을 최초로 한 곳에 모아 전시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이 전시회는 의성불교문화의 정수를 느낌과 동시에 조문국의 후예들이 지역에 굳건히 터를 다지면서 고대 의성의 독자적이고 화려한 문화의 전통이 불교라는 매개체를 통해 통일신라,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이어졌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처럼 고대 의성의 역사를 복원하는 일은 조문국박물관이 건립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조문국의 후예인 조문의 지배자들은 경북 북부지역에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면서 고대 경북 북부지역이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다는 것을 발굴유물을 통해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특별전, ‘흙에 묻힌 역사-의성을 깨우다’

이 같은 사실은 네 번째 특별전인 ‘흙에 묻힌 역사-의성을 깨우다’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전시회는 의성지역에서 발굴 조사된 문화유적 가운데 조문국의 성격을 고증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는 유물들을 한자리에 모은 특별전이다.

실제 최근 3년간 의성지역에서는 주목할 만한 유적의 확인과 유물의 발굴이 이루어졌는데, 이 가운데 4개 유적을 선별해 전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최상위 계층에 속하는 금성산고분군 △하위 지배계층에 속하는 후평리고분군 △최하위 지배계층에 속하는 윤암리고분군 등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즉 의성지역 내 여러 지배계급 간의 서열관계를 출토유물을 통해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었다. 현재 전시 중에 있는 귀걸이와 굽다리접시가 이 같은 추론을 증명하는 중요한 단서로 꼽힌다.

이와 함께 의성지역이 오래전부터 교통의 요충지로 중요한 위치에 있었던 사실을 반영하듯 개성 있는 유물이 다수 발견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리리 48호분에서 출토된 ‘금동관모’다. 이 관모는 기존 신라·백제양식으로 구분되는 고정된 인식과는 차이를 보이는 형태다.

◆박물관 지역문화 독창성을 얘기하다

의성의 중요 발굴유물을 전시한 네 번째 특별전은 의성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대중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중요한 대목은 지난 3년 동안 발굴된 유적과 유물은 그 중요성과 성격 면에서 의성의 고대사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향후 문헌기록에 미비하게 나타난 의성의 역사를 규명하는 것은 물론, 고고학 자료로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별전은 또 다른 숙제도 안겨준다. 의성지역 내 대규모 고분군은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의하면 30여 개에 이른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 실제 이번 특별전에서 그 성격이 분명히 드러난 유물들은 지역에 산재한 수많은 고분군 가운데 불과 5개 군(금성산고분군, 후평리고분군, 윤암리고분군, 장림리고분군, 송호리고분군)에 대한 조사에서 얻은 성과물이다. 따라서 의성의 역사를 고증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 고분군의 보존과 향후 연구 논의는 필수적이다. 학계는 이번 특별기획전이 그러한 단초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성=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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