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잘 태어났다, 포스텍 - 3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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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13   |  발행일 2016-12-13 제30면   |  수정 2016-12-13
20161213
박성진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

대한민국 첫 연구중심대학
30년만에 세계적대학 반열
1만7천여 동문 한마음으로
시대에 맞는 교육의 이정표
창출하길 간절히 기대한다


1986년 대한민국 최초로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여 개교한 포스텍은 올해로 개교 30주년을 맞이하였다. 지난 30년 동안 포스텍은 위대한 성취를 이룩하였고 대한민국 교육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제까지 6조원 이상이 투자된 포스텍은 3천억원의 3세대 가속기와 4천억원의 4세대 가속기를 포함하여 현재 2조원 넘는 연구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에서 단위대학으로는 미국의 스탠퍼드대를 제외하고는 최고다.

연간 교수 일인당 연구비는 6억원 이상이고 연간 학생 1인당 교육비는 9천만원 정도로 두 부문 모두 압도적인 국내 1위다. 연구의 질을 평가하는 논문의 피인용횟수도 국내 1위다. 세계대학평가에서도 세계 28위, 개교 50년 이내의 젊은 대학 중에서는 3년 연속 세계 1위를 하였고, 학생 5천명 이하의 작은 규모 대학에서 세계 4위를 기록하였다. 지방에 위치한, 그리고 기업이 만든 사립대학으로는 대한민국 역사에 유례가 없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성공을 가능하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포스텍을 설립한 고(故) 박태준 이사장의 마음의 크기였다. 일제강점기의 대가인 대일청구권자금으로 만들어진 포스코는 철강사업을 하면서 얻은 이익으로 개인이나 포스코의 미래가 아닌 민족의 미래를 위하여 포스텍을 건립하고자 하였다. 포스텍에서 공부한 학생을 포스코에 취업시켜 포스코의 이익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교수나 사업가 등 나라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인재를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하여 포스코가 힘들게 번 이익으로 엄청난 혜택을 학생들에게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의무도 없는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해 주었다. 그 결과 회사의 이익이 아닌, 학교의 본질인 인력 양성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초석이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포스코는 포스텍으로 인해 세계 철강기업 중 최고의 연구인력을 갖게 되어 7년 연속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기업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포스텍의 건학 이념에는 세계와 인류라는 말이 6번이나 등장한다. 한국을 넘어서 세계적인 대학을 만들기 위한 설립이사장의 소망이 들어있는 것이다. 편협한 민족주의가 아니라 세계를 아우르는 개방적인 애국심이 느껴진다. 이 넓은 마음이 포스텍을 잉태하고 성장시키는 품이 되었다.

포스텍은 이러한 토양 속에서 목표를 향하여 도전적으로 전진하였다. 고(故) 김호길 초대학장이 부임하여 지방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신생대학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상위 2% 이내의 학생만을 선발하겠다는 입학요강을 실행하였다. 한 명의 학생이 지원하더라도 그 학생을 데리고 가르치겠다는 초대학장의 집념과 전국을 몇 바퀴나 돌아다니며 입시설명을 한 초기 교수와 직원들의 수고로 2.4대 1이라는 경쟁률을 이룩하며 성공적으로 1회 입학생들을 모집하였다.

그 후에 노벨상을 가능케 하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기획된 가속기 건설 또한 큰 도전이었다. 한 회사가 감당하기 힘든 건설비와 운영비를 포스코가 민족의 미래를 위해 제공하였으며, 전세계 한국인 전문가들이 초빙되고 중국 등의 전문가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어 세계 다섯째로 가속기를 성공적으로 건설하고 운영하였다. 많은 난관과 도전을 교수, 직원, 학생들이 한마음으로 극복하면서 성장한 것이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도전하는 마음, 본질에 충실하려는 순수한 마음이 포스텍의 정신이고 지금의 포스텍으로 성장하게 한 토양이고 자양분이었다. 이제 포스텍은 연구중심대학을 넘어 창업과 창직으로 신사업을 만들어 내는 가치창출대학으로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현재 1조4천억원 매출액을 갖는 130여개 동문기업을 향후 30년 이내에 100조원대로 키우고, 포항시를 인구 200만명의 최첨단기술벤처 도시로 성장시킨다는 꿈을 꾸고 있다. 포스텍의 정신으로 1만7천명의 동문들이 마음을 하나로 묶어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대한민국 교육의 이정표를 창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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