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임금은 임금답지 않고 신하는 신하답지 않다(君不君臣不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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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12 08:07  |  수정 2016-12-12 08:07  |  발행일 2016-12-12 제19면
[고전쏙쏙 인성쑥쑥] 임금은 임금답지 않고 신하는 신하답지 않다(君不君臣不臣)

중국 전국시대 위나라의 군주 문후(文候)는 세족정치를 행정담당 중심의 관료정치로 바꿔 위나라를 일찍이 강국으로 만들었습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법률을 반포하고 중국 역사상 최초로 문자 문서의 형식을 갖춘 성문법 기본도 만들었습니다. 특히 학자들을 존중하여 각 방면의 전문적인 인재들을 등용하고 학술도 장려하였습니다. 백성을 위하여 빈민구휼 정책인 평정법도 만들어 시행하였으며 농업에 힘써 생산력도 높였습니다.

위문후가 마음대로 독선을 할 때의 일입니다. 정책이 옳지 않은데도 신하들은 그저 머리를 조아려 읍소하며 자기 생각이나 주장 없이 문후의 의견에 동조하며 부화뇌동하였습니다. 그때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는 대부 공구의자(公丘懿子)에게 위문후의 독선을 조목조목 지적합니다.

자사가 이르기를 “군불군신불신(君不君臣不臣)”합니다. 즉 ‘임금은 임금답지 않고 신하는 신하답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에 공구의자는 “어찌하여 그렇다는 것입니까?” 하며 반문합니다.

“임금이 스스로 옳다고 여기면 여러 신하들이 계책을 건의할 수 없습니다. 설령 옳은 일이라도 임금이 먼저 최상의 방법이라고 말해 버리면 여러 신하의 더 좋은 계책은 막혀 버리게 됩니다. 그것이 자꾸 빌미가 되면 신하들은 임금의 그릇된 일에 자기 생각이나 주장 없이 부화뇌동합니다. 만약 일의 옳고 그름을 살피지 않고 다른 사람의 칭찬만 듣고 이것을 기뻐한다면 이것보다 더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신하들은 사리분별을 따지지 않고 임금에게 아첨하고 호감을 살 계책만 꾸며서 건의합니다. 아첨꾼은 늘어나고 아첨꾼끼리 자꾸 아첨 경쟁을 하게 됩니다. 임금은 어리석고 신하는 아첨하면서 백성 위에 군림하면 백성은 결코 지지하지 않습니다. 이를 중단하지 않으면 결국 나라는 망하게 될 것입니다.”

자사가 위문후에게는 “임금의 나랏일이 날로 잘못될 것입니다” 하고 말합니다. 문후가 “무슨 까닭으로 그렇습니까?” 하고 의아해 합니다.

“임금이 정책을 옳다고만 여기면 신하들은 임금의 잘못을 바로 아뢰지 못합니다. 그러면 신하들도 임금처럼 잘못을 옳다고 여깁니다. 힘 없는 백성은 신하들의 잘못을 바로 지적하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임금과 신하가 이미 스스로 현명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레 아랫사람도 윗사람의 눈치를 보며 거짓으로 칭찬해 줍니다. 거짓과 잘못된 일이 더께로 쌓여갑니다. 반대로 윗사람의 잘못을 바로잡아 주는 사람은 역린을 건드렸다고 벌을 받고 화를 당합니다. 과연 선정이 베풀어지겠습니까? 시경에 ‘신하들도 성인인 체 모두 뽐내니 까마귀의 암수를 누가 가리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임금은 임금답지 않고 신하는 신하답지 않음을 두고 한 말입니다.”

요즘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위원장이 개회사를 하면서 “아첨과 부화뇌동…” 하고 열변을 토합니다. 옳고 그름은 ‘~답다’와 ‘~답지 않음’ 사이에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정말 위대합니다. 앞으로 ‘~다운’ 지도자와 관리들이 국가를 이끌어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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