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그리 타버리다니…” 좌절감에 오열

  • 서정혁,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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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9 07:48  |  수정 2016-12-09 07:48  |  발행일 2016-12-09 제8면
피해 상인들 들어간 화재 현장
녹아내린 철근 등 뒤엉켜 처참
성한 물건 하나 없어 빈손으로

“아무것도 없네…. 엄마, 가자.”

8일 오전 10시50분, 굳게 닫혀있던 대구 서문시장 4지구 북편 펜스 문이 열렸다. 이윽고 매캐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 나왔다. 문 앞에서 대기하던 상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현장 안으로 들어갔다. 마스크 없이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내부 공기는 탁했다.

현장은 처참하고 위험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서문시장 내부 천장은 전선과 원형을 알 수 없는 건축 자재 등이 뒤엉켜 있었고, 천장부터 아래로 기울어진 철근과 건축자재들은 언제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걸을 때마다 전선 등은 목이나 머리에 걸렸고, 높은 화재 열기로 녹아내린 철근은 마치 칼처럼 날카로운 몸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천장뿐만 아니라 바닥 역시 철근, 전선이 뒤엉켜 있어 한발 한발 내딛기가 조심스러웠다. 천장과 바닥에 늘어져있는 전선과 철근 등으로 상점 내부는 마치 숲이 우거진 밀림 같았다. 더욱이 어두운 탓에 상인들은 저마다 휴대폰 불빛을 이용해 방해물들을 피해 걸어야 했다.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했다던 한 상인은 철근과 상품 등에 발이 걸려 결국 넘어지기도 했다.

오후 1시30분에는 2층이 공개됐다. 2층 역시 1층 상황과 비슷했다. 천장에서 무너져 내린 패널들과 전선, 철근 등이 바닥에 가득했고 벽돌로 된 외벽은 무너져 내린 모습이었다. 3층으로 올라가자 화재로 벽이 무너져 내린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너져 내린 상가 벽 때문에 상가 내부에서 밖을 내다볼 수 있었고, 4층 옥상은 이미 무너져 내려 붕괴가 진행된 모습이었다.

현장 점검 종료 후 자신의 가게와 물건 등이 화재로 불탄 모습을 직접 목격한 일부 상인은 “모두 타버렸다”며 오열했다. 이날 상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확인한 결과는 ‘좌절감’이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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