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지푸라기 잡는 심정”…매캐한 냄새 속 타지않은 물건 챙겨

  • 양승진,이현덕,박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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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5 07:19  |  수정 2016-12-05 09:28  |  발행일 2016-12-05 제3면
그을음 냄새 심해 판매 힘들 듯
20161205
대구 서문시장 4지구에서 대형 화재가 일어난 지 닷새째인 4일, 휴일이지만 4지구 일부 상인들이 화재현장에서 남아있는 물건들을 챙기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4일 오전 10시쯤 대구 서문시장 4지구 화재현장에는 상인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날 중구재난안전대책본부가 오전 8시부터 소방·경찰 등의 동행하에 상점 84개소에 한해 물건 등을 정리할 수 있도록 상인들의 출입을 처음 허용했기 때문이다.

한 중년 여성은 맨손으로 시커멓게 변해버린 가게 속에서 불에 타지 않은 상품들을 찾고 있었다.

현장에서는 아직도 매캐한 그을음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전기사용이 중단된 상태라 가게 안은 어두웠다. 바닥엔 태그가 고스란히 붙어있는 새 겨울점퍼와 바지는 물론, 비닐 포장도 뜯겨지지 않은 허리띠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골목 한편에선 한 상인이 봉지에 담긴 상품 선별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방순이씨(여·61)는 “이제 가져온 것들을 쓸 수 있는지 분류해야 한다. 처참하고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모자가게를 운영했던 장준호씨(37)는 물에 젖은 모자를 가판에 올려두며 “작업은 다 끝났어요. 소실된 건 할 수 없고 불길이 덜 닿은 것들만 빼냈다”고 했다.

상인들이 물건을 빼내는 작업을 지켜보던 시민 한길옥씨(여·68)는 “남은 물건을 건져오는 상인들의 모습이 눈물이 날 정도”라며 “그나마 건질 수 있는 물건이 있어 다행”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도기섭 4지구 화재피해 상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1층 내부와 2~4층 점포 주인들은 건물 붕괴 우려로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수거한 물건도 그을음 냄새가 심해 판매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상인들이 나와 물건을 회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일·양승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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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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