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요청 따라 대통령 기다렸을 뿐인데…”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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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5 07:14  |  수정 2016-12-05 07:14  |  발행일 2016-12-05 제2면
■ 朴대통령 서문시장 방문 후폭풍
“왜 영접 않았냐” 비난 글 SNS 확산
權 시장 “참 난감하고 기가 막힌다”
“靑 요청 따라 대통령 기다렸을 뿐인데…”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의 서문시장 화재현장 방문 때 권영진 대구시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과 관련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인터넷상에 권 시장에 대한 음해성 글들이 유포되고 있어 대구시가 크게 당혹해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시민들이 자칫 SNS 내용만 접하다 보면 크게 오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정은 이랬다. 대구시에 따르면 박 대통령 방문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오후쯤 청와대 측에서 “대통령이 1일 오후 3시30분쯤 방문할 예정이니 대구시장이 화재 관련 브리핑을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이에 권 시장은 관할 기초지자체장인 윤순영 중구청장·남화영 대구시소방안전본부장과 상의, 브리핑 자료를 만들었다.

그리고 방문 당일 오전, 예정된 대통령의 방문이 취소됐다는 청와대 측의 전화통보가 왔다. 권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쯤 재난안전대책본부로 가서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도 대통령 방문 일정이 기밀인 점에 비춰 방문이 진행될 수도 있다고 보고 브리핑 자료를 계획대로 준비했다. 1시간 뒤 김영오 서문시장상인연합회장이 권 시장에게 “오후 1시30분쯤 대통령이 방문할 것 같다. 다만, 개인 자격으로 방문하는 것이어서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시장·구청장도 일절 수행에 동행하지 말아 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이 왔다”고 전했다고 한다.

권 시장과 윤 구청장은 그래도 박 대통령이 대책본부 사무실은 방문할 것으로 보고 계속 대기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상인연합회 회장만 대동한 채 10여 분간 화재현장을 둘러보고 곧장 돌아갔다. 권 시장 등이 대기 중이던 대책본부 사무실은 끝내 찾지 않았다.

이런 실상과 상관없이 SNS상에선 ‘대통령이 방문하는데 대구시장이 왜 영접하지 않았냐’며 비난하는 내용이 일파만파로 퍼져갔다. 이는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이 조직적으로 유포한 것으로 대구시는 추정했다. 이에 대해 권 시장은 “시장과 공무원, 그리고 피해상인들은 대책본부에서 대통령을 기다린 것밖에 없는데 말도 안 되는 음해와 욕설이 난무하니 참 난감하고 기가 막힌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시 안팎에선 이 같은 유언비어 유포는 최근 권 시장이 언론을 통해 “법적·도덕적으로 국민신뢰를 잃은 대통령이 명예로운 퇴진의 길을 선택하는 게 가장 좋은 해법”이라며 시국상황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피력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인터뷰 내용을 이번 박 대통령 서문시장 방문과 억지로 결부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 여하튼 결과적으로 권 시장에게 엉뚱하게 불똥이 튄 셈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더 이상 근거 없는 내용들이 인터넷상에 유포돼 민심이 요동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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