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대통령·정치권,‘촛불 민심’에 부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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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5   |  발행일 2016-12-05 제31면   |  수정 2016-12-05

촛불 물결이 더 거세졌다. 지난 3일 전국을 뒤덮은 230만개의 촛불은 한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시위는 평화로웠으되 응어리진 분노는 활화산처럼 폭발했다. ‘박근혜 구속’ 같은 과격한 내용의 피켓이 늘었고 횃불까지 등장한 건 국민 분노가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다. 촛불 시위대는 새누리당 해체를 요구하는 등 여의도도 겨냥했다. 정치공학적 계산에만 골몰하는 정치권에 경고를 보낸 것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촛불 노도(怒濤)는 박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3차례의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지만 번번이 국민을 실망시켰다. 공소장에 범죄 피의자로 명시됐음에도 선의였다거나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결백 주장은 검찰에서 했어야 마땅했다. 4% 지지율의 ‘식물 대통령’이라면 일찌감치 퇴진 일정을 밝히고 즉각 2선 후퇴를 선언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범죄 혐의엔 변명으로 일관했다. 대통령 자리 유지는 검찰과 특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정권 재창출에 모종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로 비쳤다.

특히 3차 담화에선 스스로 하야 일정을 선언하지 않고 국회로 공을 떠넘겼다. 여야 합의와 법 절차에 따르겠다는 꼼수를 부린 게 국민의 화(火)를 채근했고 그 분노는 대규모 6차 촛불 집회로 표출됐다. 박 대통령의 도덕적 권위와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4월말 하야를 약속해도 어떻게 믿겠느냐는 게 국민 다수의 생각이다. 대국민 담화를 통해 성실히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해놓고 검찰 조사를 거부한 경험칙(經驗則) 때문이다. 많은 국민이 대통령 탄핵에 동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탄핵안 가결로 대통령 직무를 즉각 정지시켜야 한다는 게 촛불 민심의 본령이다.

박 대통령이 민심에 부응하는 길은 오늘이라도 퇴진 로드맵을 밝히고 총리에게 즉각적인 권한이양을 선언하는 것뿐이다. 하야 시기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취임 4주년이 되는 내년 2월말이 적기로 여겨진다. 촛불 집회 후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박 대통령을 만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옳은 판단이다.

야 3당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이미 발의한 만큼 탄핵 열차는 멈출 수 없다. 9일로 예정된 탄핵안 표결도 촛불 민심이 반영되는 게 바람직하다. 정치권도 각성해야 한다. 탄핵 가결 여부와 대통령 하야 일정조차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는 행태가 개탄스럽다. 대선에서의 유불리만 따진다면 오히려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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