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억 쓴 서문시장 방재예산 고작 6%

  • 서정혁,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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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3 07:14  |  수정 2016-12-03 09:27  |  발행일 2016-12-03 제1면
10년간 현대화사업 내역 분석
아케이드 설치 등 외형개선 치중
2지구 화재 겪고도 안전 무관심
20161203
“까맣게 타버린 게 상가뿐이랴”대구 서문시장 4지구에서 큰 불이 일어난 지 사흘째인 2일, 상인들이 붕괴된 건물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불은 발화된 지 59시간 만인 이날 오후 1시쯤 완전히 꺼졌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최근 10년간 서문시장 시설현대화사업에 투입된 수백억원의 예산 가운데 방재와 관련된 예산은 6%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예산이 아케이드·LED조명 등 시장 외형을 꾸미는 데 사용됐다. 특히 2005년 서문시장 2지구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이후 ‘소방설비공사’가 이뤄진 것도 5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대구시와 중구청으로부터 입수한 ‘전통시장 및 상점가 시설현대화사업 내역’(2006~2016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서문시장에 투입된 관련사업비는 247억7천여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소방설비 교체 등 화재예방과 관련된 ‘소방설비공사’에 투입된 예산은 2012년 8억원, 2013년 5억원, 올해 2억7천500만원 등 총 15억7천500만원이었다. 전체 예산의 6%에 불과하다. 대구시는 2지구 화재가 발생한 직후인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서문시장에 184억1천여만원을 투입했지만 ‘소방설비공사’에 투입된 금액은 ‘0’원이었다. 이후 2012년부터 최근까지 15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5차례에 걸쳐 소방설비공사를 실시했다. 세부적으론 2012년 서문시장 4지구·5지구 소방설비공사, 2013년 4지구 소방설비공사, 2016년 서문시장 1지구 1층 소방설비 교체·동산상가 스프링클러 배관 교체다.

예산의 대부분은 시장 외형 개선에 치중됐다. 우선 아케이드 공사에 약 91억8천만원이 사용됐다. 2005년 사용된 아케이드 설치예산(52억5천만원)까지 합하면 약 144억3천만원이다. 이는 그동안 투입된 예산 247억7천만원의 58%에 이르는 수치다. 이 밖에 사용된 예산 대부분도 야시장 테마거리 조성·LED 조명교체·바닥타일 공사·공동화장실 리모델링·옥상방수 공사 등 대부분 외관을 정비하는 데 쓰였다. 2005년 대형화재를 경험했음에도 ‘안전’에는 무관심했던 셈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장에 지원되는 예산은 상인들도 자부담을 하기 때문에 필요한 시설에 대한 요청을 받은 후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지원된다”며 “서문시장이 워낙 넓은 시장이기 때문에 구역별로 연도를 정해 소방설비공사를 진행한다. 한정된 자본 탓에 어떤 곳은 공사가 미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2005년 서문시장에 큰 불이 나 많은 상인이 피해를 입었다”며 “이런 일을 겪고도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소방설비공사에 예산을 크게 투입하지 않았다. ‘안전에 투자하면 손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전통시장은 한 곳에서 불이 나면 전체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전통시장에 대한 ‘소방법’이 보다 엄격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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