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청문회와 주식갤러리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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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9   |  발행일 2016-12-09 제22면   |  수정 2016-12-09
20161209
주식갤러리

7일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가 열렸다.

이날 출석한 증인들은 차은택·김종·고영태·장시호 등 최순실과 직접적으로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들 사이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끼여 있었다. 위원들이 각종 증거를 들이대며 차은택과 장시호 등을 몰아붙이자, 이들은 그동안의 일들을 하나하나 쏟아냈다.

최순실씨가 어떻게 국정을 농단하고 박근혜 대통령과는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의 돈을 어떻게 받아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됐다.

그런데 이들 평범한(?) 사람들도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과의 관계를 이야기하는데, 김 전 비서실장은 한마디로 ‘딱’ 잡아뗐다. “모릅니다”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라는 치매성 발언으로 일관했다.

그의 모르쇠 작전은 성공하는 듯했다.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할 경우 위증죄로 처벌받는다는 것을 김 전 비서실장이 모를 리도 없겠지만, 모르쇠가 정답이었다. 그렇지만 딱히 그의 거짓말을 뒤집을 만한 물증도 특위 위원들은 가지고 있지 못했다. 심증은 있되, 물증은 없는 말 그대로 였다.

이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하나의 동영상을 내보냈다.

시민에게 제보를 받았다면서 박 의원이 공개한 동영상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 청문회 당시 영상이었다. 이 영상에는 김 전 비서실장이 담겨있고, 최순실의 이름이 명확히 언급됐다. 박 의원은 “김기춘 (당시) 법률자문위원장 앞에서 있었던 한나라당 후보 검증 청문회다. 그런데 최순실씨를 몰랐다? 이게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그제서야 김 전 비서실장은 “나이가 들어 기억이 안 났다”며 “이제와서 최순실 이름을 모른다고는 할 수 없겠다. 하지만 최순실과는 어떠한 접촉도 없었다”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신이 얼마전에 했던 “모른다”는 말을 180도 바꿨다.

김 전 비서실장의 모르쇠 작전을 퇴각시킨 결정적인 제보는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를 이용하는 한 네티즌이 제보한 것이다. 주식갤러리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드 갤러리 중 하나로 주식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 등을 공유하는 게시판이다.

네티즌수사대의 신상털기가 문제가 된 적도 없지 않았지만, 이번 주식갤러리 네티즌의 제보는 우리나라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게 해 준 결정적인 한방이었다. 네티즌수사대의 건전한 활약이 앞으로도 기대된다.

전영 뉴미디어본부장 young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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