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전략으로 진화하는 의성조문국박물관] <하>귀농인의 아이디어로 열린 농부달장

  •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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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30   |  발행일 2016-11-30 제10면   |  수정 2016-11-30
박물관서 농산물직거래…이색 행사로 지역공동체 구심점 역할
특화전략으로 진화하는 의성조문국박물관
사과·꿀·마늘 팔고 다양한 체험…관람객 관심 끌며 새 가능성 제시
800명이 165㎡ 대형 연 제작참여…日오미대연회관도 주민소통 기여
20161130
일본 <재>히가시오미시지역진흥사업단 관계자가 벽면을 크게 장식하고 있는 대연 앞에서 지역의 민속문화를 관람객에게 설명하고 있다. 히가시오미시의 전통 민속놀이인 ‘오미대연 날리기’(일본 무형민속문화재)의 보존·전승·발전을 목적으로 건립된 오미대연회관은 지역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새로 건립된 박물관의 기능을 살펴보면 여러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유의 기능을 뛰어넘어 교육을 목적으로 한 체험형부터 관객과 교감하기 위한 전시기법까지 다양하게 도입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박물관을 동적인 요소가 다분한 공간으로 변신시켜 지역공동체의 구심점으로 발돋움하려는 의성조문국박물관의 사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공동체의 구심점으로 진화

기존 박물관의 역할과 기본 기능은 전시, 보존, 관리, 연구 등이다. 그러나 최근 박물관은 이러한 기본기능은 물론 사회교육기능을 더하거나 강조하는 추세다. 이 같은 현상은 특화 또는 전문화된 박물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실제 여기에 해당되는 박물관의 경우 사회교육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조문국박물관은 사회교육 기능을 강조하는 박물관의 대열에 합류해 있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 등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각종 프로그램 운영에 적잖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같은 노력은 박물관의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교육의 혜택을 입은 주민들이 다시 박물관과 관계 재정립을 도모하는 과정과도 직결된다. 박물관이 지역의 역사문화 허브 역할과 함께 지역사회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사례는 일본 히가시오미시의 ‘연박물관’(오미대연회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오미대연회관’ 사례

히가시오미시에 있는 오미대연회관은 ‘오미대연’(가로 13m, 세로 12m, 무게 700㎏)을 비롯해 일본 각지의 전통 연, 향토 연을 전시하는 전문박물관이다. 독특하고 이색적인 세계 각국의 연(500여점)이 1·2층 전시실에서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1991년 개관한 이 박물관은 300년의 역사를 가진 히가시오미시의 전통 민속놀이인 ‘오미대연 날리기’(일본 무형민속문화재)를 보존·전승·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물관 운영은 지자체 운영보조금을 받은 <재>히가시오미시지역진흥사업단이 관리하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지역 마쓰리(민속놀이)에서 출발한 이 박물관은 건립된 후 지역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이는 히가시오미 지역을 대표하는 민속놀이인 대형 연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제작에만 80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엄청난 크기(165㎡)를 자랑한다. 작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이 단합하고 결속된다. 박물관의 입장료는 한화 기준 약 3천원 수준이다. 박물관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지역 공동체의 단합과 세대 간 소통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자체와 시민들로부터 꾸준한 지원과 사랑을 받고 있다.

◆생뚱맞은 결합의 뜻밖 효과

오미대연회관의 사례에서 드러나듯 박물관은 지역공동체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조문국박물관 역시 그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5월1일 조문국박물관 공터 한편에는 ‘박물관 옆 농부달장’이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제목에서부터 ‘박물관은 유물을 전시하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깨트렸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에 정착한 귀농인의 아이디어였다.

농부달장은 의성사람이 의성에서 생산한 생산품이라면 누구나 판매할 수 있는 열린 장터로 운영되고 있다. 신상묵 농부달장 대표(54)는 “농부달장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지산지소(地産地消·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고 행복을 나누기 위한 장소"로 설명하고 있다. 농부달장은 ‘정직한 농산물과 풍성한 먹을거리가 가득 차 있고 아이들에게 신나고 즐거운 곳’이라는 걸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 지난 5~11월 매월 첫째 주 일요일, 농부달장 진열대를 장식한 것은 사과와 꿀, 마늘, 땅콩 등 제철 맞은 신선한 농산물과 농가공품이었다. 또 △클레이토이 만들기 △사과아재 선발대회 △사과껍질 길게 깎기 △주사위 눈 숫자만큼 사과 담기 △제기차기 △박 터트리기 △2인삼각 경기 등 다채로운 놀이와 체험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박물관과 직거래 장터의 결합은 사회교육시스템을 넘어 ‘주민과 함께하는 문화 중심으로의 박물관’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계획 단계에서 어울리지 않는 어색함만으로 가득할 것 같았던 박물관과 장터의 결합은 관람객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면서 또 다른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글·사진=일본 오사카에서

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이 시리즈(상·하)는 의성군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공동기획 : 의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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