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언대 서는 재벌, 진실 밝히고 정경유착 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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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5   |  발행일 2016-12-05 제31면   |  수정 2016-12-05

이번주도 국정조사, 박근혜 대통령 탄핵 표결 등이 이어지면서 최순실 게이트 정국이 숨 가쁘게 전개될 전망이다. 특히 내일 열리는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의혹 사건 국정조사 청문회는 주요그룹 총수들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라 이들의 말 한마디와 일거수일투족에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있다. 이날 한꺼번에 증언대에 서는 재벌 총수는 이재용, 정몽구, 최태원, 구본무, 김승연, 손경식, 조양호, 신동빈, 허창수 등 9명으로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이는 1988년 5공 청문회나 1997년 한보그룹 부실사태에 따른 청문회보다 큰 규모로 국민은 다시 한 번 관치경제의 민낯을 마주해야하는 불편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조특위가 이날 증인들을 상대로 따져야 할 쟁점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재벌그룹들의 자금이 순수한 ‘기부’인지 계열사 합병이나 총수 사면 등의 대가로 건넨 ‘뇌물’인지를 파헤치는 것이다. 우선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논란이 최대 격전지다. 국민연금이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중대 전환점인 합병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지고 그 이후 삼성 측이 최순실씨와 미르·K스포츠 재단에 거액을 지원했다면 대가성을 입증하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밖에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박 대통령 독대 이후 면세점 추가 발표가 있었다는 의혹과 SK그룹의 자금 출연이 최태원 회장 사면의 대가인지도 밝혀야 할 숙제다.

이처럼 청문회에 임하는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의 임무가 막중하지만 과거처럼 맹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진실 규명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와 달리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나 자신을 알리려는 보여주기식 청문회가 재현된다면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 증인들에게 답변 기회조차 주지 않거나 호통만 치는 구태는 진실 규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문회 무용론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특위는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하고, 제기된 의혹은 국민을 대신해 엄하게 따져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증인으로 채택된 재벌 총수들도 국정농단에 분노하는 촛불민심을 직시하고 성실하게 청문회에 임해야 한다. 무슨 연유로 뭉칫돈을 내야 했는지 국민 앞에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진실을 고백해야 한다. 과거처럼 경제위기를 핑계로 모르쇠로 일관하면 국민의 분노만 키운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뿌리 깊은 병폐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강제적인 준조세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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