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잭 리처: 네버 고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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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16   |  발행일 2016-12-16 제43면   |  수정 2016-12-16
하드보일드에 덧칠한 어설픈 멜로 ‘역효과’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잭 리처: 네버 고 백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잭 리처: 네버 고 백

베스트셀러 작가 리 차일드의 연작 추리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잭 리처: 네버 고 백’은 이미 3년 전 영화화되었던 전작의 속편에 해당한다. 상남자 첩보 스릴러 ‘미션 임파서블’로 만능 해결사 이미지를 굳힌 톰 크루즈가 우리 시대의 낭만적 협객 탐정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전작 ‘잭 리처’의 연장선에 있는 영화는 보다 센티멘털한 정서가 돋보인다.

헌병대 범죄수사단장직에서 예편된 잭 리처(톰 크루즈)는 미모의 후임 단장 수잔 터너 소령(코비 스멀더스)이 군사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자 그녀의 무죄를 확신하고 탈출을 돕는다. 이 과정에서 관련자들이 잇따라 살해당하고 국가기관과 방위사업체 간에 얽힌 모종의 커넥션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되었던 수잔의 휘하 군수사관, 수잔의 변호를 맡았던 군법무감, 심지어 이러한 음모의 한 가운데 자리한 헌병대의 몸통인 모건 대령(홀트 맥칼라니)까지 살해한 실체는 무기를 밀매하여 검은 이득을 챙긴 군사업체 ‘파라소스’에 고용된 특수부대 출신의 전문 킬러(패트릭 휴싱어)다. 그 뒤엔 무기 중개업체 선정 탈락으로 위기에 봉착한 4성 장군 출신의 파라소스 사장 하크니스(로버트 네퍼)의 무소불위 네트윅과 복마전을 방불케 하는 계략이 도사리고 있다.

‘잭 리처: 네버 고 백’을 탐정소설 범주에서 분류하자면, 비상한 두뇌와 타고난 직감으로 사건의 단서를 파고들어 범인을 밝혀내는 전통적 탐정의 수동적 포지션에 그치지 않고 본능적 액션과 피끓는 정의감을 주체할 수 없어 직접 그 범인을 행동으로 응징하는 하드보일드형 탐정소설로 규정할 수 있을 듯하다. 타이틀 롤을 맡은 톰 크루즈의 오두방정 액션이 영화의 중심을 꿰차고 있으니 당연한 결론이다. 그런데 이번 속편은 여성 전사 수잔 터너를 등장시켜 잭 리처와 에로틱한 ‘썸’을 타게 하는가 하면 팔자에도 없는 친자 확인 소송에 휘말리게 한 10대 방탕소녀 사만다 테이턴(다니카 야로시)과 얽히게 해 야릇한 부성애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등 하드보일드에 멜로적 덧칠을 단단히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편과 같은 추리, 스릴러로서의 긴장감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누명을 쓴 주인공이 자신의 지략과 정보력과 완력을 활용해 음모의 실체를 밝힘으로써 악을 응징하고 위기에서 벗어나는 ‘도망자’ 스타일의 자기구제형 서스펜스 드라마의 전형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고 그런 범작이란 얘기다. 영화 초반 잭과 수잔이 힘을 합쳐 군 교도소를 탈출할 때까지 팽팽하게 이어졌던 협업 액션의 긴장감이 갈수록 흐트러진 것은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음모의 층위와 깊이가 그다지 센세이셔널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만다의 투입으로 촉발된 어설픈 정서적 코드가 액션을 잡아먹는 역작용을 일으킨 때문이다.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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