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27%가 車부품…전기차시대 대비 못하면 지역경제 치명타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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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2 07:47  |  수정 2016-12-02 10:36  |  발행일 2016-12-02 제13면
[대구의 앞길을 여는 미래형 자동차] <상> 왜 전기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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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미래형자동차를 집중 육성하고 있는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동공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1t 전기상용차 개발에 나선 르노삼성차의 전기차인 트위지를 시승해보고 있다. 작은 사진은 권 시장이 전기자동차 케이블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대구시 제공>

대구시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미래 먹을거리 산업으로 채택했다. 서울과 제주는 친환경 도시를 위한 전기차를 지원하지만, 대구의 접근은 달랐다. 소비가 아니라 생산, 그에 따른 연구가 가능한 도시로 만들어 미래형 자동차산업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미래형 자동차로 청년일자리가 넘쳐나는 새로운 대구의 미래를 만든다는 것이다. 대구시가 국내 지자체 가운데 가장 먼저 이 분야 산업을 선점,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미래형 자동차산업 자체가 선진국에 비해 늦은 상황이어서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 시장 자체가 크지 않거나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탓에 초기 진입 시장을 만들지 못하면 성공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욱이 대구는 자동차 부품회사가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적지 않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면 다른 지자체보다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대구시가 미래형 자동차를 집중 육성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설연구소 보유 기업은
전체의 15.7%인 130여곳
소규모 업체는 속수무책
市 주도 기술개발 불가피

◆위기와 기회 앞에 놓인 차부품업

대구지역에서 차부품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는 300여 개다. 대구 전체 제조업체 3천300여 개의 9%,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업체 수는 885개로, 대구 제조업의 27%를 차지한다. 지역의 기업 11곳은 국내 100대 차부품 기업에도 포함된다.

차부품을 포함한 자동차 산업은 지역 생산의 21%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역 차산업의 높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각 기업의 규모는 영세한 편이다. 연 매출 30억원 미만인 업체가 전체의 절반 이상인 51.4%에 이르고, 종업원 수 30인 미만인 곳은 10곳 가운데 7곳가량인 67.4%다.

문제는 이들 기업 상당수가 차세대 차산업으로 떠오른 전기차에서는 불필요한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차부품 업체의 상당수는 전기차에는 필요 없는 파워트레인(클러치, 트랜스미션 등) 관련 부품을 생산하고 있고, 더 큰 문제는 대부분 영세한 탓에 기술연구력 부족으로 자체적으로 전기차 관련 부품을 개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자동차부품연구원이 2014년 발표한 ‘대구경북 자동차부품업체 산업현황조사’에 따르면, 지역 차부품 관련 업체(885개) 중 내연기관과 관련된 파워트레인 분야는 392곳으로, 전체의 절반가량인 44.3%에 이른다. 전기차로의 전환을 준비하지 못할 경우 40% 이상의 업체가 어려움을 겪거나 아예 사라져버릴 수 있는 처지다.

내연기관차는 대략 2만개의 부품이 필요하지만, 전기차의 경우 필요 부품이 내연기관차의 40% 수준이어서 7천~8천개로 줄어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역 차업계도 이런 변화를 알고 있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의 차부품기업 가운데 부설연구소를 보유한 곳은 130여 곳으로, 전체의 15.7%다. 다시 말해 일부 중견기업은 자체 연구소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2~3차 협력업체는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완성차에 묶인 납품기업의 한계

지역 차부품업체가 전기차 관련 개발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관련 신기술을 개발한다고 해도 이를 받아줄 완성차 기업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생산에 나서고 있지만, 생색 내기 수준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지역 차부품기업 대부분은 완성차에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구조인데, 이들이 새로운 제품을 원하지 않는 탓에 개발할 필요도, 이유도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외국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기업과 직접 거래를 시도하려고 할 경우, 자칫 국내 완성차와 관계 설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개발을 어렵게 하는 이유의 하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기차는 기존 차산업과는 달리 기술제안 사업이어서 새로운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서는 완성차 업체에 먼저 제안을 해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완성차가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고, 있다 해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1차 협력업체 몇 곳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기술력이 따라 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2030~2050년쯤 전기차가 전 세계 차시장의 50%를 차지할 것이라는 안일한 예상도 한몫한다. 2050년에도 여전히 내연기관차 시장이 50% 가까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돼, 이 분야 산업이 한꺼번에 사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들 업체의 판단이다.

대구의 차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가 전기·자율차 분야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부품업체 역시 자체 개발을 하기는 힘들다. 대구시가 관련 연구에 나설 수 있도록 여건 조성과 지원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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