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사이] 현실을 바라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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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12 08:09  |  수정 2016-12-12 08:09  |  발행일 2016-12-12 제19면
[밥상과 책상사이] 현실을 바라보는 눈

시장과 정치는 상대와의 공감과 소통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시장은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야 물건을 팔 수 있고, 정치는 유권자 또는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지지를 받는다. 상대도 나와 같다고 느끼게 하는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감성적 접근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현대사회에서 감성은 모든 일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그 힘이 막강하다. 감성은 바이러스처럼 전파력 또한 강하다. 시장이든 정치판이든 마음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감성 휘몰이’를 잘 하는 사람과 조직이 이긴다.

국정조사나 청문회를 여는 목적은 과거의 잘잘못을 분명하게 짚어내어 이해 당사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지게 하면서 향후 비슷한 일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모두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며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에서 재벌 총수들은 여야 국회의원들로부터 호된 질책과 비난을 받았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속이 시원한 장면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함량 미달의 질문과 모르쇠로 일관하는 총수들의 후안무치에 고개를 흔들었다.

국정조사를 지켜본 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장의 분석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는 부모가 무섭게 소리 지르고 화내면 아이는 자신의 문제 행동에 대해 충분히 벌을 받았다고 생각하여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재벌들에게 소리 지르지 말고 법으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좌절한 부모가 화를 낸다면서 부모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길이 보이지 않아 막막할 때 화를 내며 감정을 쏟아낸다고 했다. 지금 아이의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아이를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으며,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문제에 접근하는 과정에 있다면 부모는 크게 화를 내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가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없을 때 심하게 화를 낸다는 말은 우리 모두 경청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심각한 화는 좌절감과 불안의 표현이라고 했다.

그는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국회의원과 재벌의 관계로 치환하면서 화내고 소리 지르는 의원들은 재벌의 문제, 정경유착의 문제를 제대로 처리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28년 전에 있었던 일해재단 청문회와 같은 방식으로는 달라질 수도, 나아질 수도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법 위에 서서 법을 이용하기까지 하며 시장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도록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 현실에서 관철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우리는 지난 두 달 동안 감성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역사의 현장을 목격했다. 이제 어느 쪽이나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무엇이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길인지를 깊이 생각해보는 숙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우리 모두는 “감성 없는 이성은 공허하고, 이성 없는 감성은 맹목이다”라고 한 칸트의 말을 곰곰이 음미해 보아야 한다. 학생들도 오늘의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려고 노력하면서 감성과 이성, 열정과 냉정, 견제와 균형 등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 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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