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준조세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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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10   |  발행일 2016-12-10 제23면   |  수정 2016-12-10

며칠 전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대기업 총수들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준조세(準租稅)가 새삼 주목받았다.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총수들에게 “왜 우리 기업은 정부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하느냐”며 “차라리 준조세를 폐지하고 그 액수에 상당하는 법인세를 인상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이에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국회가 입법을 해서 준조세를 없애 달라”면서도 법인세 인상에는 반대했으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준조세가 줄어들면 법인세를 더 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처럼 법인세 인상에 대한 재계 총수들의 의견은 엇갈렸지만, 준조세만큼은 더 이상 내고 싶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대기업의 준조세 규모를 보면 총수들의 입장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준조세란 넓은 의미로 기업들이 세금 외에 내는 법정부담금과 기부금·성금·사회보험료를 통칭하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강제성을 띤 기부금과 성금이다. 역대 정부는 공익사업이란 명분을 내세워 온갖 기부금을 걷어왔는데, 물론 기업들도 돈을 내는 만큼 여러 형태의 반대급부를 누렸다.

기업 준조세가 크게 늘어난 것은 박근혜정부 들어서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이 낸 준조세는 총 60조원에 가까웠는데, 이 가운데 사회보험료를 제외하고 정부가 거둬들인 실질 준조세가 16조4천여억원이나 됐다. 이는 2012년보다 24.9% 증가한 것이며 법인세(45조원)의 36%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여기에는 정부에 잘 보이려고 내는 기부금도 상당액 포함돼 있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 국내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 등 각종 재단이나 기금 설립에 출연한 돈은 2천164억원에 이른다. 이외에도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정부의 각종 사업에 후원금 명목으로 낸 돈까지 모두 합치면 대기업 기부금이 최대 1조원대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미 드러났듯이 대기업 기부금이 급증한 데는 최순실씨도 한몫을 했다. 이에 새누리당 김종석 의원이 특정인의 모금 행위를 금지하는 이른바 ‘최순실 방지법’(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최씨로 인해 정경유착의 질긴 고리가 끊길지 관심이 쏠린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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