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나는 누구인가 - 나 속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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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19   |  발행일 2016-12-19 제30면   |  수정 2016-12-19
20161219
박소경 호산대 총장

儒佛道 정신·전통무용을
서양의 의학과 음악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나와 우리 민족의 정신에
전통문화 밈이 있기 때문


예전의 ‘국사’가 지금은 ‘한국사’로 불린다. 서점에 가보면 한국사 분야 서적은 갈수록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 각종 시험 대비를 위함이리라. 고등학생 코너에 가서 교재를 펼쳐보니 아! 한자를 싫어하는 학생은 머리가 아플 것 같다. 지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 떠밀리고 뒤틀리며 힘든 길을 걸었던, 더없이 급박했을 우리 대한민국의 근대사를 펴본다. 120년 전인 1896년 병신년에는 아관(俄館·러시아공사관)파천이라는, 고종이 일본인들을 피해 러시아의 보호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그 후 열강의 이권 침탈이 절정에 이르게 되었다. 그 전해의 시모노세키 조약으로 청나라의 종주권이 소멸됐으므로 이듬해 환궁하는 고종은 대한제국, 즉 황제의 나라를 선포한다. 20년 더 거슬러 올라가서 근대사의 시작 부분을 보자. 1876년 일본과의 강화도조약으로 조선은 개항하게 되고 1·2차 수신사와 신사유람단 파견이 있게 된다. 1882년 임오군란과 그에 따른 제물포조약, 3차 수신사의 박영효 등은 선진문물을 배워오는 역할을 하는데, 그때 태극기가 만들어졌다. 우리의 태극기, 태극과 팔괘는 까마득한 고대 중국의 역경과 주역에 처음 등장했다. 훗날 주돈이가 짧은 ‘태극도설’을 만들고 주희(주자)는 ‘태극해의(太極解義)’로 길게 설명한다. 1592년 임진왜란 후의 통신사는 조선의 선진 문물을 일본에 전파했음을 말한들!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서도(西道)를 주장하는 개화파와 동도(東道)를 고수하려는 세력이 부딪치는데, 바른 것을 지키고 사악한 것을 물리치자는 위정척사(衛正斥邪)파가 지키려 한 것은 바로 주자학(성리학)이었다. 고종도 존성윤음을 내려 근본 가르침으로서의 종교는 반드시 필요하며 그 종교가 신유학임을 밝힌다. 이때 종교는 오늘날 말하는 종교와 똑같지 않다. 글자 그대로 ‘으뜸가는 가르침’이다. 동도서기론(東道西器論)은 중국의 중체서용론(中體西用論)이나 일본의 화혼양재론(和魂洋才論)과 유사한데 우리의 경우 주자학을 근본 가르침으로 삼으면서 서양의 과학기술로 보완하자는 정책이다. 이 또한 주자학에서 강조하는 도체기용(道體器用)에서 나온 말들이다. 400여년 전 17세기 초·중엽에 조선은 이미 간접적으로 중국을 통해 서양 문물을 받아들였는데, 전면적 개혁을 주장한 독립신문은 “기독교를 착실히 믿는 나라들은 세계에서 제일 강하고 제일 부유하고 제일 문명하고 개화되어 하나님의 큰 복음을 입고 살더라”라고 단정한다. 조선을 지배하던 주자학은 국망의 원인으로 지목받기도 하는데, 복잡한 이론을 당쟁에 이용했을 뿐 훗날 장지연은 당시 사회의 으뜸 적폐로 당파성을 꼽는다. 둘째가 시기성이란 점 또한 새겨들을 만하다.

유학의 뿌리인 공맹유학(孔孟儒學)을 살펴보자. ‘논어’의 핵심 단어는 인(仁)이라지만, 의(義)·효(孝)·충(忠)·예(禮)·화(和)·지(知)·지(智)·신(信)·관(寬)·서(恕)·공(恭)·경(敬)도 여러 번 언급된다. 그중에서 중국은 인(仁)을, 우리는 의(義)를, 일본은 예(禮)를 가져갔다고 보는데, 의(義)는 맹자가 가장 강조하던 사상이다. ‘맹자’ 첫 페이지가 “왕께서는 하필 이익이라는 말씀을 하십니까? 다만 인(仁)과 의(義)가 있을 뿐입니다” 아니던가? 몇년 전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가 번역 출간된 후 철학 서적이 어떻게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지 의아하다는 평가가 나왔던 바다. 리처드 도킨스 박사는 ‘진(gene, 유전자)’이라는 한 음절의 단어가 수직으로 내려가는 것에 비추어 ‘밈(meme)’이라 명명하면서 머리에서 머리로 옮겨가는 것이라 했다. 끊임없이 한국에 관심을 두면서 연구하고 있는 일본은 지금도 매일같이 우리를 분석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임진왜란과 아픈 근대사가 떠오른다. 우리에겐 맹자의 ‘밈’이 흐르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늦게 만난 유불도(儒彿道)를 서양의학만큼이나 높이어 소중히 여기고, 우리 전통무용을 서양 고전음악만큼 좋아하는 이유를 역사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박소경 호산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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