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에 포위된 당신, 버려야 행복하다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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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2   |  발행일 2016-12-02 제33면   |  수정 2016-12-02
■ ‘물건은 최소한, 행복은 최대한’…미니멀 라이프
20161202
필요하거나 사고 싶은 것은 늘어날 뿐 줄어들지 않는다.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만 남기고 버리는 미니멀 라이프가 필요한 이유다.

우리 삶에 꼭 필요한 물건은 과연 얼마나 될까. 한 사람이 소유하는 물건의 수는 1만여개. 이 가운데 실제로 사용하는 물건은 20%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NHK TV 드라마 ‘우리 집에는 아무것도 없다’의 주인공 유루리 마이. 스스로를 ‘버리기 변태’라 부를 정도로 그녀는 물건들을 족족 버린다. 왜냐고? 그저 필요 없는 물건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약혼반지까지 버리려는 그에게 남편이 반문하자 이렇게 말한다. “결혼반지가 있잖아!"

그녀가 버리기 신공을 발휘하게 된 것은 동일본 대지진 때문이었다. 지진이 일어나자 집 안에 있던 물건이 흉기로 돌변했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시작된 ‘버리기’는 보통 사람이 볼 땐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다. 식기류와 몇 개의 냄비와 프라이팬, TV와 탁자, 옷 서너 벌과 가방 1개를 남겼을 뿐이다. 그는 “집에는 불필요한 물건이 생각보다 많다”면서 “왜 있어야 하는지, 있었는지도 모르는 물건에 의문을 품고 그 질문에 답한다면 이내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살아갈수록 필요하거나 하고 싶은 것은 계속 늘어갈 뿐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돈과 시간은 한정돼 있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과연 그게 현명한 삶일까.

꼭 필요한 물건만 소유하는 ‘미니멀 라이프’는 이에 대한 해답이다. 존재가 불분명한 물건에 의문을 품고 그 질문에 답한다. 최소한의 물건만 두고 나머지는 극단적으로 정리하는 이들이 미니멀 리스트란 이름으로 지금 공감과 환호를 얻고 있다. 행복은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갖고 있는 것을 원하는 상태. 그러므로 미니멀 라이프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버리기와 비우기를 통해 방이 깨끗해지고 청소가 편해지고 공간이 넓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더 이상 물건은 필요 없다’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는 “단순히 버리기만 했을 뿐인데 고층 맨션에 아름다운 가족까지 이룬 고소득자 친구와 저금 하나 없는 나를 비교하는 데서 오는 절망감 등 본질적인 삶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미니멀라이프는 한정된 주거 공간을 보다 쾌적하게 탈바꿈할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과소비로 인한 환경파괴를 막는 공동체적인 책임 의식의 발로이기도 하다. 또한 채우고 늘려서 행복해지자는 소비자본주의의 명제에 대한 반성인 동시에 어쩔 수 없는 저성장 시대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일상의 물건 버리기는 궁극적으로 삶의 태도로 귀결된다. 우리 삶에서 비우고 덜어내야 할 것이 어찌 물건뿐일까. 미니멀 라이프는 먹는 것, 입는 것, 생각하는 것 등으로 확장된다. 불필요한 인간관계, 쓸데없는 걱정, 이루지 못할 욕심, 벗어나야 할 집착 등 버리고 비워야 할 대상은 무한하다. 필요 없는 물건과 부질 없는 욕망이 비워진 자리, 그곳에 비로소 충만한 삶이 오롯이 채워지는 것이다.

‘물건은 최소한, 행복은 최대한’. 그러려면 일단 청소부터 시작!!!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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