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거제도 가면 갓난아기 머리만 한 자연산 통굴에 입 호강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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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9   |  발행일 2016-12-09 제35면   |  수정 2016-12-09
제철 별미로 동장군 이기기
20161209
국내 겨울 굴 생산량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수하식 통영굴. 통영시 용남면의 한 박신장에서 굴의 껍데기를 벗겨내고 있는 광경.

겨울이면 남해의 표정은 푸른빛에서 벗어나 암청빛으로 여물어진다. 남해의 겨울은 10월 하순 어름, 전국으로 팔려나가는 ‘통영굴’에서 맨 처음 포착된다. 올해는 10월20일 이전한 신청사인 통영시 용남면 굴수하식수산업협동조합에서 ‘초매식(初賣式)’을 했다. 이 의례를 기점으로 주부들도 본격적으로 ‘김장시즌’에 돌입한다. 굴국밥 전문점의 굴도 하절기와 달리 제대로 된 식감을 보여주게 된다.

통영굴은 서해안의 갯돌에서 자라는 자디잔 굴과는 달리 패각에 종패를 붙여 2년 정도 바다에서 양식해 수확하는 굵직한 굴이다. 바다 밑에 종패를 내려 키운다는 의미로 ‘수하식굴’이라 불린다.

원래는 통영시 동호동에 경매장이 있었는데 올해 이전했다. 현재 통영시에 굴 양식업자는 모두 173명이다. ‘박신장’이 몰려있는 용남면 동암마을. 박신장은 굴껍데기를 벗기는 작업장이다. 일명 ‘굴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10여곳의 박신장이 몰려있다. 시즌이 되면 노는 일손이 없을 정도로 물량이 쏟아진다.


김장철이면 제대로 된 식감의 통영굴
170여 업자가 고성만 ‘굴목장’서 양식
용남면 동암마을 10여곳 박신장서 손질



통영굴은 모두 고성만 ‘굴목장’에서 자란다. 수산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양식할 수 있다. 이젠 한려수도 굴양식장도 포화상태. 당국이 더 이상 양식장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바다 임차료는 ㏊당 6천만원 안팎. 한 번 바다로 나오면 4~5t을 따온다. 현장으로 가는 배를 여기선 ‘뗏목선’이라고 한다. 자동 채굴기를 통해 따낸 굴을 넣어둔 500㎏쯤 되는 망을 뗏목선으로 옮겨주는 리프트가 장착돼 있다.

국내의 수하식굴 산업은 1960년쯤 시작된다. 그 이전까지는 조간대가 넓은 서해안에서 투석·지주식으로 주로 키웠는데, 이 수하식이 남해에 들어오면서 굴 주산지가 확 바뀐다.

양식의 시작은 굴을 종착시키는 조가비 엮는 작업부터. 굴은 6~8월 산란을 한다. 때를 맞추어 조가비를 엮은 줄을 바다에 내리는데, 이를 ‘채묘(採苗)’라 한다. 채묘한 굴은 두 번째 겨울에 수확된다. 깐 굴의 크기는 보통 8g 이상, 큰 것은 12g 정도. 종패장에서 가져온 종패를 매달아 키우는 양식줄을 지탱하는 밧줄 길이는 200m. 40㎝ 간격으로 놓여있다. 바닷속으로 드리워진 길이 6.5m 줄에는 굴 종패 25~26개가 붙는다. 굴이 바닥에 빠지지 않게 스티로폼 부표를 단다. 요즘은 담치가 극성을 부린다. 굴줄이 올라오면 60㎝ 길이로 잘라줘야 담치 제거기가 잘 작동된다. 굴은 2년 정도 키워야 경매장에 나올 수 있다.

삼천포 갯벌소굴, 여수돌산 생굴, 천수만 바위굴, 섬진강 강굴, 고흥 소굴.

한국의 굴은 크게 양식굴과 자연산굴로 나뉜다. 서해안 굴의 메카는 충남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 포구 굴맛 체험장과 천북 굴단지. 그래서 서해안 굴이 ‘천북굴’로 불린다. 여긴 통영과 달리 수하식이 아니고 직접 바위에 붙은 굴을 쪼아 속을 캐내는 방식. 아낙네들이 갈고리로 물이 들어오는 오후 2시까지 일한다. 거제 구조라 해수욕장 인근에선 갓난아기 머리만 한 자연산 통굴이 명물이다.

어리굴젓 생산지로 유명한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는 통영보다 한 달 늦게 자연산 굴 채취가 이뤄지는 곳이다. 11월 중순부터 내년 봄까지가 제철인데 요즘 굴 수확철을 맞았다. 간월도 굴은 표면에 털 모양의 돌기가 많아 양념이 골고루 배 김장용이나 어리굴젓용으로 인기가 높다. 서산지역에는 간월도를 포함해 모두 7곳의 어리굴젓 가공업체가 연간 100여t의 어리굴젓을 생산하고 있다.

통영에서는 생굴이 인기인데 간월도는 영양굴밥이 인기다. 간월도영양굴밥의 특징은 쌀을 안칠 때부터 재료를 전부 넣고 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밤과 버섯, 당근, 굴을 쌀과 함께 안친 후 대추, 호두, 은행을 밥 뜸 들일 때 넣는 것이 포인트.

태안반도의 땅끝마을로 불리는 태안군 이원면 내리 만대마을. 이곳에 가면 기네스북이 인정한 2.7㎞ 벽화가 이원방조제에 조성돼 있다. 이 마을은 동절기 ‘태안 깜장굴’의 본거지가 된다. 이 해역은 서해안에서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크다. 자연산 굴은 갯벌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모래 바닥인 남해안 수중에서 자라는 수하식굴에 비해 더 쫄깃하고 검고 작아서 서해안 어리굴젓의 기본형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쯤에서 어리굴젓과 진석화젓을 구별해보면 어리굴젓은 짜지 않게 담근 굴젓. 여기에 고춧가루를 추가해 먹는다. ‘어리’란 말은 ‘덜되고 모자란다’는 뜻을 가진 ‘얼’이 어원이다. 얼간으로 담근 젓을 어리젓이라 한다. 젓갈 담글 때 소금은 젓갈 재료의 20~30%. 하지만 어리굴젓은 보통보다 훨씬 적은 7% 수준. 단단하고 작은 굴이 아니면 제대로 된 어리굴젓이 어렵다. 상온에서 쉬 상한다.

진석화젓은 소금이 굴 양의 30% 정도. 그래서 좀 짜다. 20일쯤 숙성하면 굴에서 국물이 나온다. 이를 받아 물을 부어가며 달인 후 삭혀 굴젓에 다시 붓고 또 삭힌다. 1~3년 둬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 진석화젓과 어리굴젓은 전혀 다른 음식이다. 충남 서해안은 어리굴젓, 전남 서남해안은 진석화젓이 인기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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