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양치기 소년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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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9   |  발행일 2016-12-09 제23면   |  수정 2016-12-09 08:16

연말을 맞아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 평가와 시상이 줄을 잇고 있다. 열심히 일한 자치단체에 상을 주는 것이 당연한 처사지만 수상 소식을 전하는 기자들의 반응은 탐탁지 않은 것 같다. 연중 각종 시상식 소식을 다루다 보면 진짜 일을 잘해 받는 상과 자치단체장의 업적쌓기용 상이 구분되는 탓이다. 자치단체나 단체장인 시장과 군수를 위해 마련된 듯한 상이 제대로 된 상까지 함께 평가절하되게 하는 것이다. 주로 언론사들이 주는 이들 상은 업적이나 공로보다 대상자들이 그 상을 받을 예산이나 욕심이 있는가에 수상 여부가 달려 있다는 인상을 준다.

실력이 뛰어나거나 공적이 우뚝해서 받는 상은 당연히 언론에도 소개되고 주변의 칭찬을 받는다. 하지만 자치단체들이 단체장의 업적을 포장하기 위해 일부 언론사가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마련한 것으로 보이는 상을 즐겨 받는 것은 ‘양치기 소년’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 “자치단체장이 또 상을 받았느냐”는 인식이 기자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하면 제대로 평가받은 상도 “또”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치적을 홍보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아야 할 단체장과 이를 노리고 장삿속 상을 마련한 주최 측의 의도로 주고받은 상이라는 생각이 기자들의 뇌리에 심어지는 까닭이다.

자치단체장은 유권자를 의식해 선심성 예산을 집행하는 우를 곧잘 범한다. 덕분에 정당하게 시공하는 연말 보도블록 공사도 불필요한 사업이고 예산낭비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보도블록 공사는 다른 큰 사업현장이 적어 일손 구하기 쉬운 연말이 비용이 적게 드는 등 효율적이라고 하나 이를 곧이 믿을 국민은 별로 없다.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거나 선심성 사업을 한 곳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당하지 못한 사업이 필요한 사업까지 이상한 시각으로 보게 만들었다.

최근의 국정농단 사태의 관계자나 정치인들은 웬만해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청문회나 검찰 수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거짓말을 태연하게 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실이 드러나지만 끝까지 발뺌을 하다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우리나라 정치인이나 지도자들이 단체로 ‘양치기 소년’으로 치부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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