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지구 상인 70%가 세입자, 피해구제 사각지대에 놓여

  • 손선우,박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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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9 07:49  |  수정 2016-12-09 07:49  |  발행일 2016-12-09 제8면
“1억여원 들여 차린 가게인데
대출금 갚자니 눈앞이 캄캄”

“쏟아져 나오는 대책들이 우리 같은 세입자들에겐 실질적으로 다가오는 게 없어요. 지금 당장 대출금 갚을 길이 없어 눈앞이 캄캄합니다.”

8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서문치안센터 앞에서 만난 김성미씨(여·33)는 4지구 상가 세입자들의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김씨는 화재가 나기 전날인 지난달 29일 4지구 상가 건물 1층 8열에서 숙녀복 가게를 열었다. 개업 떡을 돌리고 주변 상인들에게서 ‘열심히 하라’는 격려도 받았다. 가게에 몰려든 손님들을 상대하며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김씨는 연말 특수를 앞두고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다음날 희망은 산산조각 나버렸다. 30일 오전 3시30분쯤 개업날 얼굴을 익혀둔 상인에게서 화재 소식을 들은 김씨는 ‘2005년 서문시장 2지구 화재’의 기억을 떠올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음날 사업자와 상인회 등록을 하려고 김씨가 가게 안에 준비해둔 서류 뭉치는 불에 타 잿더미가 돼버렸다.

김씨는 “가게를 차리는 데 1억원 넘게 들었는데 고스란히 날렸다. 8천만원을 대출받아 인테리어에 3천만원, 권리금 2천만원, 물품 구입에 6천만원 가까이 썼다”며 울상을 지었다.

2008년부터 4지구에서 이불 등 침구류를 팔아온 이모씨(여·43)도 세입자 중 한명이다. 그는 화재보험에 들려고 몇번을 애썼는데도 결국 가입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씨의 피해 규모는 대략 1억원. 보증금 1천만원에 1년 사글세로 낸 800만원, 피해 물품은 8천만원이다.

이씨는 “대체 상가가 정해지기 전에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금이라도 빨리 줬으면 정말 좋겠다. 고교생 둘을 키우고 있는데 너무나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대구 서문시장에 불이 난 지 9일째, 피해상인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구시와 중구청 등에서도 피해복구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4지구 상인의 70% 안팎을 차지하는 세입자들은 피해구제 사각지대에 처해 있다. 화재보험을 든 사람들은 주로 자기 가게에서 장사를 해온 사람들이고, 세입자들은 대부분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 이들은 “화재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상인이나 건물주가 아닌 세입자들을 위한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박병일기자 park1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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